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 추구. 사회적 기업의 역할-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으로 통합, 보람되고 좋은 일자리 확대.

이상 사회적 기업에 대해 정부가 알리고 있는 바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포부’를 가져왔다. 또 이런 식으로 몇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식의 홍보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일자리가 실업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여러 정황들로 인해 의심스러웠다.

최근 함평군과 환경미화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묘한 정황들 또한 이런 의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 함평군 환경미화원 30명이 일하고 있는 함평군 환경관리센터.
나비축제로 명성을 얻은 전남 함평군에는 환경미화원 34명이 무기계약근로 형태로 일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별다를 것 없다. 표면상으로는 34명이지만 실제 함평군에서 생활쓰레기와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 수거 등의 환경미화원 업무를 하는 사람은 30명. 나머지 4명은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이건 쫌 이상하지만 워낙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니 일단 넘어가고.

나머지 30명. 이 중에서 원래 기술직과 기능직이 해야 하는 포크레인, 침출수 운반차량을 실제로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환경미화원이라는 것? 이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일단 패스.

정말 이상한 일은 여기서부터다.

실제로 함평군에서 환경미화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28명.

함평군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숫자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노조는 꾸준히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함평군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상한 해결 방법을 구사한다.

우선 노조원들의 인력충원 요구에 대해서는 (사)○○이라는 사회적기업으로부터 2명의 인력을 받아 음식물 쓰레기 업무를 하게 했다. 이들 두 명은 각각 62세, 73세로 하루 4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환경미화원 업무인 음식물쓰레기 업무를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그 다음 조치도 이상하다.

현재 수거업무 및 가로미화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을 26명으로 줄이겠다는, 사실상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인력부족분을 저임금 단기 노동자로 인력을 받아 채우고, 현재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은 줄이겠다는 이상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사회적기업으로부터 지자체가 불법으로 파견인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로 볼 수도 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기업의 애초 취지가 서류상으로는 실현됐는지 모르겠다. 고령의 노동자 2명이 어쨌든 돈을 받고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노동의 질은 더 나빠졌고, 오히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처우에서는 불평등한 차별까지 당하고 있는 두 명의 비정규직이 늘었을 뿐이고, 환경미화원들은 인력감축이라는 사지로 내몰렸다.

매우 이상하다.

더 이상한 것도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사)○○이라는 사회적기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의 이사 중 한 명은 함평군청 공무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제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소속의 노동자가 함평군의 공공업무인 환경미화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이 가능하게 된 연결고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사회적기업과 지자체의 인력 외주화 욕망이 일으킨 묘한 시너지 효과일까?

일단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함평군청분회가 광주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강화되는 노동강도, 그 끝은 민간위탁?

함평군과 사회적기업은 윈윈했는지 몰라도 그 사이 환경미화노동자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 함평군 환경미화원 노동자가 파견채용과 인력감축 철회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함평군의 9개 읍,면의 모든 쓰레기 및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는 이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함평군의 환경미화원 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함평군민 1400명의 쓰레기를 환경미화원 1명이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일을 점점 늘어나는데 사람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급기야 지난 3월 8일에는 환경미화원 1명이 업무 중 청소차량 뒷바퀴에 깔려 왼쪽다리 여러 곳이 부러지는 골절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군이 결국 민간위탁을 염두에 두고 일련의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싸고 편하게 부려먹을 수 있는 인력,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인질 삼아 쉽게 조정할 수 있는 편리함. 양질의 일자리와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민간위탁을 도입하는 추세다. 공공의 관이 기업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동자들은 함평군민을 계속해서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공공서비스를 민간위탁 시켜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기업으로 아무리 일자리를 늘려간다고 그럴 듯 하게 포장해도 그 이면엔 민간위탁과 외주화로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노동자가 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런 모습이 돼야 한다. 고령의 노인들까지 저임금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말고, 사회복지의 그물망으로 그들의 여생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인간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싸고 편하게 부려먹을 수 있는 부속품쯤으로 부릴 궁리는 ‘최소한’ 지자체에서 할 일은 아니다.

사족-23일부터 함평군에는 나비축제가 화려하게 개막한다. 지역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며, 축제와 이벤트가 일상화 돼 버린 우리 삶. 그래서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는지. 나비축제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데 그 이면에 낮게 엎드린 삶의 풍경은 날로 피폐해진다. 광주에서는 지금 300억짜리 세계광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쥐구멍에 볕들 날을 기다리는 나 같은 서민과는 무관하게 광주는 빛으로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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