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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편향적인 것은 오히려 조중동의 보도

‘이념’으로 가득찬 조중동의 판사 꾸짖기

2009. 11. 12 by 송선영 기자

최근, 연일 조중동 지면에 등장하는 판사 한 명이 있다.

그는 서울남부지방법원 마은혁 판사로, 조중동은 최근 마 판사가 내린 판결을 두고 “편향적인 돌출 판결” “판사의 이념이 개입된 결과”라는 등 지면을 통해 수차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마 판사가 지난 10월30일 노회찬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노회찬 마들연구소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1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자, 조중동의 비난은 더 거세졌다.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마은혁 판사는 언론관련법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로 약식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대한 정식재판에서 모두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마 판사는 판결문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국회 상정에 반대해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당직자들이 연좌농성을 벌였는데, 민노당 당직자만 약식기소하고 민주당 쪽은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공소권 행사에서 동일 사건 피의자들을 차별취급한 것이며, 이는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권을 행사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과거 국회 안에서의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의 행태를 ‘불법과 폭력과 난무한 국회’ ‘해머국회’ 등으로 비유하며 처벌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조중동.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기각 판결이 나오자 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후 판결 결과에 반발하는 검찰 쪽 주장을 상세히 전하기 시작하는 등 나날이 업그레이드된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사설 등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나선 조중동은 마 판사가 진보 성향의 판사가 속한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의 과거 친분을 강조하며 노 대표 후원회 모임에 나가 후원금을 낸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그리고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는 보도까지 이어갔다.

▲ 조선일보 11월9일치 35면 사설
나날이 업그레이드되는 조중동 보도

조선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판사가 한쪽 편에 선 독단적 선입관으로 판례를 거스르고 다른 판사들과 정반대 판결을 내리는 이번 같은 편향적인 돌출 판결이 쌓이면 사법 신뢰는 물론 법적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훈수했다. 11일 사설을 통해서도 “판사의 양심이 이념적 색채에 물든 것으로 비친다면 그 판사가 내린 판결에 승복할 사람은 없다”며 “좌파 성향 판사는 좌파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하고 우파 성향 판사는 우파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한다면 그런 법원과 판결을 어느 국민이 중립적이라고 믿어주겠냐”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11일 사설을 통해 “심리 중인 사건의 피고인들과 정치적 관계가 있는 정당 대표와 사적 만남을 가진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보인다”며 마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 판사는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 연구회 회원들은 몇 차례 사법파동을 사실상 주도했고, 올 초에도 촛불시위 재판과 관련해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노린 집단행동에도 일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법적 판단에 혹시라도 정치적 편향성이나 이념적 경향성이 개입됐을 것으로 의혹을 살 여지가 없는지 우려하는 것이다.”

12일 <이념 앞에 길 잃은 법원 … 왜>를 통해서는 “지난해 ‘촛불 집회’ 재판 이후 거듭돼온 이념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이라며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만들어내야 할 법원이 그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중앙일보가 생각한 ‘이념 논란 거듭되는 사법부’ 사례를 표로 정리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일 첫 보도에서 “오히려 사법권을 남용한 판결”이라는 검찰의 반발을 상세히 다뤄 법원과 검찰의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동아일보는 11일 “마 판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후원 모임에 참석한 것은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임에 분명하다”는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12일에는 “마 판사가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과거 인민노력 조직원으로 활동한 마 판사의 행적 등을 비교적 소상히 전했다. 또 마 판사가 1993년 한국외국어대 교지에 실린 글 ‘민중운동의 개혁과 진보정당 운동의 새로운 모색’을 통해 “진보세력의 정치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진보정당이다”고 밝힌 점을 보도했다.

진보신당은 12일 논평을 통해 조중동 보도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해당 언론에 거꾸로 물어보고 싶다. 보수적 판결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고, 진보적인 판결은 판사의 이념 탓인가. 마 판사의 판결에 대해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을 하여 진행되는 정당한 비판이라면 몰라도 이런 식의 무분별한 공세를 벌이는 것은 의도가 있는 색깔공세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마은혁 판사를 문제 삼아 실제로는 진보적인 법률이론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중앙일보 3월7일치 26면 사설
신영철 보도와 닮은 점, 다른 점

“법관의 판결이 정치적·이념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거나 공정성에 의심받으면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며 판사에게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조중동. 그렇다면 과거 신영철 대법관 파문 때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이념’ 논쟁으로 사안을 확장시키려는 태도는 과거와 닮았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비판 수준을 넘어, 노골적으로 ‘이념’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채 질책하고 나선 이러한 태도는 파문 확산을 막기위해 노력했던 신영철 대법관 때와는 사뭇 다른 보도 태도다.

신영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역임했던 지난해, 촛불관련 재판을 특정 성향의 판사에게 ‘몰아주기’식 배당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판사들에게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 신속히 재판하라고 촉구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신영철 파문과 관련해 조중동은 ‘법원장이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본질을 보도하기 보다는 좌우 ‘이념’ 논쟁으로 사안을 확장하는 등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 행태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7일치 사설에서 “이 사건은 일부 판사들이 좌파 신문과 TV에 이 이메일을 제공해 폭로, 알려지게 됐다”며 “자기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은 건전한 사법부 비판을 벗어난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신속한 조사로 ‘사법부 e-메일 파문’ 확산 막아야>를 통해 “이번의 경우 지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을 지휘·감독한 당연한 행위라 볼 수도 있다”며 파문 확산 막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 또한 사설 <법관 독립과 사법 행정으로서의 재판 독려>에서 “이 사건이 정파 간 싸움으로 확대되거나,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 동아일보 11월12일치 12면
조중동의 판사 길들이기

조중동의 판사 길들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야간에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안 팀장의 주장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조중동은 공판에서의 박 판사 발언을 전하며 “집회 주동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지난 2월 미국산 쇠고기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사건이 기각되자, 천정배 민주당 의원 딸이 주심판사를 맡았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조중동은 이념앞에서 법이 흔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사안마다 다른 기준과 잣대로 ‘이념’을 들이댄 채 편향적인 시각으로 보도한 것은 조중동 그들이었다. 언론이라면 법의 공정한 잣대를 주문하며 박재영 판사도, 마은혁 판사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념’ 논쟁으로 사안을 확장시킨 채 노골적인 악감정만을 드러내는 조중동의 비판이라면,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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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통신 2009-11-12 22:37:05
사실만 보도하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