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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연기대상 피해자 될 뻔했다[블로그와]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 | 승인 2011.01.02 11:46

작년 이맘 때 2009 KBS 연기대상이 끝난 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단어와 배우가 있었다. 바로 ‘속사포수상소감’의 김소연이었다.

당시 그녀는 묘기대행진 수준의 속사포 랩으로 수상소감을 말해 화제가 됐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일반인(?)처럼 말하던 김소연은 갑자기 당황하더니 ‘빨리 하라고 하는데요 죄송해요’라고 했고, 그때부터 속사포 수상소감이 시작됐었다.

제작진이 수상자를 재촉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때문에 김소연은 오랜 슬럼프에서 부활한 배우로서의 감격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코믹한 속사포 수상소감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당시 KBS 연기대상은 정작 수상자인 김소연을 그렇게 다그치면서 엉뚱하게도 다음 해에 방영될 자사 드라마 홍보에 시간을 써서 눈총을 받았었다.

수상자에게 감격을 충분히 표현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그 배우와 팬들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물론 생방송에 쫓기면 진행을 빨리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다음 해의 방송사 이벤트 홍보 때문이라면, 방송사의 상업적 이해 때문에 정작 주인공인 수상자가 푸대접당하는 즉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된다. 이러려면 시상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의미에서 진심 어린 감격을 표현하려 했지만, 다그침 때문에 엉뚱하게도 코미디 수상소감의 주인공이 된 김소연은 최악의 연기대상 피해자로 자리매김했었다.

   
   
문근영도 이번에 위험했다. 문근영이 KBS 연기대상에서 이런저런 수상소감을 말했는데 그 직후에 인터넷 반응이 상당히 안 좋았었다. 왜냐하면 남들 다 짧게 하는데 혼자 소감을 길게 말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수상자인 전인화를 기다리게 한 것이 구도상 안 좋았다. 전인화가 문근영의 긴 소감 때문에 자기는 말을 짧게 해야겠다고 해서, 문근영은 상당한 비난을 당할 뻔했었다. ‘거만, 이기적, 선배에게 버릇없음‘ 등 네티즌이 싫어하는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게 고현정이 문근영을 구원했다. 고현정이 ‘거만’의 끝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고현정까지 ‘시청률’을 거론하는 바람에 역시 ‘시청률’을 거론했던 문근영의 수상소감과 강렬하게 대비됐고, 그 바람에 고현정은 나락으로 문근영은 천상으로 운명이 갈렸다.

고현정의 살신성인(?)이 아니었다면 문근영은 상당히 위험할 뻔했다. 문근영의 긴 소감이 왜 도드라졌을까? 전인화는 왜 문근영 때문에 자기가 말을 못하겠다고 했을까?

KBS 연기대상 측이 워낙 수상자들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갑수조차 ‘생방송이라 소감을 짧게 해달라고 난리를 치고 있어서 짧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며 순식간에 내려가야 했다. 전인화는 ‘앞에서 짧게 하라고 하는데 우리 근영이가 너무 길게 해서’라고 했다.

그 전 수상자들도 비슷한 말들을 해서 설마설마했다. 작년의 속사포소감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설마 올해도 자사 광고에는 시간을 배정하면서, 수상자들을 다그칠까?’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KBS 연기대상은 2010년에도 요지부동, 그해의 수상자들을 보러 채널을 고정한 시청자에게 다음 해 자사 드라마 광고를 보여주는 테러를 감행했다. 광고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주요 배우들 인터뷰까지 내보냈다. 정작 수상자들은 다그치면서 말이다. 이 무슨 추태인가? 작년처럼 다음 해 드라마 출연자들을 무대 위까지 불러내 마치 그들이 시상식의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까지는 안 했기 때문에 그나마 최악은 면했다.

애초에 이런 광고 시간 같은 것을 배정하면 안 됐고, 만약 배정했더라도 수상자들을 그렇게 다그쳐야 할 정도의 상황이 됐다면 그 광고를 안 했어야 했다. 물리적인 광고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데에서 연기대상을 방송사 이익을 위한 상업적 이벤트라고 생각하는가 아닌가 하는 사고방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바로 그런 상업적 고려 때문에 해마다 시상식 논란이 발생한다. 시상식이 ‘쿨하지 못해서 미안한’, 질척질척한 상 나눔 파티가 되는 것이다. 상을 하도 사이좋게 나누다보니 그것이 결국 또 수상자들을 재촉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시상식 같은 시상식, 연기대상다운 연기대상을 보고 싶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과분한 소망인가?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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