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6일자 38면
동아일보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 아니 공정한 정부란 매우 고약하다. 6일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라는 김순덕 씨의 칼럼 ‘왕차관 박영준을 실세 총리로’는 공정치 못한 사회의 한 축에 공정하지 못한 언론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총리, 장관 내정자의 낙마와 유명환 장관의 딸 특혜 파문으로 온 나라에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들끓고 있는 이때에 김순덕 논설위원의 칼럼은 MB탓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공정한 사회를 차치하고 공정한 언론의 도래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김순덕 논설위원은 차기 총리로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명하라고 대놓고 조언했다. MB식으로 일을 잘 하는 사람이며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도 MB의 차관 발탁으로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형인 불법 사찰 문제의 핵심 인물을 총리로 발탁하라는 주장의 논지는 MB식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김순덕 논설위원은 박영준 차관에게 여권의 ‘이광재 안희정 같은 사람’이라는 ‘오마주’를 바친다. 김순덕 논설위원에 따르면 이 정부에서 정말 중요한 일은 거의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한 사람이며 ‘거물급이 하는 자원외교를 맡았고’, ‘4대강 살리기 정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세종시 수정 문제에도 관여했다.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고 이행할 인물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또한 김순덕 논설위원은 ‘박영준 총리 기용’은 양수겸장이라고 조언했다. 세대교체를 이루고 불법사찰 문제를 털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한 40대론을 대신해 “50대이니 세대교체도 된다”고 한다. 이어 “청문회를 통해 그의 연루 의혹이 해소되면 본인도 개운하고 정부도 더는 공정사회론에 발목 잡히는 일 없이 국정에 매진할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연속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또 다시 슬쩍 불법사찰 문제를 꺼내든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불거질 것이 뻔하니 이번 기회에 털고 가라는 것이다.

박영준 차관에 대한 오마주는 사실상 MB를 향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공정한 사회 구현을 권력을 가진자의 돌파로 이해하는 구도 밖에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날 동아일보의 사설 또한 이러한 구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설 ‘고위직 자녀 특권적 채용 전면 감시하라’는 “공정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로 자리 잡으려면 공직사회의 특권과 반칙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말의 잔치에 거꾸로 당한 MB부터 따져 봤어야할 공정사회 논란에 사정의 수준을 높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처방을 주문한다. 반성 대신 책임을 돌리는 채찍을 들라는 얘기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동아일보의 수준은 이것 밖에는 안 된다.

▲ 조선일보 6일자 사설

조선일보가 보다 사회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논하는 상대로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개념과 방법을 묻고 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것을 이룰 수단은 또 무엇인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아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사정에 대해서도 여러 정책 수단 중 하책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지난 5일 대통령 발언문에 담긴 ‘기득권자’라는 표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통령 참모들이 이날 대통령의 발언문에 좌파 정권들이 보수 세력을 공격하는 무기로 써왔던 ‘기득권자’라는 단어를 그대로 빌려온 것은 정치적 감각을 결여한 선택이다”

MB정부가 공정한 사회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 없이 좌파정부 흉내를 내고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위치상 기득권자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기득권자라는 단어에 별 반응 없는 동아일보는 생각이 없거나 MB와 한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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