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졌던 민주당의 광주 지방선거 경선정국이 대체로 마감됐다.

다른 정당들도 있지만, 광주는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지역 언론의 관심도 민주당 경선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반년을 돌아보면 지역 언론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반성할 대목이 적지 않다.

▲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후보가 2월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드림 임문철 기자
정치 신인이나 소수정당에 대해서도 같은 기회를 줬는지,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경마식 보도가 아닌 유권자 중심의 보도원칙을 지켰는지, 보도가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하게 치우치진 않았는지 등.

먼저 스스로 고백하건데, 줄 수 있는 점수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다른 매체들 역시 점수를 후하게 줄 생각이 없다. 워낙 심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예를 들어 경선을 앞두고 각 매체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보도를 쏟아낼 때부터였다. 일반 독자들이라도 어떤 매체가 어떤 후보를 밀고 있는지 콕 찝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내일 어느 신문에서 여론조사 보도를 한다더라”면, 그 결과는 대략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왜곡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조사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걸 가늠할 수 있다.

지지도와 적합도를 묻는 차이, 전화면접방식과 ARS방식의 차이, 경력사항을 현직 하나만 넣을 경우와 두 개 이상을 넣을 경우의 차이, 그리고 민주당 내 후보만 대상으로 할 때와 다른 정당 후보까지 함께 포함할 때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빚을 지 말이다. 이들 조사방식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아주 유리하거나 반대로 아주 불리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선거보도의 공정성이 심각히 의심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선거운동 방식에 제한이 많다보니, 후보들은 여론조사에 대해 무척 민감했다.

그러다보니 한 신문사에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한창 지면제작을 하다가 중단시킨 뒤, 이튿날 보도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싣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후보들 사이에선 특정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를 막으려고 언론사를 압박했다는 공방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부끄러운 언론행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이른바 '경선방해 ARS'건이었다.

지난달 8일 민주당 중앙당이 10일로 예정된 광주시장 경선을 앞두고 당원여론조사를 하던 같은 시간대에, 동일 대상에게, 같은 내용의 ARS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이었다. 또 다시 후보들 사이에서 “문제의 ARS여론조사로 진짜 당원여론조사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급기야 중앙당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과정에 이 지역 H일보의 사주가 관련된 사실이 드러났고, 나중에 이 사주는 특정 경선후보들 사이를 오가며 ‘금전 거래시도’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은 지명수배까지 나섰다.

하지만 20여 일 안 치열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던 이 사건은 중앙당이 이달초 갑자기 결론을 내리고 검찰 수사의뢰까지 철회하면서 진실이 채 가려지지 않은 채 마무리돼버렸다.

문제는 제1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시장 경선판도를 흔들 수 있는 중대사안임에도, 이 사건을 다룬 지역 언론들의 태도였다. 진실가리기보다는 특정 후보와의 유불리에 따라 보도가 들쭉날쭉했던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같은 진실공방으로 당이 경선승자를 최종 확정하기기도 전에, 마치 결론이 난 것처럼 보도하는 낯뜨거운 행태도 마다지 않았다.

지난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당의 경선관리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지역 일부 언론들의 특정후보 노골적인 줄서기 행태도 함께 드러났다. 그 속에 2002년 노짱 바람을 일으켰던 3.16광주경선의 감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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