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6.2 지방선거가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이나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금쪽같은 시간이었을 것이고, 흘려버리기가 너무 아까운 시간일 것이고, 대다수의 주민들은 ‘선거가 이제 끝나는구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10일 옥천신문 주최로 열린 6·2지방선거 군수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3시간 여에 걸쳐 진행됐다. 사진은 토론을 지켜보고 있는 방청객의 모습 ⓒ옥천신문
그도 그럴 것이 주민들은 선거가 지역경기를 팍 죽여놨다고 한숨이다. 선거가 서민들을 더 못살게 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어떤 이들은 선거 때 후보자가 돈을 풀고 밥이라도 사먹일 것인데, 그러면 하다못해 식당도 잘 돼야 하는데 정작 현실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선거가 어떻게 서민들만 죽이느냐고, 선거가 빨리 끝나던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물론 선거 때 들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역경기 탓에 그냥 해보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후보자들이 선거 사무실을 여는 개소식 행사 때문에 호황을 맞은 일부 꽃집이나 현수막, 기획사 등 선거 관련 일을 하는 업체나 업소 등을 제외하고는 식당가, 기타 상가 등은 체감경기가 확실히 죽어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후보들에게서 밥을 얻어먹겠나? 무서운(?) 현행 선거법을 모른다면 모를까, 밥 얻어먹고 후보 선택해서 찍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나 모르겠다. 알음알음 먹을 수도 있겠고, 보이지 않는 곳, 또는 버젓이 후보자의 돈을 요구하는 유권자가 있다는 뒷얘기도 들리는 상황이니, 그에 손바닥 맞추는 후보자가 없도록 유권자가 먼저 나서서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해야 할 일이다.

여하튼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 변수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우선 한용택 옥천군수가 토착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다시 한 번 느껴야 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법이 허용되는 선거운동에 나섰던 여러 후보는 유권자들과 만나면서 지독한 정치 혐오, 또는 불신감을 느껴야 했다고 고백한다.

다들 도둑놈이라는 유권자들의 시각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고 고백한 후보도 있다. 자신이 한 짓은 아니지만 지역정치도 정치인만큼 한 사람이 잘못하면 싸잡아 비난을 받는게 정치판의 특성이다.

어쨌거나 한 쪽에서는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난해도, 누군가는 나서서 주민 대표로 지방자치를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은 분명한 사실. 그래서 말인데 정책선거 하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구호가 더욱 겉돈다.

선거법은 돈을 묶고 말과 정책은 푼다는 요지로 개정돼 왔다. 군단위 고장의 경우 3월21일부터 군수나 군의원 예비후보들이 후보등록을 한 후 선거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들 예비후보들이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야 기껏 새벽 일찍부터 각 아파트나 관광버스 행렬, 행사장을 돌며 주민들과 만나서 악수하고 명함 돌리는 일 밖에는 없었다.

명함을 돌리는 일조차도 엄격한 제한이 있고 홍보물을 돌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한 마디로 다 괜찮다.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거다.

그나마 군수 선거의 경우 선거일 50일 전부터 언론기관의 토론회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옥천신문에서도 지난 10일 세 명의 옥천군수 예비후보들을 초청, 후보자의 생각과 정책을 들었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속속들이 지방살림을 감시하는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하는 군의원, 도의원 후보들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야 언론기관의 토론회가 가능하다.

문제는 지역에서 전국지에서도 가끔 지지율이나마 조사해서 발표하는 군수 빼고, 군의원, 도의원의 경우 지역 주간신문들이 유권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후보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할 이를 감당할 매체가 없다는 데 있다. 도단위 일간지나 전국단위 일간지는 지면 제약 때문에라도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지방자치를 키우고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이런 주간 지역신문들이 의원 후보들을 정책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옥천신문은 이번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후 신문을 딱 두 번밖에 발행하지 못한다. 5월20일자(금요일자 발행이지만 21일이 석가탄신일이기 때문에 하루 앞당겨 발행)와 28일자다.

이 기간 동안 의원 후보들을 초청, 정책을 검증하는 자리를 가지려면 적어도 다섯 번의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 옥천군내에는 3개의 군의원 선거구와 2개 도의원 선거구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두 번 신문 발행하는 동안에 다섯 번의 토론회가 가능할까? 정말 준비를 잘 해서 한다면 할 수도 있지만 기타 후보들의 선거 기사가 쏟아지는 마당에 다섯 번의 토론회를 해서 두 번 나오는 신문에 나누어 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관위가 구호로 내세우듯 돈은 묶고, 입은 푸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 나갈 의지가 있다면 군수나 의원 선거나 똑같이 토론할 수 있는 기간을 똑같이 주어야 한다.

나는 왜 각 선거별로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일정이 차이가 나는 지 이해를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변수로 인해서 실종됐다는 정책선거를 되찾고, 궁극적으로 선거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도 후보자들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펼쳐지는 토론회나 정책 검증이 자주 이루어져야 한다.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생각을 판단하고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후보들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하는 유권자로서는 이런 기회조차도 사실상 원천봉쇄돼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한다.

적어도 50일 이전부터 꾸준히 주제별로 토론회와 간담회, 설명회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면 유권자들은 물론 후보자들도 명함 돌리기보다는 정책 개발이나 미디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궁리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미디어선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차제에 정책선거를 내세우고 있는 선관위에 당부한다.

말로만 정책선거 하자고 하지 말고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법규 및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정책선거로 이끄는 지름길이니, 이를 잘 정비해 달라고. 그래서 다음 선거에는 꼭 정책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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