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막내국민엄마 김해숙이 승승장구에 출연했다. 정부가 정한 국민애도기간이라 모든 예능이 결방하는 가운데 방영되어 일부에서는 고까운 눈길도 보냈지만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일방적인 예능결방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취했던 입장이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늦은 밤 토크쇼를 시청했다. 승승장구 김해숙 편은 지금까지와 좀 달랐다. 우선 오프닝 노래가 사라졌고 마지막 거리미션도 없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제작진의 무성의함이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좋았고, 토크쇼답게 국민엄마 반열에 오른 김해숙의 이모저모를 적당한 무게를 유지하면서 잘 끌어냈다. 말주변 없다던 김해숙은 다소 가늘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냈다. 첫번째 토크쇼 출연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엠씨의 어눌함이 더 도드라질 정도였다.

워낙 서민이미지를 소화해낸 김해숙이라 그런지 말씨도 참 소탈하고 담백해서 시청하는 내내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보다는 어디 한적한 찜질방에서 고만한 또래의 아줌마들의 수다를 엿듣는 기분을 들게 해주었다. 원피스를 입기 위해서 사흘을 굶고 보정 속옷도 입었다고 솔직하게 밝힐 때와 부자 엄마 역할인줄 알고 고급스러운 의상과 소품을 샀는데 순대국밥집 주인이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을 때는 따라서 너털웃음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김해숙의 승승장구는 연기뿐만 아니라 실제 자연인 김해숙에게 자연스럽게 내재하는 엄마 혹은 이모, 누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김해숙 본인도 그렇거니와 시청자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얼마전 박진영을 뛰어넘었다는 비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승승장구는 김해숙에게 원조 국민엄마 김혜자보다 대세냐는 질문을 던진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10대나 20대에게 연기자 김혜자는 조금 낯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30대 이상에게 드라마 속 엄마는 김혜자거나 강부자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구분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막내임을 자처한 김해숙에게 굳이 김혜자라는 이름을 거론하면서 대세냐고 질문하는 것은 질 낮은 태도였다. 소위 '김승우의 시선'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공격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데 지난주 소녀시대에게는 '정점을 찍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또 이번에 김해숙에게도 한 것을 보면 고정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누가 누구를 뛰어넘었다는 진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우리 사회는 지난 비의 논란 때에도 드러났다시피 겸손의 미덕을 강요하고 있다. 만일 그런 평가가 필요하면 시청자 의견조사 등을 통해서 결과를 끌어내면 될 것이다. 아니 그런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이다. 나이 일흔의 김혜자와 50대의 한참 왕성한 연기자를 두고 비교한다는 발상 자체가 저급하다는 느낌을 준다.

김혜자를 끌어내리지 않고는 김해숙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은 작가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굳이 그것을 출연자로 하여금 말하게 하려는 것은 비겁한 자세이다. 다행스럽게도 비와는 달리 논란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시청할 때는 깜짝 놀라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렵게 출연한 첫 토크쇼로 인해서 좋은 배우 김해숙이 괜한 논란에 휘말리지나 않을까 염려됐다. 그렇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승승장구의 비뚤어진 태도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승승장구의 질문코너 김승우의 시선은 대단히 질 낮고 비겁한 엘로우 저널리즘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폭로로 치닫다가 추락하고 있는 경쟁프로 강심장의 경우를 거울삼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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