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KBS, SBS 사옥 ⓒ미디어스
법원은 지난 8일 방송계의 해묵은 갈등의 하나인 케이블방송사(SO)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단락된 게 아니다. 당연한 수순인 항소하겠다는 케이블방송사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 차원에서 논란의 한편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항소에 따른 법원 판결에 앞서 지상파방송사와 SO의 재협상과 여기에 방통위의 중재 노력이 더해질 것이다. 결국 이번 법원 판결은 어디까지나 케이블방송사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가 제대로 논의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SO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 특히 언론의 관심은 ‘이날 법원 판결로 과연 SO에서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시청자의 대다수가 SO를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SO를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율은 현저히 낮다.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SO란 망을 구축해 가입자를 대상으로 채널사용사업자(PP)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출이 발생한다. SO에서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당연히 대가의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방통위의 중재 하에 진행될 지상파방송사와 SO의 협상에는 재송신 대가 산정 논의가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이 이번 기회에 적절한 대가를 받아내는 것과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이번 법원 판결은 현저히 낮은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율을 바탕에 놓고 설명해야 하는 문제를 상당수 안고 있다.

SO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논란을 불거지게 만든 당사자는 바로 지상파방송사와 방송통신위원회(구 방송위원회)다. 지상파 방송사는 송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상파를 재송신 하는 것을 묵인했고 방통위는 유료방송시장 활성화를 핑계로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 개선 노력을 회피했다. 따라서 케이블 SO가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무단으로 동시 재송신해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공중 송신권 및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당연할 수 있으나 지상파 방송사와 방통위의 직무유기는 이번 판결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상파방송을 케이블을 거치지 않고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 현실은 재송신 논란의 분명한 한 축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상파방송사 대표하는 방송협회에서 법원 판단에 대한 환영 논평과 함께 이번 기회를 통해 지상파방송의 직접 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 나올 법도 한데 조용하다. 방향을 재송신 대가 산정으로 좁힌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방통위도 지상파 수신환경 개선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지원에 힘쓸 일이지 양자간 재송신 비용이나 조정해 보겠다고 나설 일은 아니다. 단순히 전송대가 산정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이익에 한정 될 뿐이다.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방통위는 무료방송망을 통해 수신하기 어렵게 만든 정책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협상이 결렬 돼 케이블 TV에서 지상파방송이 사라지면 시청자들이 IPTV나 위성방송 등 또 다른 유료 대안 매체를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잘못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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