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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결승] 한국:대만 - 윤석민, 한국 야구를 구원하다[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0.11.20 10:15

한국 야구 대표팀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9:3으로 완파하며 예상대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양 팀이 야구 경기에서 정규 18이닝을 진행한다고 할 때, 꼭 절반이라 할 수 있는 9이닝 째인 5회초가 종료될 때까지 승부의 향방은 안개 속에 있었습니다. 한국 타선이 대만 투수진을 공략하며 6득점했지만, 선발 류현진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은 5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고전하며 4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강판되었는데, 구위와 제구 모두 페넌트 레이스의 본연의 모습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오티 구장의 스피드건이 후한 편이지만, 류현진의 구속은 140km 중반에 그쳤고, 주무기 체인지업 또한 예리하지 못해 대만 타자들이 비교적 쉽게 골라냈습니다.

6:1로 한국이 여유 있게 앞서던 4회말 류현진이 2피안타 1볼넷과 야수 선택을 묶어 2실점하며 6:3까지 좁혀졌습니다. 5회초 선두 타자 강정호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안타성 타구를 대만 좌익수 로궈휘가 호수비로 아웃 처리했고, 박경완과 손시헌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한국 타선이 처음으로 삼자 범퇴 당하며 분위기는 대만으로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 한국팀의 마지막 투수 윤석민이 승리의 순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에는 윤석민이 있었습니다. 윤석민은 5회말 구원 등판해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천준시우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후 9회말까지 이렇다 할 위기조차 맞지 않으며 5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 승리를 따내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류현진이 강판된 후 윤석민마저 무너지며 난타전으로 흘렀다면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겠지만, 윤석민이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덕분에 이변은 없었습니다.

류현진의 부진이 팔꿈치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선 1차전 이후 6일 만의 리턴 매치에 재등판해 대만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윤석민은 예선 1차전 7회초 류현진을 구원 등판했으나 엔트리 누락 해프닝으로 퇴장당하며 대만 타자들을 상대하지 못했는데, 오늘 대만 타자들이 윤석민을 처음 상대해 생소한 탓에 침묵했으니, 퇴장 해프닝은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윤석민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불미스런 부상을 입었고, 사구 파문에 휘말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대한민국의 2010년 야구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 9회 초 1사 1루 상황 강정호가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마운드의 주인공이 윤석민이었다면 타석에서의 주인공은 강정호였습니다. 강정호는 3회초 2사 후 6:1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터뜨렸는데, 볼 카운트 0-3에서 마음먹고 방망이를 휘두른 타구가 파울 홈런이 된 뒤, 풀 카운트에서 다시 홈런을 터뜨리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파울 홈런 뒤에는 삼진’이라는 야구의 속설이 형성된 원인은,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파울이 될 경우 타자가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인데, 야구 속설을 무색케 하며 다시 홈런을 때려낸 강정호의 집중력은 놀랍습니다. 강정호는 9회초에도 좌측 폴 상단을 강타하는 2점 홈런으로 팀의 우승과 본인의 병역 면제를 자축했습니다. 최정과 조동찬의 부진으로 준결승 중국전 이후 오늘도 3루수로 선발 출장하며, 4회말 야수 선택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2개의 홈런과 2개의 페이크 번트 성공, 그리고 9회말 장지앤밍의 파울 플라이를 처리하는 호수비로 만회하고도 남았습니다. 기회마다 범타로 물러나며 선발 타자 중 유일하게 무안타에 그친 김태균의 부진을 감안하면 강정호의 예상 외의 대활약은 매우 소중했습니다.

   
  ▲ 가장 높은 곳에 선 한국 야구팀 ⓒ연합뉴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의 악몽을 씻은 금메달로 메이저 리거 추신수와, LG 및 한화를 제외한 6개 구단의 11명의 선수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만일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할 경우, 당장 입대를 해야 할 선수들도 혜택을 받게 되었는데,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 훌륭한 선수들이 리그 수준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병역 면제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4년 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로는 국제 대회를 통해 야구 선수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으니,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에는 가급적 많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으면서도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전력을 마련해야 하는 절충점을 찾는데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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