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가 온통 술렁이고 있다.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5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옥천군의 군정을 이끌고 있는 한용택 옥천군수의 차명계좌가 경찰 수사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옥천군수의 차명계좌 발견 사실은 비록 ‘충북도내 모 자치단체장’이라는 가림막을 썼긴 했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순식간에 알려졌다.

이번 차명계좌 발견은 이미 수 개월 전부터 토착비리 수사 차원에서 시작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었기에 그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을 따름이지, 지역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차명계좌가 옥천군수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알아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들어 공직사회에서 불거진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소식에 주민들은 가뜩이나 행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던 터다.

▲ '한 군수, 군청에서 나오시오!' 16일 군의원 예비후보인 오한흥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용택 군수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옥천신문
옥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옻특구사업과 관련, 산림축산과 공무원들이 심지도 않은 옻나무 보조금을 지급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는가 하면, 금강과 대청호 수면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에게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혐의로 한 공무원은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는 인정되지만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점을 참작, 선고를 유예했다.

또한 골재 채취업체가 해당 민원인들의 불편에도 아랑곳없이 원상복구를 하지 않거나 허가된 양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골재를 불법으로 채취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공무원도 입건되었다.

이들 공무원 뿐만 아니라 청원경찰을 채용하면서 공개적으로 채용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한 군수의 친인척이나 선거 당시 자신을 도운 이들을 채용, 밀실채용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는 청원경찰 채용 건은 주민들의 감사청구에 의해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이 사안은 결국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 모르나)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감사원이 감사를 끝내면서 옥천신문과 주민들의 문제제기에도 이 문제는 묻혀버리고 말았다. 감사원이 군수의 부도덕성을 덮어주는 감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군수는 신년을 맞는 인터뷰를 통해 옥천신문의 문제제기를 의식한 듯, 옥천신문의 보도에 대해 감사하다며 이제 앞으로는 옥천군에서 절대 비공개 채용은 없으며, 비리와 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에 출마해 2선에 도전하겠다는 당당한 의사와 함께.

5급 사무관 승진과 관련, 승진을 시켜줄 당시 일정 기간만 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문제가 됐던 각서 파문도 이에 끼워줄 만한 사안이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일일이 거론하다가는 지면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478개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측정 결과 옥천군은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아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수준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청렴도는 지지난해보다 오히려 떨어져 청렴도가 도리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같은 발표가 나자 옥천군 일각에서는 전임 군수가 재임하던 시절에 있었던 금품수수 인사 비리로 인해 군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안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번 조사가 2009년 한 해 동안 민원인들이 옥천군과 관련해 경험하고 인식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외부청렴도 평가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그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다.

3월31일 기준으로 한 군수의 재산 신고액은 17억여원이다. 이 재산은 지난해 신고된 재산보다 1억9천여만원이 늘어난 것이고, 지난 2006년 당시 처음으로 신고된 약 5억8천만원에 비하면 군수 임기 4년 동안 무려 11억2천여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첫 신고 당시 누락됐던 7억원의 예금을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1년에 1억원 이상씩 재산이 증가한 상황이다.

한 군수가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돈의 액수는 최소 수억 원대. 군수의 최측근 명의로 관리한 것을 비롯, 현재까지 찾은 차명계좌의 수도 네 개에 달한다.

군수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돈이 올해 신고된 군수 재산의 거의 3분의 1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차명계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등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다. 아마도 조만간 있을 한 군수의 소환조사 때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지역에서는 군수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이러저러한 소문이 무성하다.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 확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지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그때그때 지역 정치권력을 감시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탓해야만 했다.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다. 옥천이라는 지역에 단 한 곳밖에 없는 옥천신문이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견 구실을 충실히 했더라면 이런 일은 미리 막았을 것이라는 자책이 앞선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은 그동안 옥천신문에서 취재보도한 기사가 수사의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청원경찰 밀실채용 문제나 사무관 승진시 언제까지 하고 그만두겠다는 각서를 썼다는 사실, 옻나무 식재와 관련한 비리의혹, 어민에 대한 각서 징구 문제에 이르기까지 군정을 비판적으로 감시한 결과물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전임 군수가 임기 말기에 있었던 인사 청탁, 뇌물 수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은 현직 군수마저 토착비리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저마다 혀를 차고 있다.

한 주민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말이 그다지 허황된 말처럼 들리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6월2일 지방선거에서 누가 군수로 당선되든 당선자에게 세제 한 트럭을 군에 갖다 주고 싶다는 것이다. 군청사와 공무원들의 마음까지 세제로 깨끗하게 청소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라고 요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비단 군수 한 사람의 형사처벌이나 연루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전체가 비리나 부패로 연결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철저히 끊어내려는 의지와 함께 공직사회가 더 이상 부패의 늪에서 허덕이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바람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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