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 정승으로 유명한 황희의 아들 황보신은 궁궐의 패물을 훔쳐다가 애첩에게 주곤 했음이 발각되었다. 이 사건으로 황보신이 과전을 반납하게 되자 형 황치신은 자신의 돌밭을 반납해야 할 황보신의 기름진 땅과 바꿔치기 하려다 문제가 되었다.” …<중략> 아버지가 쌓은 청백리 명예를 아들이 훼손한 사례다.

한용택 군수가 구속됐다. 앞으로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본인뿐 아니라 옥천군 전체의 망신이다. 직선군수 본인 뿐 아니라 가문의 영광 아닌가.

예부터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중 입신양명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보통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것을 양명이라 했다. 이렇게 되면 군수 안한 것만 못한 것 아닌가.

양명(揚名)이 아니라 오명(汚名), 낙명(落名)이다. 황보신, 황치신 형제 마냥 대대손손 부끄러운 일인데, 어찌하려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중략>

▲ 현직 구속, 결재는 옥중에서···한용택 군수가 지난 23일 공직사퇴 의사표명 없이 구속됨에 따라 옥천군정은 이날부터 송명선 부군수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옥천군은 24일 부군수가 대신 결재한 군수 결재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군수가 수감된 상당경찰서 유치장을 방문했지만 경찰의 면회제한조치로 보고절차를 밟지 못한 채 돌아왔다. ⓒ옥천신문
도대체 옥천군수라는 사람의 도덕성이 그것 밖에 안 되는가. 그러나 누구나 다른 사람 비난하기는 쉽다. 사람 잘못 뽑은 옥천 사람들은 책임이 없는가. 마냥 허탈해 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옥천 사람들도 마음다짐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첫째 후보자에게 금전적 요구를 하지 말자.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후보와 군민을 파멸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지연, 혈연, 학연 따지는 것 그만 두자. 사심없이 군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자. 똑똑한 유권자가 훌륭한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인격이다. 남 앞에 서려면 먼저 인격도야가 먼저 아닌가. 한심한 인간.』

옥천신문 인터넷 여론광장에 ‘souljung’이라는 이름을 쓰는 네티즌이 쓴 글이다.

4월29일 오후 현재 1천135명이 넘는 네티즌이 이 글을 읽었다. 이 정도면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리 눈에 띄지 않겠으나 지역 주간지인 옥천신문 인터넷에서는 대단한 조회수다.

이 글 말고도 옥천신문 인터넷은 승진과 옥천신문이 집중 보도했던 청원경찰 밀실채용 과정에서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전격 구속된 한용택 군수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한용택 군수가 차명계좌를 관리한 사실이 보도된 지난 4월15일 이후 지금까지 조회수 1천건이 넘는 것이 10건에 육박할 정도로 이 문제는 옥천 주민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900건을 넘은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

옥천 사람들의 반응은 일단 ‘창피하다’이다.

물론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와 관련한 영향도 있겠으나 현직 군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허탈감이 더 작용했을 듯도 하다.

더욱이 한용택 군수가 체포되는 상황을 단독 보도한 23일 오전 옥천신문 인터넷은 접속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옥천신문 인터넷을 방문한 건수가 5만7천건이었으니 그 숫자로 일단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최근 민종기 당진군수가 임기 동안 업자를 밀어주고 3억여원 짜리 별장을 뇌물로 받은 건 등이 감사원 감사에 의해 밝혀지자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한밤 추격전 끝에 잡히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방송을 타고, 전국 각 지역에서 단체장 등이 비리, 부패 등에 연루돼 인신구속되는 모습과 겹쳐져 보인다.

어쨌든 한용택 군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옥천군수로 돼 있다. 구속되기 전 한 군수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 군민들에게 아름답지 못한 얘기가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입장 표명과 함께 군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그냥 뭉뚱그렸다. 그 기자회견에 당연히 들어갈 줄 알았던 ‘군수직 사퇴’ 입장 표명은 없었다. 그리고 나흘 후 경찰에 강제구인된 후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을 당했다.

이런 사태를 만들어 놓고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는 주민들이 많다. 오는 6월2일 지방선거에 나선 옥천읍 군의원 예비후보인 오한흥 후보는 한 군수의 비리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군청사 앞에서 군수직을 사퇴하라는 1인시위를 벌였다. 오 후보는 그 성격상 지방선거 후보가 아니더라도 1인시위를 벌였을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이지만 선관위가 군의원 예비후보임을 감안, 1인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바람에 이 시위는 하루 만에 끝나게 되었다.

지역의 한 아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티켓다방과의 전쟁, 성매매업소 단속으로 유명세를 탔던 경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서장인 김강자씨가 1998년, 1999년 2년 동안 옥천에서 근무하면서 소위 ‘티켓다방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서울에 사는 그 사람의 친구는 “티켓다방의 천국이라고 하는 옥천으로 이사를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말을 했단다.

그 친구는 지난 2008년 부모와 아내, 자식까지 살해함으로써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살인 사건이 보도되자 “옥천이 무서워서 이사를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용택 군수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이 친구 왈, “그런 사람이 군수를 한 옥천에다가는 세금 내기 싫어서 이사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모두가 뼈가 있는 얘기. 지역 주민으로서는 참 창피한 일이라고 한 마디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옥천군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더욱 큰일인 것은 자의든, 타의든 한 군수에게 승진 문제나 공사 관계, 채용 문제 때문에 돈을 건넨 공무원이나 업자, 주민들, 비리의 연결고리를 담당한 부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까지 연계돼 있는 지 알 수는 없지만 광범위하게 연결된 고리들을 밝혀내고 수술하는 작업, 특히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같은 작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우리 생각이다.

“전국 시장, 군수 가운데 누구 하나 그런 청탁 한 번 안 받아본 사람이 없을 거고, 도둑질을 했을지라도 들키지 않으면 도둑질이 아닌 거지, 한 군수는 운이 없거나 꼬리가 밟히도록 멍청했거나지 뭐!”

어쩌면 전체 사회에 퍼져 있는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떼어내는 일이 쉽게 한 군수를 욕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지역 일꾼을 잘 골라 뽑는 일이 그래서 더욱 중요해졌다.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희망은 있는 법. 인터넷에 올리는 네티즌들의 글 하나, 일꾼을 잘 뽑아야 한다는 다짐 속에서 나는 또 다른 희망을 찾는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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