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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쪽지문과 립스틱, 강릉 노파 살인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두 개의 증거 두 명의 유력한 용의자, 풀리지 않는 진실
장영 기자 | 승인 2018.06.03 15:31

13년 전 일어났던 미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를 묶었던 테이프 안쪽에서 기적처럼 쪽지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발견되었다고 해도 지문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지문이다. 하지만 기술은 발전했고, 작은 일부분의 쪽지문이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쪽지문과 립스틱;
범행 현장에 남겨진 두 개의 증거 두 명의 유력한 용의자, 풀리지 않는 사건의 진실

2005년 5월 강릉의 조용한 마을에서 노인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대낮 노인의 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기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초동 수사가 중요한 이유를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건 현장에는 두 개의 증거가 있었다. 컵에 묻은 립스틱 자국과 뒤늦게 발견된 테이프 안쪽의 쪽지문이 바로 그것이다. 분명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두 개의 증거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건 초기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주변 탐사에 집중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쪽지문과 립스틱 - 살인의 증거인가, 우연의 흔적인가’ 편

수양딸로 삼아 지내고 있던, 같은 마을에 살던 박씨를 범인으로 보고 취조로 살인 고백까지 받아냈지만 사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취조 과정에서 받은 모든 것은 강압에 의해 경찰이 요구한 답변을 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괴한 비구니까지 등장했다. 

비구니가 어느 날 갑자기 박씨 여인을 찾아와 노인 사망 사건에 대해 진술을 하지 않으면 당신 아들이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문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압박을 준 비구니가 사건을 담당한 형사의 누나였다는 사실이다. 

함정 수사를 했던 정황은 미제사건으로 만든 이유가 되었다.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반지 등 패물을 훔쳐 집 앞 밭에 버렸다는 증언에 따라 샅샅이 뒤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패물을 찾을 수 없었다. 강압에 의해 만들어진 진술은 아무런 법적 효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 오히려 뒤늦게 등장한 유력한 용의자가 무죄를 받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뒤늦게 범행 현장에 버려졌던 테이프 안쪽에서 쪽지문이 발견되었다. 시대가 변화하며 쪽지문이라도 전체 지문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다.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던 범인이 붙잡혔지만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쪽지문과 립스틱 - 살인의 증거인가, 우연의 흔적인가’ 편

범행 도구에서 발견된 지문만으로도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용의자는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자신이 전과자라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오토바이에 있던 테이프가 범행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적극적으로 반격하지 못한 검찰로 인해 유력한 용의자는 무죄를 받았다. 경찰의 범인 조작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 않았다. 다양한 강력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던 용의자는 작은 차를 타고 다녔다. 그를 알고 있는 그 누구도 그가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용의자는 우연히 오토바이를 주워 가게에 타고 다녔는데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테이프는 낚시를 좋아해 현장에서 낚싯대 고정을 하기 위해 사용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낚시를 같이 다니던 친구는 낚시터에서 테이프를 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더욱 오토바이가 아닌 작은 차를 타고 다녔다고 주장하는 상태에서 용의자의 주장만 존재할 뿐이다. 

용의자는 자신의 테이프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주장하지 않으면 사건 현장의 살해 도구에 남은 지문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테이프가 사라졌고, 우연하게 사건 현장에 남겨졌을 뿐이라는 것이 용의자의 주장이다. 우연이 만든 결과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남겨두고 간 테이프에 주목했다. 범인이 가지고 온 것이라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테이프를 두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런 도구도 없이 들어가 현장에 마침 테이프가 있어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라면 건장한 남성으로서는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쪽지문과 립스틱 - 살인의 증거인가, 우연의 흔적인가’ 편

당시 피해자 노인이 집안에서 테이프를 사용해왔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감자 농사 등을 해서 박스 작업을 해왔고, 실제 테이프를 자주 사용했다는 목격자도 있었다. 이는 범죄 현장에 테이프가 있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문제의 테이프는 조사 결과 용의자가 장터에서 샀다는 주장과 달리, 큰 마트 같은 곳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제품에 비해 고가였던 테이프는 시골 장터나 작은 상점에서는 살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말은 용의자의 주장에 반한다. 그리고 범행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가지고 왔다면 범행 현장에 두고 갈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테이프는 희생자의 집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희생자가 사용하던 테이프. 그 테이프 안쪽에 범인의 쪽지문이 남겨져 있다. 이는 너무 명확한 증거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전과자의 지문이 남겨진 테이프가 범행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주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경찰이 찾았다는 컵에 묻은 립스틱은 범인으로 지목한 박 여인의 것과 달랐다. 이는 박 여인이 주장했던 당일 할머니를 만나러 가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면식범의 범행이라는 초동 수사 지침은 그렇게 진범 찾기를 어렵게 했고, 강압 수사를 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범행 과정을 보면 박 여인 혼자 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었다. 힘이 센 남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이 곳곳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뒤늦게 집안에 많은 돈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력 용의자는 돈이 그렇게 많은데 자신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왜 돈을 안 가지고 오고 패물 몇 개만 가지고 나왔겠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돈은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어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방송 취재 결과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쪽지문과 립스틱 - 살인의 증거인가, 우연의 흔적인가’ 편

피해자를 겁박한 과정을 보면 뭔가를 듣기 위해 고문하는 방식에서 사용된 형태라고 했다. 범행 현장을 봐도 온 방안을 뒤진 흔적이 있다. 범인은 금품을 노리고 들어왔고, 그렇게 방안을 뒤지며 노인을 겁박했고, 협박을 받았다. 범인이 돈이 있었음에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찾을 수 없어 패물 몇 가지만 가지고 도망갔다는 점이다.

경찰이 초기 수사를 통해 범인이라고 지목했던 박 여인은 철저하게 조작된 범죄자였다. 범행 도구로 사용했다는 청소 도구도 문제였고, 모든 것이 맞지 않았다. 면식 범죄로 만들기 위해 함정 수사를 해서 만든 가짜 범인은 결과적으로 진범을 잡기 힘들게 만들었다. 

13년이 흘러 쪽지문으로 용의자를 찾았지만, 검찰과 경찰은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기 어렵게 하고 있다. 피해자 아들은 이혼 후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없는 엄마를 어렵게 찾아 함께 살게 된, 특별한 인연을 가진 가족이었다. 억울하게 사망한 어머니의 한을 푸는 것은 진범을 잡는 것이 전부다. 

쪽지문과 매듭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문제의 테이프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여성이지만 괄괄했던 피해자를 단숨에 제압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범행 현장에 있던 립스틱은 유력한 용의자라 주장했던 박 여인의 것이 아니었다. 다른 쪽지문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용의자의 것이다.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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