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충남 공주시 금강의 4대강 사업 구간에서 금강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공주/연합뉴스
지난 4일 충남도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을 두고 5일 언론보도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30일 안희정 충남지사·김두관 경남지사에게 공문을 발송, 4대강 위탁 사업을 계속할지에 대해 오는 6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충남도는 4일 위탁사업의 지속여부와는 별개로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식입장을 중앙정부에 제시했다.

하지만 충남도가 제시한 의견을 전하는 언론의 해석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꼽아보자면 ‘충남, 보․준설 재검토 협의 공식요청’(한겨레)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은 ‘돌연 4대강 입장 바꾼 충남․충북․경남지사의 속내’가 차지하고 있다. 결국 언론사 입장에 따라 해석했다는 것으로 조선일보는 위탁사업 지속여부에 대한 입장에 집중했으며 한겨레는 충남도의 ‘보․준설 재검토 협의 공식 요청’을 강조했다. 이는 4대강 사업 자체를 판단하는 시각과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우선 한겨레는 “충남도가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보 건설과 준설에 대해 재검토를 협의를 하자고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했다”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재검토를 협의하자고 요청한 일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16개 시도 지사와의 대화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 협의하겠다’고 약속했으므로 충남도는 9월말까지 ‘4대강(금강)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에서 의견을 정리해 중앙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검토 협의뿐만 아니라 공사를 일시 중지해야 할 사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보 건설과 대형 준설을 꼽았다.

다만 국토부가 물은 4대강 위탁 사업에 대해 금강살리기 4개 공구는 정상 추진 중이며 사업 과정에서 기존 계획에 문제가 발견되면 대안을 마련해 협의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 계획에 대한 정상 추진 의사와는 거리가 있다. 한겨레보도를 정리해보면 충남도는 위탁 사업 수행 여부와는 별개로, 4대강사업 재검토를 전제로 중앙정부와의 협의 및 대화를 요구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달랐다. 국토부의 해석을 밑받침 삼아 ‘입장 변화’라는 차원에서 다뤘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저지하겠다며 완강하게 반대했던 충남·충북·경남지사의 기조가 '찬성' 쪽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며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도 충남과 충북은 공문 등을 통해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충남·경남지사의 입장 변화는 4대강 유역 기초자치단체장들과 주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유로 마냥 반대를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4대강 사업 반대를 정치적 이유라고 폄훼하는 수사를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언론보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한겨레 기사를 참조해야할 것 같다. 국토부의 마사지를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다.

한겨레 5일자 “[현장에서] 국토부 ‘충남도 4대강 입장’ 입맛대로 왜곡”
4일 오후 3시50분께 국토해양부는 ‘충청남·북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상추진 의사 밝힘’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충청남·북도가 금강 살리기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해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에게 회신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국토부는 이어 “앞으로 충청남·북도가 국가대행공사 시행자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충청남·북도가 그동안 밝혀 온 ‘4대강 사업 재검토 의견’을 철회한 것처럼 못박은 것이다.

국토부의 이 보도자료가 나온 뒤 일부 언론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사실상 4대강 사업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충남도가 발끈하며 국토부 보도자료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 국토부에 보낸 공문의 핵심은 ‘속도 조절과 재검토’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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