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확실했던 목표에 비해 불안정했던 포맷은 안정되어 가고 있고, 교체로 불안정했던 여러 명의 멤버들도 시간과 함께 각자의 케릭터를 구축하고 나름의 호흡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감동과 공익을 우선시한다고는 하지만 그 안의 잔재미와 얻을 수 있는 재미도 적지 않죠. 일밤의 개편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프로그램, 단비는 물론 다른 경쟁자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 온 가족이 모여 부담 없이 볼만한 일요일 저녁 예능의 공식에 충실한 모범 답안 같은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자체적인 해결책이 막막한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초특급 게스트를 섭외해 그를 둘러싼 이슈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출연자 입장에서도 해외봉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시청률에도 큰 부담이 없는 단비 나들이는 매력적인 장점이 많은 선택이구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얼굴을 단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런 부담 없음이란 아이러니 덕분일거에요.
그렇지만 신세경의 등장에도 일밤 단비의 시청률은 전혀 움직일 기세가 아닙니다. 첫 예능 출연이라는 호들갑을 떨어보기도 하고, 최대한 방송의 초점을 그녀에게 집중하며 어떻게든 그녀를 부각시키려 노력도 해보지만 부질없는 시도였죠. 별다른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역시 아름다웠고, 비스트의 윤두준과의 러브라인 만들어보기로 애를 써보기도 하고, 내전으로 고통 받는 동아이티 사람들의 사연도 눈물겨웠지만 단비는 딱 그 정도까지의 재미와 감동에서 멈추어버린 채 여전히 5%내외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무리 천하의 신세경이라 해도 별 수 없었던 것이죠.
시간대도 일요일용으로 적절하고, 내용도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방향의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단비가 앞으로도 별다른 가망이 없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더 이상의 색다른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혹은 경쟁자들이 엄청난 자책골을 넣지 않는 이상, 단비의 부진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을 거에요. 하긴 소수의 열광적인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 역시 시청률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한번 몰락한 명가를 재건하는 것은 이만큼이나 힘든 일인가봅니다. 그만큼 일요일 저녁의 격돌은 눈물겨울 정도로 치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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