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빙상에서 사달이 났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국가대표 여자 컬링팀,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이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내고 언론 앞에 나서 눈물을 보였다. 그들의 호소는 보고도 믿지 못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계속해서 컬링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은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경북체육회가 아닌 ‘팀킴’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스킵 김은정 선수가 경기 도중 동료인 김영미를 부르는 화제가 되어 한동안 “영미” 신드롬이 생기기도 했다. 게다가 선수들 대부분이 의성군 출신이라는 것조차 회자가 되어 덩달아 의성군의 특산물인 마늘까지도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그들을 마늘소녀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2월 23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대체 누가, 왜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팀킴을 울렸으며,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에 빠뜨렸는가. 그 전말은 그들이 대한체육회에 보낸 호소문에 절절히 담겨 있다. 그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다양하다. 감독의 자질 문제, 선수 인권, 선수들은 일절 받지 못했다는 상금 및 후원금들의 행방 등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안타까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훈련과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팀킴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들이 컬링선수로서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창 이후 팀킴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감독님과 교수님(김경두)이 팀을 해체시키려 한다”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팀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컬링연맹 자체가 관리단체로 표류한 지 1년이 넘은 상태라 달리 의지할 곳도 없는 상태에서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신세계의 후원이 끊기면서 각종 세계대회에 출전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 출전권이 있어도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연히 선수들로서는 돈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김경두 교수의 폭언과 김초희 선수 대신 김민정 감독이 선수로 나서려 했다는 등의 팀 사유화 불만으로 선수들은 대한체육회에 감독단 교체를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2월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컬링 여자결승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한국 스킵 김은정이 스톤을 딜리버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내부문제로 어려움에 시달려온 팀킴은 급기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하며 국가대표 자격을 잃었다. 현재 강릉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 대회에는 한국 대표로 춘천시청팀이 출전 중이다. 그렇지만 국가보다 팀을 중시하는 컬링 전통상, 그랜드슬램 대회에는 작년의 활약이 좋았던 팀킴이 출전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팀의 문제로 인해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랜드슬램은 선수들에게는 올림픽만큼이나 의미 있는 대회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의 기적을 일군 팀킴은 당연히 차기 대회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팀킴은 차기 대회 출전은 고사하고 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한체육회는 물론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팀킴의 문제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쇼트트랙의 영웅 안현수 선수를 잃은 쓰린 경험을 안고 있다. 또 다시 스포츠 권력에 의해 선수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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