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K리그는 경기장이란 측면에서는 상당히 축복받은 리그란 생각이 늘 듭니다.

유럽의 어지간한 리그보다 더 좋은 경기장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리그 각 구단의 홈구장, 시설이나 규모에서 모든 면이 우월하죠.

여타 프로종목들의 경기장 사정과 비교해도 K리그는 분명 우월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K리그에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존재하더군요. 오히려 상대적인 느낌에선 더더욱 어두움과 아쉬움이 크다고나 할까요? 오랜만에 주중 정규리그가 펼쳐졌던 어제,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어제 성남탄천. 수원과 성남의 경기 @탄천 =스포츠칸 사진

경기장의 여기저기가 함정처럼 움푹움푹 패여 있었고, 급하게 심어놓은 잔디들은 그 뿌리를 내리지 못해 금방 벗겨집니다. 선수나 감독, 상대팀과 홈팀 할 것 없이 모두가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힘든 상황, 당연히 수준 높은 경기는 기대하기 힘들었고, 결국 경기는 0대0 두 팀 모두다 무득점으로 끝났습니다.

K리그 팀들 가운데 드물게(?) 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성남, 하지만 역시 월드컵 경기장이 아닌 포항이나 전남의 홈구장인 포항스틸야드나 광양전용구장에 비교하더라도 너무 수준이 떨어집니다. 더위와 기습적인 폭우가 원인이라곤 합니다만, 그래도 심각한 수준이란 거죠.

더 심각한 건 이런 사정이 비단 성남만의 일이 아니란 거! 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도 최근 그라운드 사정은 최악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 행사와 구조적 문제로 인한 통풍의 어려움 등으로 아름다운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매우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단 겁니다.

지난 컵 대회 결승전에서 전주의 잔디는 경기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힐 만큼 문제가 됐단 말입니다. 잔디관리는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골프장들의 잔디와 비교하면 국가적인 행사를 치렀던 월드컵 경기장과 리그를 운용하는 경기장의 잔디는 그저 부끄럽습니다.

처참함과 참담함이 절로 든다는 거.

뭐, 이들의 문제는 어찌 보면 그래도 고급스러운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월드컵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을 홈으로 하지만, 육상대회로 2년간 홈구장을 떠난 대구FC는 이미 불 꺼진 경기장의 경기를 치러야 했다는 거죠. 심지어 내리는 비와 그 비에 대한 배수시설이 너무도 취약한 나머지 공이 구르지도 않던 경기장에서 말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프로리그를 치른다는 사실 자체가 암담하다는 생각도 든다는...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들, 그걸 관리하고 유지, 보수하는데 능력이 없어서야 어찌 우리가 다시 한 번 월드컵을 유치할 국가라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리그의 선수들은 잔디가 뒤집어 지고 공이 물에 구르지 못하며 불이 꺼진 경기장을 익숙하게 여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처참한 현실이 당연시 될런지, 우리 축구는 아무래도 기본적인 시설만 있을 뿐, 결국 참 멀었단 생각, 다시금 해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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