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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강호동은 무서운 사람[블로그와]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 | 승인 2010.11.10 09:40

강호동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바로 지난 만재도편에서도 그는 무인도에서 거북손을 따며 해외 프로그램 패러디 원맨쇼를 펼치는 ‘미친 존재감’을 선보였었다. 그의 진가는 이번 <1박2일> ‘땜빵’편에서도 선명히 드러났다.

이번에 <1박2일>은 울릉도에 가려 했으나 태풍 때문에 가지 못했다. 제작진은 긴급히 행선지를 바꿔야 했다. 모두가 섬이나 산들을 대며 아이디어를 내놨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이었다.

강호동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취합하며 아이디어를 숙성시켜나갔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 전국체전이 열렸다는 진주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체육으로 흘러갔다. 그러다 졸다 깬 은지원이 무심코 씨름 이야기를 했다.

강호동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초등학생과 씨름을 했을 때 이길 자신이 있느냐고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갔다. 그러자 좌중의 분위기가 씨름으로 순식간에 집중됐다.

   
   
그때까지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흘려보냈던 강호동은, 졸다가 깬 사람이 무심코 씨름 이야기를 했을 때 ‘이건 되는 소재다!’라고 기민하게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초등학생 5학년과의 시합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러더니 이만기 카드를 뽑아들었다. 폭탄이었다. 이제 울릉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미리 기획됐던 것보다 더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땜빵’ 아이템이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강호동이 이만기에게 전화해서 씨름시합을 청하는 과정 자체부터 리얼한 재미의 극치였다.

이만기에게 시합 허락을 받고, 그의 입에서 강호동에게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말을 받아내기까지 그는 능수능란한 토크쇼를 펼쳤다. 화면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과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전화통화하는 것을 그는 정말 흥미진진한 버라이어티로 만든 것이다.

그 후에도 그는 멤버들을 쥐었다 풀었다 하며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경주에서 홀로 낙오됐을 때 온갖 원맨쇼를 펼치며 멤버 전원을 ‘올킬’했던 그는, 이번엔 과거를 회상하는 체육인이 되어 인간적인 몰입까지 형성해갔다. 이건 <슈퍼스타K>라는 인간극장에서 발생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몰입이었다. 인간의 리얼한 이야기에 대한 몰입. 그런 몰입은 대단히 강력하다.

그에 따라 갑자기 편성(?)된 씨름편은 ‘대박 리얼버라이어티’가 되었다. 강호동의 기민한 판단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그가 평소에 인간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다면 그렇게 강력한 몰입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컨대 사사건건 재담만 하는 어느 예능인이 모교에 가며 떨린다고 말해도 시청자는 그것에 인간적으로 몰입하지 않는다. 그 정서가 진솔하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강호동이 씨름판으로 돌아가며 보이는 설레임, 긴장감은 아주 구체적으로 와 닿았는데 그것은 그가 앞에서 말했듯이 평소부터 인간적이고 진솔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 때 뭔가 어색해보이는 표정에서도 그런 인간적인 느낌이 전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강호동이 상 욕심을 보인다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큰 시상식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수상 후보자로서 자연스러운 긴장감의 표출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 모습이 인간적인 것이다.

강호동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 1위 MC로 불릴 만큼의 개그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좌중을 장악하고 분위기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며 동시에 상황에 순발력 있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부분에서 가히 최고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의 판단력이 빛을 발했다. 거기다 스스로의 인간적인 스토리에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능력까지. 게다가 호탕하게 먹는 모습 등에서 시청자에게 활력까지 준다. 그가 라면을 먹을 때 최고의 순간시청률이 나왔던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런 강호동의 존재감이 요즘 들어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다. 타고난 재능과 체력, 거기에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을 무섭게 성장시키는 성실함까지. 강호동, 그는 무서운 사람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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