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잇따르고 있는 MB정부의 친서민행보는 말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용산과 쌍용차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친서민행보가 일관된 하나의 흐름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말의 전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을 옥죄고 있는 비즈니스프랜드리’라는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친서민행보는 적어도 말의 잔치에 있어 많은 부분에 대한 배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만 강조하고 동일선상에서 되돌아봐야할 것은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정책적 신뢰 보다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요령의 내공만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고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고경아카데미 조찬 강연에서 MB정부의 친서민행보에 말을 보탰다. 최 방통위원장은 “더불어 사는 사회, 갈등이 최소화되는 사회가 필요하다”며 SKT를 콕 찍어 대기업의 고용문제를 지적했다.

“매출 12조원의 SK텔레콤 직원이 4500명인데, 작년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NHN은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비율 대로라면 SK텔레콤은 6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

최 위원장 관할 구역의 기업인 NHN을 기준으로 삼아 SKT의 최대 고용 인원수를 정한 셈인데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고용을 늘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 위원장에겐 고용만 중요할 뿐 회피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해고의 문제는 염두에 없었다. 말은 맞지만 말의 잔치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 위원장의 관할 구역인 KT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는 6,000여명의 특별명예퇴직이 단행됐다. 말이 명퇴지 사실상의 해고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게 관련자의 증언이다. 현재에도 관련 행정 청구 심판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KT는 열한 차례의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을 통해 6만 2천명의 직원을 3만 1천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한다.

고용과 해고는 다른 문제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동등하게 따져야 봐야 하는 문제다. 최 위원장의 말, 설득력 있거나 감동적이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피하면 될 소나기 정도쯤 되지 않을까 싶다.

말꼬리 잡아보겠다. 최 위원장의 기준을 적용해보면 KT는 현재 3만 여명인 고용인원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2009년 KT의 매출은 대략 18조원이다. 10배 이상 늘려야 하는 SKT 보다는 적지만 고용을 늘려야하는 처지인 것은 맞다. 최 위원장은 모르겠지만 KT에게 시급한 것은 고용보다는 해고 회피다.

고용도 중요하지만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 더불어 사는 사회에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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