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가 3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정말 기대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훗날 영조가 될 천재 금의 등장도 그러했고, 우연히 만난 아버지 숙종과 아들 금 사이에 홍길동 데이트도 정말 감동적이었구요. 숙종은 지난 세월 참고 지내온 것은 숨겨둔 의중이 있었다는 것 역시 그것이 무엇일까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어제 46회를 보면서 45분까지는 최고의 감동 속에서 시청을 하다가, 마지막 15분에서 억지 부리는 숙종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요. 정말 안타깝더군요.

감동의 45분

다시 한성부 판관으로 변신한 숙종은 아들 금과 함께 홍길동 데이트를 만끽하는데요. 정말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숙종과 이 한성부 판관이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모르는 금 사이의 행복하면서도 애절해 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숙종은 금이 낡은 소학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빳빳한 새 소학책과 고급 책보를 선물하는데요. 그동안 아비로서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그렇게나마 금에게 선물을 주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소학책을 받아든 금이 자신은 중용이나 대학이 더 좋지만 이렇게 선물을 주는 마음 씀씀이를 생각해서 고맙게 받겠다고 하는데요. 중용이나 대학은 과거를 치르는 선비도 어려워하는 서책인데 그것을 이제 7세 밖에 안 된 금이 좋아한다고 하는 것을 본 숙종은, 금이 자신을 닮아 허풍이 세다고 생각해버리고 맙니다. 나중에 금이 신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놀라면서도 기뻐할지 상상이 되더군요.

그렇게 선물까지 준 숙종은 금과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하는데요. 저잣거리에서 사당패의 신나는 묘기도 함께 구경하고, 모래판에서 벌어진 씨름도 구경하기도 합니다. 씨름을 보다가 아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숙종은 괜히 옆에서 씨름을 잘 하는 척 했다가, 금에게 씨름을 해보라며 모래판으로 떠밀려나고 마는데요. 숙종은 난감해하면서도 아들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모래판으로 나서 막판 대장같이 생긴 장정과 씨름을 하게 됩니다.

두판을 내리진 숙종은 아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오기로 버티게 되고, 결국 힘쓰다 지친 장정이 뒤로 쓰러지며 숙종은 드디어 이기게 되는데요. 자신도 놀란 숙종은 포효를 하고 금 역시 신나서 숙종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모래판을 뛰어다닙니다. 옥체가 상할까 걱정하던 상선영감 역시 차마 안타까운 맘에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다가, 숙종이 이겨버리자 순간 전하라고 말할 뻔한 것을 머금고 함께 기쁨을 만끽하지요.

그렇게 신나게 씨름을 한 숙종과 금은 산 속의 계곡으로 가서 흘렸던 땀을 씻으며 물장구도 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요. 금은 모르지만 아들과 아비가 그렇게 물장구치며 노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이면서 흐뭇해지더라구요. 한바탕 물놀이를 즐긴 숙종은 금의 몸을 닦아주다가, 금이 한성부 판관인 자네가 이렇게 자신과 함께 놀아주니 아바마마가 생각이 난다는 말에 울컥하게 되는데요.

금은 아직도 동이가 숙종을 그리워하고 있고, 아바마마를 볼 수 있는 한성부 판관이 부럽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바마마를 원망하지 않지만 동이가 숙종을 그리며 힘들어 할 때면 속상하다고 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숙종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지, 안타까워하며 전하 역시 숙원과 왕자를 잊지 않았을 거라며 눈물을 머금는 숙종이 너무 애절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부자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 숙종과 금은 아쉬워하며 헤어지는데요. 숙종은 금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몰래 지켜보며, 그들을 다시 궁궐로 불러들일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그런데 평소 동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오호양이 그런 숙종을 발견하고 이를 어머니인 박씨 부인에게 얘기하는데요. 장희빈의 모인 윤씨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박씨 부인은 염장을 질러볼까 하는 마음에 그 길로 달려가 숙종이 숙원과 아들을 만나더라는 것을 얘기하게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윤씨는 깜짝 놀라며 불같이 화를 내는데요. 박씨 부인을 보내고 윤씨는 결국 장희빈 몰래 또 숙원과 아들을 해치기 위해 사가에 불을 지를 계획을 꾸미게 됩니다. 윤씨의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 동이의 사가에 밤에 몰래 잠입해서 동이가 나오지 못하도록 문고리에 호미를 끼워놓은 뒤 불을 지르는데요. 가까스로 숙종의 명으로 사가의 주위에서 동이를 지키고 있던 관원이 이를 발견하고 달려와 동이와 금을 구하게 됩니다.

동이가 있는 사가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은 숙종은 깜짝 놀라며 정신줄을 놓고 밤에 정문으로 궁궐을 나서 동이에게 달려가는데요. 왕이 숙원을 만나러 갔다는 소문이 궁궐에 금세 퍼져버리고 맙니다. 암튼 그런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던 숙종은 허겁지겁 달려갔다가 드디어 동이를 정면에서 마주치게 되는데요. 그동안 참아왔던 숙종의 마음이 한방에 무너지며 동이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정말 견우와 직녀가 7월 7석 재회를 하는 것 마냥 애절했는데요. 6년간을 참아왔던 그 사랑하는 마음을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고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는 숙종의 말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지막 15분

그렇게 동이와 감격스러운 재회를 한 숙종은 궁궐로 들어와 도승지를 불러들이는데요. 동이와 금을 궁궐로 불러들인다는 교지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대전에서 신하를 불러놓고 동이와 금을 다시 궁궐로 불러들일 것을 선포하게 되는데요. 환궁의 이유가 너무도 억지스러워서 기대했던 만큼이나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숙종은 두 가지 명분을 내세웠는데요. 첫 번째 명분은 이미 숨겨둔 의중이 있다고 할 때부터 예상했던 바였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금은 벌써 7세가 되었고 그 나이는 왕실의 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기 때문에, 왕실의 법도에 따라 왕자와 숙원을 궁궐로 불러들여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대신들이 불같이 반대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적당한 밀당 속에서 타협을 하고, 아마도 금만 교육을 위해 궁궐로 들어오고 동이는 사가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동이의 경우 분명 숙종이 사가로 내보내면서 영수의 죽음을 이유로 죄를 묻지 않았고, 대신 자신이 다시는 숙원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포를 했는데요. 아들 금의 경우 동이가 사가로 나간 뒤에 낳은 왕자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궁궐로 불러들이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동이의 경우는 아닌데요. 왕명을 뒤집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왕명에 대한 지엄함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하거늘, 더군다나 그것이 왕명임에도 불구하고 뒤집는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동이는 은근슬쩍 끼워서 궁궐로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두 번째 명분을 내세우며 억지를 부리는 숙종을 보고는 정말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조건 폼과 무게만 잡고 있는 왕보다는 휠씬 인간적이고 파격적이었던 깨방정 숙종까지는 좋았는데요. 하지만 숙종을 사랑에 눈멀어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하며 억지를 부리는 왕으로 만든 것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숙종은 환국정치를 하며 그 누구보다도 냉철하고 무서웠던 왕인데, 그저 왕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으로 자신이 내뱉은 말도 무시한 채 호미를 들고 겁을 주는 그 모습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숙종이 내세운 두 번째 명분은 사가가 불에 타서 왕손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궁궐로 불러들인다였는데요. 그리고 대신들이 반대할 경우 사가에 있는 숙원과 금에게 탈끝 하나라도 다친다면 반대를 했던 대신들에게 그 죄를 목숨으로 묻겠다며 협박을 합니다.

먼저 사가가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해서 왕손이 위험에 처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궁궐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가에 나가있는 숙원과 왕자의 안위를 지키지 못한 관원들에게 그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왜곡하여 그 책임을 대신들에게 물으며 궁궐로 들여야 한다는 것은 전혀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단지 내가 왕이기 때문에 말 안 들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인 것이죠.

물론 숙종은 호미를 내세워 사건이 의도적으로 숙원과 왕자를 시해하려는 방화 음모였다는 것을 강조하며, 대신들 사이에 그 주동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협박을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동자는 대신들 사이에 없었는데요. 그 사건은 장희빈의 모인 윤씨가 단독으로 몰래 벌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이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또한 만약 사건의 범인을 잡고 세자에게 위협이 될지 모르는 숙원과 왕자를 해하려 벌인 일이라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요. 하지만 범인도 모르고 범행의도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숙종의 그런 협박은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숙종은 방화사건에 대한 보다 확실한 조사를 지시하고, 방화사건이 발생하도록 치안에 신경을 못 쓰고 왕손의 안위를 위험하게 만든 관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실망한 것은 스토리의 개연성인데요. 숙종은 분명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첫 번째 명분이었음이 밝혀졌구요. 하지만 숙종의 입장에서는 우연히 발생한 방화사건을 두 번째 명분으로 결정타를 때리고 대신들을 협박해서 동이와 금을 환궁시키게 되는데요. 방화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왕자는 몰라도 숙종은 동이를 궁궐로 불러들이는 것은 힘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동이를 궁궐로 환궁시키기 위해 억지로 만든 에피소드라는 의구심이 드는데요. 원래 역사에서는 이미 벌써 숙빈의 자리에 있었어야 할 동이지만 아직 숙원의 자리에 머물러 있고,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죽을 때 동이의 활약이 있어야 하기에 궁궐로 불러들여 한 번에 해결하려는 속셈인 거 같습니다. 원래 이것은 동이가 궁궐에 계속 남아있으면서 진행되었어야 하는 일인데, 검계 사건으로 최씨를 찾는 과정에서 동이를 살리기 위해 뺏다 넣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덕분에 숙종은 동이에 대한 마음 때문에 억지나 부리는 안타까운 왕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장희빈도 그렇고 장희재, 장무열, 차천수, 서용기 등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너무 슈퍼 동이의 동이에 의한 동이를 위한 스토리만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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