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오늘,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유린하는 행태들을 목도하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언론사 간부들과 주요 광고주 등에 대한 성향조사를 지시했다는 경향신문의 1월 12일 보도는 차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인수위는 문화관광부에 언론사 사장단 및 편집국장, 정치부장, 문화부장 등 언론사 간부들에 대해 출신지와 경력 등은 물론 성향과 최근 활동상황까지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과거 엄혹했던 군사독재정권도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 등 정보기관을 통해 조심스레 정치사찰과 언론사찰을 했던 것과 비교할 때 그 대범함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특히 언론사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광고주들에 대해서도 조사하도록 지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자신들의 친기업적 정책기조 등 정국운영에 성역없는 비판을 가할 수도 있는 언론에 대해 광고를 통해 압박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인수위가 문화관광부에서 파견된 박모 전문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이라며 인수위 차원의 지시나 공모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우리는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이 어떻게 독자적인 판단으로 언론사 간부 성향파악, 언론사찰을 그렇게 공공연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인수위는 이번 언론사찰에 대해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그 진실을 밝히고 연루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처벌해야 한다. 직권남용에 대해서도 단호한 형사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빙자한 기사송고실 폐쇄 등 참여정부의 반언론적 행태에 대해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한바 있다. 우리의 존재이유는 언론자유 사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기자 본연의 역할수행에 있다. 인수위와 곧 들어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듯 5공 당시의 국보위 행세를 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권의 언론통제 기도와 함께 독립언론 시사IN과 담당기자들에게 6억원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BBK 수사검사들의 언론재갈 물리기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력이든, 검찰권력이든, 광고를 앞세운 자본권력이든 그 어떤 거대권력이 언론자유를 억압하려할 때 단호히 맞설 것임을 밝혀둔다.

2008년 1월13일

한국기자협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