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 예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MC들이다.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되는 예능인이라 할지라도 메인으로 적합한 사람이 있고, 보조적인 역할로 존재감을 빛내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놀러와는 분명 유재석, 김원희의 환상 호흡이 빚어내는 잔재미가 쏠쏠한 월요 심야 예능이다. 강호동의 야심만만이 결국 놀러와를 피해 화요일 저녁에 자리 잡은 것 역시 그 파워를 누구보다 실감했던 탓이다. 물론 강심장이 이토록 큰 인기를 끌줄은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굴욕이긴 하다.

그러나 유재석, 김원희 혹은 담당PD 말고도 예능을 제대로 만드는 일은 어쩌면 작가들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놀러와의 행보가 대단히 특출나고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아마도 조영남과 세시봉 세 친구들인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편부터로 잡아야 할 것 같다. 방송도 그렇거니와 대중을 상대로 한 크리에이티브들은 항상 스트레스에 억눌려 산다. 특히 요즘처럼 방송사마다 예능에 목숨 건 듯이 달려드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도 많다보니 이게 저거 같고 저게 이거 같다. 그런 속에 특히 블로거들에게 인기가 있는 예능들에는 특징이 있다. 그중 최고는 아마도 무한도전일 것이다. 시청률과 관계없이 소위 글감을 가장 풍부하게 제공하는 예능인 탓이다. 다실 말해서 예능의 모티브는 ‘웃겨야 산다’가 아니라 ‘웃기기만 해서는 못 산다’로 바뀌고 있다. 그 증거로 올해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들을 보면 웃음 그 자체보다는 감동이라는 코드가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시봉으로 시작해서 21일 성우계의 레전드급 7인을 초대한 ‘신의 목소리’ 스페셜까지 놀러와의 구성은 다른 토그쇼와 확연한 차별성을 구가하고 있다. 요즘 예능은 매주 특집이고, 스페셜이지만 놀러와의 레전드 시리즈는 진정 스페셜이라는 말을 붙여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특집이라고 보고 싶다. 간혹, 연말 분위기에 솔깃한 특집으로 살짝 삑사리를 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2010년 놀러와를 놀라와로 규정짓게 하는 결정판으로 ‘신의 목소리‘ 스페셜은 충분한 내용과 재미를 담아냈다.

이렇듯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이슈와 추억을 주제를 만들어내고 또 대단히 적절한 인물들을 섭외해서 한자리에 모으는 재주는 정말 탁월하다. 보이는 유재석, 김원희의 능력만큼이나 실제로 구성하고, 섭외하는 작가들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MC와 PD는 이름도 알려지고 그런 유명세에 부도 얻지만 작가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최근 예능은 그런 스태프들의 소외에도 눈길을 조금씩 돌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예능 작가들은 누구들처럼 ‘음지에서 양지를 지양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다.

올 한 해 놀러와가 준 즐거움과 감동이 작지 않았고 그때마다 유재석, 김원희에 대한 칭찬이 충분했기에 연말이라는 덕담을 주고받는 분위기에서 그들 작가의 능력을 거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유재석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작가들이 제대로 텃밭을 꾸며놓지 못하면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국민MC 유재석이니 평균은 해내겠지만 그에게 평균은 결국 부진이 아니겠는가. 그런 유재석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시나 작가들의 구성력에 달려 있다.

고정 출연진으로만 끌어가는 무한도전, 1박2일 같은 버라이어티와 달리 놀러와 같은 토크쇼 특히 1인 게스트가 아니라 여러 명의 게스트들로 꾸며야 하는 토크쇼에서 그 인물과 주제를 씨실과 날실 엮이듯이 잘 역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놀러와에 출연할 정도면 인기 꽤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빈틈없이 같은 날 스튜디오로 대령하는 일도 보통 어려운 일이 역시 아니다. 이런저런 면들을 감안하면 놀러와 작가들의 영리함과 집요함은 직접 섭외 당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미 무한도전의 김태호PD, 1박2일의 나영석 PD는 스타가 됐다. 이들은 어지간한 예능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은 많아도 유효한 예능인은 태부족인 방송 상황에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그와 함께 작가들도 최근 들어 자주 화면에 노출되고 있다. 소녀시대 서현을 담았다는 무한도전 막내작가, 은지원이 모르고, 못하는 야생을 척척 해결하는 1박2일의 막내작가 등등. 2011년에는 예능 작가들도 인기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인기보다는 그들의 존재를 알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2010/09/21 - [티비가요] - 놀러와-노래혼의-감동을-들려준-세시봉-친구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