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열풍이 거셉니다. 직장인,교수,언론인,연예인,국회의원 등 너나 할 것 없이 요즘 트위터 계정 하나씩들 갖고 있습니다. 이젠 명함에 이메일과 함께 트위터 아이디를 넣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불과 반년 전 국내에 소개 되기 시작한 트위터의 이용자 수가 지금은 10만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트위터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기자들도 트위터를 많이 합니다. 사회적 관계망을 잘 활용해야 하는 기자들에게 트위터는 아주 매력적인 도구가 아닐 수 없지요. 저 역시 트위터를 하고 있습니다.(@welovehani) 지난 해 10월께 시작했습니다. 언론에 소개된 트위터 기사를 본 뒤 호기심에 시작했습니다. 국내 사이트가 아니어서 영어 초기화면을 봐야 하는 낯설음은 있었지만 몇 번 하다보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6개월 정도 트위터를 운영하다보니 이제 트위터가 가진 여러 장점들을 두루 체험해본 상태입니다. 오늘은 특히 기자로서 느낀 트위터의 매력을 전해보겠습니다. ‘블로그와 트위터로 기자 생활 두배로 즐겁게 하기’ 2편입니다. 기자에게 트위터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 허재현 기자 트위터
무엇보다 기자에게 트위터는 내 기사를 살펴보는 독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입니다. 내가 쓴 기사를 트위터 친구들(follwer)에게 알리면 꽤 많은 반응들이 쏟아집니다. 인터넷 기사 댓글보다 훨씬 친밀하고 직접적인 반응(mention)이 옵니다. 트위터 친구들은 내 기사의 어떤 점에 공감했는 지, 기사 외에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옵니다. 기자는 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직업이지요.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수많은 독자들과 언제든 통화할 수 있게 하는 전화선같은 도구입니다.

트위터를 활용하면, 독자들 뿐 아니라 중요한 취재원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국회의원, 시민단체 활동가, 공무원, 교수, 기업인들이 중요한 취재원들입니다. 보통 담당 취재 구역을 정해놓고 출입처를 드나들며 이들과의 인맥을 쌓아가는데 트위터는 이 벽을 허물어줍니다. 트윗을 자주하는 사람과는 누구나 인맥을 쌓을 수 있습니다.

저는 국회를 출입하고 있지 않기에 국회의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매우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최문순, 유원일, 김진애, 전병헌, 이정희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도 조금씩 인맥을 쌓고 있습니다. 최근 친해진 트위터 친구로는 고은태 앰네스티 한국지부장이 있습니다. 이들과 대화하고 논쟁하며 여러 취재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실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제게 지난 해 철거 위기에 놓인 ‘대전 숭어리샘 마을’을 취재해보라는 ‘멘션’을 주어 취재를 한 적도 있습니다.

가끔 트위터로 ‘맞춤형 제보’도 받습니다. 보통 제보는 독자들이 일방적으로 기자에게 ‘이것 취재해주세요’라며 부탁하는 것들입니다. 매우 소중한 제보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보들은 꼭 필요한 순간에 신속하게 활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런 단점을 극복시켜 주는 것이 트위터의 ‘맞춤형 제보’입니다. 기자가 먼저 독자들에게 ‘이런 취재를 하려 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독자들이 그에 걸맞는 제보를 해줍니다. 지난 3월 저는 ‘문광부에 고소당한 회피연아 동영상 게재 누리꾼’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트위터 친구들에게 했습니다. 경찰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수사를 받고 있는 개인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별 수 없이 트위터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일주일 뒤 한 트위터친구가 제게 적당한 사례자를 찾아주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 누리꾼을 만났고 인터뷰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 외 트윗폴(트위터를 이용한 설문조사)을 활용하면, 어떤 사안에 대해 독자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도 할 수 있고요. 충성심 높은 독자들은 트위터를 활용해 자신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제보하기도 합니다.

▲ 허재현 기자 트위터
이렇게 트위터는 기자들에게 여러 가지로 참 많은 도움을 주는 ‘취재 도우미’입니다. 어떤가요. 당장 활용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는 트위터라 할 지라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도움은 주고 받는 것입니다. 트위터친구들에게 무조건 얻으려고만 해선 안됩니다. 많은 것을 또한 주어야 합니다.

제가 위에 적어드린 트위터의 장점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친구들(follower)과 사귀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트위터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려면 많은 것을 주어야 합니다. 무엇을 주어야 할까요.

이 점에서 기자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주로 ‘정보’를 제공하며 친구들을 사귀는 편입니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전해듣는 것을 트위터 친구들은 매우 좋아합니다. 일반적인 보도물에서는 전하기 힘든 취재현장의 사소한 부스러기 이야기들도 트위터에서는 맛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트위터에서 수시로 전합니다.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활동하는 기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취재 현장의 여러 뒷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때론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바로 트위터에 올리기도 하고 유명한 사람들과 나눈 대화내용을 일부 소개하기도 합니다. 트위터 친구들은 이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전해주려 노력하는 기자들을 좋아하며 ‘팔로잉’(following)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한 가지 팁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얘기만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자라는 신분은 ‘정확한 사실 전달’만을 요구합니다. 트위터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기자에게 트위터 친구들은 냉혹하더군요.

얼마 전 문화방송 김주하 아나운서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다소 부정확한 정보를 트위터에 올려 문제가 되자 트위터 친구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회사에서 김씨의 트위터 이용을 제한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문화방송이 썩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이번 해프닝은 기자들이 트위터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 지 참고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트위터를 이용하면서 겪은 경험과 생각들을 짧게 전해드려보았습니다. 어떤가요. 당장 트위터를 이용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트위터 역시 여러 한계를 갖고 있기에 ‘트위터 예찬론’을 펼 생각은 없지만, 분명 기자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독설닷컴> 블로그를 운영하는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블로그는 자신만의 성을 쌓는 일이라면 트위터는 성으로 향하는 길을 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 적 있습니다. 틈틈이 성만 쌓고 계시던 기자 여러분들께 이제 독자들이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을 한번 내보실 것을 권합니다. 블로그 운영처럼 많은 시간이 들지도 않습니다.

현재 한겨레 방송부문 뉴스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다.
영상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함께 들고 현장을 누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앞선 멀티형 기자가 돼려고 노력중이다. 우리 사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사명을 놓는 그 순간, 기자가 아닌 단순 직장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저 그런 기자가 되느니 문제적 기자가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도 한다. 한겨레와 한겨레 독자들을 무지무지 사랑한다.
개인 블로그 http://blog.hani.co.kr/catal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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