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일, OBS 개국 원년 방송목표를 수행할 조직이 발표되었다. 2007년 하반기 6개월 동안만 4번의 조직개편이 있었다. 개국 준비 과정에서 최적의 조직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백 번 이해한다고 해도, 이제 정상적인 방송사 조직 구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이번 조직개편에 난데없이 비서실이 신설됐다.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비서실 신설에 대해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수개월 전에도 대주주의 제안으로 비서실 신설이 추진됐었다. 그러나 임원들조차 방송사에 비서실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고, 내부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국직후 기습적으로 비서실을 만든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노조는 비서실 신설에 대주주의 입김이 작용했고, 주철환 사장을 비롯한 OBS 경영진이 이를 용인했다면 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반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노조는 OBS에서 비서실이 왜 필요하고,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지금 OBS에서 필요한 것은 비서설이 아니라 정책기획실이다. OBS는 그동안 정통부 허가와 개국에 급급해 허겁지겁 달려왔다. 이제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OBS의 비전을 만들어 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사급 연구 인력을 영입하고 능력 있는 구성원들을 모아 제대로 된 정책기획실을 만들어야 한다.

개국 후 OBS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개국준비조직이 아니고 명실상부한 방송사다. 대표이사 사장 중심의 일원화된 힘 있는 조직이 필요한 때이다. 더 이상 옥상옥(屋上屋)식의 조직은 안 된다. 230명에 불과한 조직에 임원이 6명이나 된다. 대표이사 사장 위에 왜 임원이 필요한가. 이제 개국에 역할을 해준 분은 스스로 아름다운 퇴장을 해야 할 시기이다. 사공이 많으면 OBS가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모른다. OBS를 위해서 스스로 결단을 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친다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원칙을 잃은 인사도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 노조는 지난달 공정방송위원회 첫 회의에서 한나라당 수원시장후보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모차장에 대해서 뉴스 공정성 시비가 일어 날 수 있는 정치팀과 사회팀의 직책 수행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어제 김차장을 사회팀장으로 발령 냈다. OBS의 규모나 지역방송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회팀은 정치팀 이상으로 총선 등 선거보도에서 큰 역할을 한다. 특정 정당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사람에게 OBS 사회팀장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겪이다. 또한 수원시나 수원시장과 관련된 고발성 보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OBS는 시청자들의 힘으로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개국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OBS에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 개국 후 조합원들은 인력 부족과 시스템 불안정 등으로 과도한 업무와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를 꿋꿋이 참고 버텨내고 있다. OBS는 조직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앞만 보고 달려도 벅찬 상황이다.

그런데 사측 스스로 조직을 엉망으로 만들고, 원칙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고 있다. 사측은 당장 조직을 바로 세우고 원칙을 지켜라. 그렇지 않으면 노조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제 곧 임단협이 시작된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을 OBS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2008년 1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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