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슝디를 상대로 선발 카도쿠라의 호투와 경기 중반 터진 타선에 힘입어 어제 끝내기 역전패를 설욕하며 1승 1패로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을 마무리했습니다.
어제 1차전 SK의 패인 중 하나는 막강한 불펜이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버를 구원한 전병두가 호투했지만, 뒤이은 정우람과 송은범이 부진하며 역전패했습니다. 계투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오늘 경기에서는 선발 카도쿠라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만 했는데, 7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마치 올 시즌 초반의 가장 좋았던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습니다. 특히 7이닝 동안 사사구가 단 1개에 그치며 6개의 삼진을 솎아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광현이 이탈한 현재 SK의 선발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것이 카도쿠라이니, 13일에 있을 한일 클럽 챔피언십에서도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일본에서 방출되어 미국을 거쳐 한국에 온 카도쿠라가 모국의 챔피언을 상대로 어떤 투구 내용을 선보일지 주목됩니다.
SK가 6회말 좌타자들의 3안타로 선취 득점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무사 1루에서 조동화가 착실히 희생 번트에 성공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조동화의 번트는 SK가 오늘 경기에서 얻은 첫 번째 진루타였습니다. 모든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올 때마다 안타를 치거나 사사구로 출루할 수 없으니, 자신이 아웃되더라도 주자를 진루시키는 타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선제 타점이자 결승타의 주인공 김재현이 7회말 2사 1, 2루 기회에서 좌투수 쿨렌이 등판하자 박재홍으로 교체된 장면입니다. 김재현은 어제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오늘도 볼넷과 적시타 등으로 3타석 모두 출루하는 등 타격감이 좋았는데,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자를 대타로 기용하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이 여실히 반복되었습니다. 김재현은 이제 한일 클럽 챔피언십 단 한 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으니, 은퇴를 앞두고 좌투수를 상대로 두 명의 주자를 둔 상황에서 기회를 줄 법도 한데, 대타로 교체한 것을 보면 김성근 감독의 승부욕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결과적으로 박재홍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이어 박정권의 밀어내기 볼넷과 임훈의 2타점 쐐기타가 나왔으니 김성근 감독의 김재현 교체는 적중한 셈입니다.
SK가 강팀으로 인정받는 것은 4회초 이호준의 호수비나, 6회초 번트의 선행 주자 아웃 처리나 견제사 처리 등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령 야수들이 실책을 범하더라도 투수들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위기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책이 실점과 직결되어 패배하면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해도 동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팀 분위기가 추락해 성적 하락까지 이어지기 마련인데, SK는 투수와 야수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지지하니 팀 분위기와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