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구도처럼, 두 개의 관점이 언제나 경합적으로 부딪치는 것처럼 사고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한 쪽에선 정전협정을 위반한 ‘남북 불가침 조약’에 대한 정면 도전이란 성토가 빗발친다. 그 분노는 정당하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쪽에선 ‘노크 귀순’, ‘대기 귀순’에 이어 지뢰를 매설할 동안 우리의 시스템은 대체 무얼 했느냐는 냉소가 쏟아진다. 정부의 발표를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단 사람들과 지금이라도 당장 ‘북진’을 준비해야 하는 것 같은 설레발이 기다렸다는 듯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언론은 이 부딪힘을 단순하게 나눈다. 그리고 즐기는 듯도 하다. 단순 분류법은 단조롭다. ‘여당의 주장’과 ‘야당의 주장’이다. 실제 그러하느냐는 별개다. 그낭 두 개의 진영을 설정하곤 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삼성병원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이틀 동안 여러 일정에 참여하며, 1500명 이상의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의사-질병관리본부-서울시의 주장이 약간씩 엇갈리며 엉뚱하게도 논란은 ‘서울시가 상황을 과장했다’는 주장과 ‘시장으로서의 적절한 조치’였다는 주장의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하지만 서울시의 발표로 메르스 확산에 대한 서울시민의 우려와 불안감은 이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였단 점을 감안할 때, 일반인에 비해 훨씬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그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지닌 채 여기저기 돌아다녔단 사실은 분명하다.박원순 서울시장은 해당 의사의 이동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시민 1천 4백여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서울시는 4일 밤 10시 30분 긴급 기자 브리핑을 열고, 35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삼성병원 의사가 개포동 재개발 지역 조합 행사와 의료 심포지엄 등 대형 행사장에 수차례 드나들며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중앙 방역 관리망이 뚫린 상황으로,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직접 기자 브리핑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황을 인지한 이후 바로 긴급 대책회의 열었다고 밝히며 “서울시는 4차 감염 우려가 적다고 하더라도 여러 곳에서 해당 의사의 동선이 확인된 만큼, 전파 가능성이 높아졌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겠다”고 말했다.박원순 시장은 감염 의사와 관련한
‘자진 사퇴는 없다’고 했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끝내 ‘성완종 리스트’의 파문을 넘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총리실은 21일 오전 0시52분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통해 "이 총리는 4월20일자로 박 대통령께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께서 귀국해서 결정하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늘(21일) 개최 될 예정인 국무회의는 G20 재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할 예정이다.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을 접한 청와대는 바로 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했고, 박근혜 대통령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를 사의를 수용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물방울을 밀어 올리는 와이퍼가 살짝 떨릴 만큼, 봄비라고 하기엔 너무 거센 비였습니다. 안산으로 내려가는 길, 라디오는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읽은 대국민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팽목항이구나’ 아침까지도 확인되지 않던, 대통령의 동선이 결국 ‘팽목항’으로 정리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국가적 슬픔에 대통령이 한 마디 말도 보태지 않고 떠난다면 그 공허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의 일정을 몰라 비행기를 어디서 타는지도 모른 채, 광주까지 내려가야 할 기자들과 사절단의 불편이야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습니까.안산에 도착할 때쯤, 비가 조금 수그러들었습니다. 하늘도 울고 있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을 쓰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냥 그 비가 좀 야속했습니다. 굳이, 오늘
한국 사회에서 ‘일베’란 무엇이냐는 문제는 사실 합의되지 않고, 합의할 수도 없는 문제다. 일베가 정치적 이념의 문제인지 아니면 차별적 표현 양식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극단적 진영화에 대한 적대적 반감인지 불분명하다. 혹은 이 모두가 섞여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래서 종종 어떤 이들은 유저로서의 경험이 ‘헤비’하느냐 ‘라이트’하느냐를 따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세대론’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유사 사례와 비교 논쟁하는 담론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각기 다른 결들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공통분모를 꼽자면 그 일련의 경향들이 갈라치기 위한 절차였단 점이다. 어찌되었건 배제를 먼저 상정하고 그 배제의 정당함을 보조적으로 납득시키기 위해 논리를 동원하는 방식이었다.물론, 일베냐 아
1.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 중국에 서한 통보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중국에 서한으로 가입을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기존의 창립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으면 한국도 예정 창립 회원국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발표문을 통해 "6월 중 설립협정문 협상이 완료되면 이에 서명하고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창립 회원국으로 최종 확정된다“고 절차를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가입 결정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경제적 실익과 국제적 위상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한국의 가입을 견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미국의 주
1.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3A호 발사 한국이 발사한 역대 위성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3A호가 오전 7시8분 발사됩니다. 발사 후 87분이 지나 교신에 성공하면 사실상 발사가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리랑 3A호는 내 한국이 발사한 인공위성으로는 처음으로 고성능 적외선(IR) 센서와 55㎝급 해상도 광학센서를 장착한 다목적실용위성입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동남쪽 1천800㎞에 있는 야스니 발사장 발사대 내 발사체에 탑재해 발사됩니다. 야스니 발사장은 현재 흐린 날씨에 바람은 초속 9m 내외, 기온은 -4∼7℃로 발사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집니다.아리랑 3A호는 발사 87분 후인 오전 8시 35분에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
1. 이상득 전 의원 자원비리 성공불융자 의혹 경남 기업 로비 파문검찰이 자원비리 관련 경남 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MB정권 초기 신한은행에 전화를 걸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에서 빼라고 청탁했다는 보도 나왔습니다. 그 동안 MB측 인사들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이명박 정부 인수위 출신이지만 MB계는 아니라고 강력 부인해왔는데, 이상득 전 의원의 행동은 이러한 주장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자원비리 수사가 MB진영 핵심부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습니다.어제(24일) 보도에 따르면, 이상득 전 의원은 2008년 9월께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에게 연락해 “경
1. 국제수영연맹, 박태환 내년 3월 초까지 선수 자격 정지시켜국제수영연맹(FINA)은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박태환 선수의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하고 2016년 3월 2일까지 18개월간 선수자격을 정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제수영연맹의 결정에 따라, 박태환 선수는 내년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도핑위원회의 자격정지 결정은 박태환의 소변 샘플을 채취한 2014년 9월 3일부터 적용되며, 그 날 이후로 박태환 선수가 수영 경기에서 획득한 메달과 상, 상금 등은 모두 취소됩니다. 이로써 박태환 선수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는 박탈되게 됐습니다.다행히 국제수영연맹의 자격정지는 내년 올림픽 개최 이전에 풀
1. 강화 캠핑장 화재 사고 22일(일) 이른 오전 인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의 한 캠핑장(일명 글램핑장) 내 텐트시설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사상자 가운데 6명은 중학교 동창 사이인 두 남성의 일가족으로, 화재 취약시간인 새벽에 불이 났고 텐트가 가연성 소재여서 인명피해가 컸습니다.경찰이 확보해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불꽃이 번쩍한 후 3분도 안 돼 텐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류환영 강화소방서장 "텐트가 연소가 잘 되는 소재로 돼 있어 불이 순식간에 번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사고가 발생한 캠핑장은 등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왔습니다. 1월 시행된 관광진흥법 개정시행령에 따르면, 캠핌장 등 야영장의 등록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연일 시청률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tvN 의 선전은 이제 일회성 시청률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예 지상파의 한 축이 무너진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상파 회의실 곳곳에 ‘탈환, 금요일! 쟁취, 시청률!’의 구호가 붙어 있다.그런데, 잘 안 된다. MBC가 의도인 듯 아닌 듯 의도처럼 논란을 일으키며 호기롭게 편성한 의 고전은 단적이다. 애써 화제성을 ‘유도’하고, 투여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치로 ‘밀어’넣어도 이제 지상파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은 계측되지 않는 수준이다. 지상파에서 방송중인 무수한 드라마들이 출연료만 회당 수 천 만원에 달하는 A급 배우들과 작가를 배치하고도 고만고만한 성적표를 쥐고
문재인 그는 ‘선의’다. 그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말인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은 정확히 이 의미를 서술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문제가 선의만으로 되지 않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느와르의 세계처럼 잔혹무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한국적 풍토에서 정치라고 하는 행위는 선한 의지와 의로운 마음만으론 곤란하다.그 곤란함이 절절하게 드러난 게 바로 지난 대선이었다. 얼마 전 끝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의원을 향해 ‘친노 퇴진을 지난 대선에서 말했더라면, 지금 청와대에 있었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내부에서 그를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격렬한 비판이지만, 이 말도 역설적으로 그의 선의를 설명한다. 이 비판에 그는 속수무책이다. 그는 그럴 수
알다시피 그 이전에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2명이었다. 안대희 후보자는 대법관까지 지냈지만, 대법관 이후 전관예우로 벌어들인 ‘재산’ 논란에 휩싸이며 낙마했다. 문창극 후보자는 언론사 주필을 지냈지만 ‘역사인식’이 문제가 되어 지루하게 버티다 퇴장했다. 그리고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정홍원 정규직 총리’라는 비아냥까지 견디며 고르고 골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그가 지명됐다.준비된 총리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뽑아들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도 했다. 야당의 협조 역시 무난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불과, 일주일 전쯤의 말들이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하다 못해 상상도 못할 지경으로 꺾어졌다. 한겨레가 야당을 향해 ‘왜 검증 의지조차 보이지 않느냐’고 질책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진보/보수 가릴
MBC가 21일 또 한 명의 PD를 해고했다. 사측이 여러 이유를 공공연히 나열하며 그 당사자를 거듭 ‘모욕’하고 있지만, 결국 행위 목적은 예전과 같다. 불편한 구성원 ‘찍어내기’다. 지금 MBC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MBC에 남아 있긴 하지만 영혼의 거세를 강요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했듯이 누군가를 말소시키는 경영이다.그래서 역설적으로 간단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결은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하다. 당사자와 MBC노조는 재심을 청구한단 입장이지만, 승리할 가능성은 결국 ‘불가능’으로 수렴된다. 내부에선 ‘광기의 칼춤’이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지만, 말의 허장성세에 비해 누구에게도 뚜렷한 방법이 없는 듯 보인다. MBC 밖에 있는 사람들 역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 외엔 돌
오랜 시간 기자였던 소설가 김훈은 “언론의 부자유가 언론의 자유다”라고 말했다. “부자유는 가혹한 자기검열에서 온다”고도 썼다. 한국 사회 언론이 위기라면, 이 말을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자유로운가, 그 자유는 부자유의 자기검열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검열 없는 자유로움이 언론을 부자유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우여곡절 많던 ‘김영란 법’이 또 돌발 변수에 흔들리고 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언론의 자유’에 제동이 걸렸다.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에 수정이 필요하단 의견이 부랴부랴 추가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입장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일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넘어선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은 언론인을 처벌하
“조심스럽지만, 상담을 요청드립니다”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직 어려서 조심스럽지만, 상담을 요청드립니다”고 적어 보냈다. ‘조심스럽’이란 표현에서 확실히 뭔가 비감한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녀석이 밥을 먹고 생활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특정한 행동들의 부진함을 걱정했다. 어린이집에서 녀석은 집에서와는 달리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을 흔드는 아이였다. 혼자서 밥을 먹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제 막 5살이 된 아들. 나이는 5살이지만, 생일이 늦어 이제 39개월이 됐다.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 비해 많게는 8개월가량 늦는다.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돌아온 아내는 낙담을 감추지 못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담담한 아내의 말을
진보적 대중 정당이란 말은 기묘하다. 지금, 진보정당이 충분히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인지 대중이 진보 정당을 원한다는 것인지 일단 애매하다. 그리고 어쩌면 때마다 반복되는 그 논의는 그 모호함에 기반해 겨우 기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애매하고 모호한 길에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들어섰다. 그는 “시대적 요구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중이 진보 정당을 원하기에 그 길로 가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지금의 위상이 어떠하건 간에 그는 지지난 대선의 유력 후보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의 변을 밝히며 그는 “당이 퇴화하고 있다, 중도 우경화라는 환상에 당이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그의 진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 박근혜 시대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 1시간 30분이었다. ‘기자를 배우로 만들어 연기를 시켰다’는 지난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아진 모습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만 했고, 국민들은 듣고 싶은 얘기를 듣지 못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더라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이 역력히 확인 됐고, 가장 뜨거운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미리 세워둔 각본에서 한 치의 이탈도 없던 기자들의 연기, 성의 없는 질문과 영혼 없는 대답의 엉성한 호흡으로 점철됐다. 사후 비판이 뜨거웠고, ‘소통’을 위해 대통령이 320여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선 효과는 도루묵이 되었다. 한국 사회가
90년대를 불러내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이제 비평적 착실함은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새롭진 않다. 오히려 90년대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지상파 방송이 그 시대의 기록자가 아니었던 케이블 방송사에 시리즈를 뺏겼던 것이 더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그 무렵 지상파 방송의 처지가 그걸 감당할 수준이 못됐기에 그냥 넘어갔다. 97년과 94년에 응답을 요구했던 건 벌써 작년, 재작년의 일이다. 한참 지나, 이 다시 90년대를 불러냈다. 다소, 뜬금없었다. 애초 그 기획이 얼마나 정교한 계산에서 출발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청자에게 공개된 방송만 보건대, 박명수와 정준하의 노래방 열창에서 시작한 단출한 아이디어가 전문가들의 각색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