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기대상이 또 다시 공동수상을 남발하며 연기대상 자체의 가치를 뒤흔들었다. 연기대상이 연기력 콘테스트가 아니고, 자체적인 기준에 의한 가산점이 있다면야 어쩔 도리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한두 부분도 아니고 거의 모두에게 공동 수상을 안긴 것은 받은 사람을 오히려 무안하게 만드는 일에 불과하다. 연말 시상식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수상자의 눈물 세리머니도 그래서 MBC 연기대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고도 욕 먹고, 받고도 기분 나빠지는 상. 그것이 MBC 연기대상이다.
굳이 왜 공효진이 대상이 아니며, 이선균보다 정준호의 수상 그레이드가 왜 더 높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보통 시상식 후에 일게 되는 공정성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연기대상의 질 자체를 최악으로 떨어뜨린 추한 시상식을 만든 것이다. MBC가 이렇게나 심각하게 추락한 것은 도대체 누구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래서는 MBC 마봉춘은 더 이상 ‘만나면 좋은 친구’가 아닌 ‘만나기 싫고, 만나면 화날’ 찌질이가 되고 말 것이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2010년 한해 이렇다 할 대박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못한 MBC의 연기대상 고민이 흘러나왔다. 한효주냐 김남주냐 하는 고민이었지만 알 만한 사람은 이미 그렇다면 둘 다 주겠다는 소리 아니냐고 대뜸 받아들렸다. 그런 예측은 언제나 적중이 잘 되는 법. 한효주와 김남주 두 사람에게 대상이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배우들도 이미 공동수상이 대중들에게 비웃음거리나 되고 말 것을 아는 탓이다. 더욱이 모든 부분 공동시상이 진행되면서 대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도 싶다.
배우란 감성의 직업이기에 대상을 타는 자리라면 스스로와 또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감격과 기쁨을 눈물과 과한 몸짓으로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런 자리를 무슨 식량 배급받는 것처럼 덤덤하고 부끄럽게 만든 MBC는 분명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배우들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비웃음이나 받을 시상식이라면 굳이 아까운 전파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비공개로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차라리 조작의혹이 낫지 상 퍼주기는 더는 못 봐줄 방송사의 추태에 불과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