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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뒤에는 역시나 국회가 있었다[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12.14 17:54

1990년, 가수 정태춘은 자신의 다섯 번째 앨범 ‘아! 대한민국’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앨범에서 가장 아프고 또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 ‘일어나라 열사여’에는 한 문장이 반복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얼마나 암울하고 분노했으면 이런 노래가 나왔을까 싶다. 이제는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조차 많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이 노래가 떠오르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스물네 살의 청년이 있다. 다시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라는 21세기 한국에 어울리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될 말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을 뚫고 터져 나왔다.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과 분노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로 두 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사고라서 더욱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다.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무엇보다 고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지난 3년간 4명이 사고로 숨졌음에도 해당 사업장은 무재해로 인정받아 5년간 20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 사람을 넷이나 죽게 했는데도 무재해 사업장이라는 훈장을 자랑하는 이 부조리에 노동자는 절망하고 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30년간 4명도 많을 텐데 3년간 아까운 생명 넷을 빼앗은 현장에서 그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하청업체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근래 벌어진 노동현장에서 일어났던 대형 사고들의 공통점이자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단 하나의 원인이었다. 사고가 나서, 인명을 잃어도 정작 그 일을 시킨 원청기업에는 사고기록조차 남지 않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고 김용균 씨도 사고 당시 2인1조의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매번 하청기업 노동자의 사망에 반복되는 인재의 증거이다. 아니 사고가 아니라 미필적 살인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원청기업 노동자였다면 이런 식으로 무모하게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재사망의 90%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통계는 잔인한 ‘죽음의 외주화’가 얼마나 만연된 노동현실인가를 말해준다.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처럼 하청업체 외주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위험에 내몰리는 동안 아무리 쓸모없는 국회라도 누군가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5년 전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비정규직 외주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를 크나큰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당시 민주당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7건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정의당에서도 2건의 발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에는 이번 유치원 3법의 통과를 막은 것처럼 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하려고 해도 막고, 방해하는 세력이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있기 전에 지난달 정부가 국회에 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역시 상임위조차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안이 5년째 방치됐다는 사실은 국회가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의 배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아까운 젊은 생명이 죽어나가는데도 국회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마당에 국회의석수를 늘리자는 연동형비례대표제 관철을 위해 단식투쟁을 하는 모습은 차라리 서글플 따름이다.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줍시오"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에 국회가 귀를 기울였다면 또 아까운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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