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응원단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화제가 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쨌든 10년간 막혀 있던 남북교류의 풍선효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응원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화장실까지 쫓아가는 실수와 무례를 보였던 사실은 언론의 오점으로 기록되었다. 그만큼 북한응원단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으로 닫혔을 때는 몰랐던 사실을 새삼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응원단의 존재는 물론 경기장에서 가장 빛나고 있다. 북한응원단이 빠지지 않는 곳은 당연히 남북단일팀이 구성된 여자하키 경기다. 두 번 모두 월등한 실력 차이로 완패한 경기였지만 적어도 경기장의 관객들은 졌다는 사실보다는 북한응원단의 뜨거운 응원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북한응원단에서 터져 나온 “우리는 하나다” 구호는 경기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지만 남북단일팀 선수들에게 이만한 격려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북한응원단이 격려하는 또 하나의 대상이 있다. 바로 독도다. IOC는 올림픽의 비정치성을 강조하며 한반도기에 독도를 넣지 않기를 권고했다. 그러나 독도가 영토인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상 독도를 넣지 말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다만 개최국 입장에서 IOC와 예민하게 맞설 수 없어 이의제기 없이 따르기로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독도가 포함된 북한응원단의 한반도기를 문제 삼고 있다. 북한응원단의 한반도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미 IOC 권고에 따라 공식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뺐던 우리로서는 일본의 이런 도발에 해도 너무 한다는 심정이지만 올림픽개최국으로서 참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은 달랐다. 북한 매체 ‘우리끼리’는 이런 한반도기 논란에 대해서 지난 10일 “독도는 법적 근거로 보나 역사적 근거로 보나 우리 민족 고유의 영토로서 그 영유권은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기간에 통일기에 독도를 표기하는 것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문제도 아니고 또 따지고들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일본의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2018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에서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노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매체는 일본에만 쓴소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하면서 독도가 표기되지 않는 통일기를 이용할 데 대한 그릇된 결정을 채택하였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제 땅에서 자기의 영유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수치를 느껴야 하며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남측을 향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입장에 함몰돼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에 대한 핵심을 찌르는 말이면서 한편으로는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사이다발언이기도 하다. 사실 IOC가 독도를 정치적 문제로 규정한 것은 실질적으로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알면서도 당하는 것이 스포츠 외교가 뒤진 우리들 입장이었다. 거기에 올림픽 주최국이라는 위치는 IOC 뒤에서 알력을 행사하는 일본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고노 타로 일본 외무장관은 "북한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볼멘소리를 했다는데, 참 양심 없다는 논평말고는 해줄 말이 없다.

우리가 하지 못한 말을 IOC와 일본에 대신해준 북한매체 ‘우리끼리’가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당연히 일본이 어떤 생떼를 부리더라도 북한응원단은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IOC라 할지라도 북한응원단이 무엇을 하든 제재할 수 없다. 일례로 러시아 선수들이 국기와 국가명칭을 사용할 수 없지만 응원단이 러시아국기를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북한의 마이웨이가 이럴 때는 부러울 따름이다. 공식 한반도기에 독도가 빠지기로 결정됐을 때 잠잠하던 우리 언론이 동시에 부끄러운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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