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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토크멘터리 표방한 ‘오 마이 텐트’에는 사람이 있다

‘오 마이 텐트’, 오래 갈 것 같은 예감

2009. 10. 19 by 권순택 기자

MBC <오 마이 텐트>가 지난 16일 첫 선을 보였다. 제작진들의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KBS <스타골든벨>의 정치적 퇴출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김제동 씨의 기용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때문일까? <오 마이 텐트>는 AGB닐슨미디어코리아와 TNS미디어리서치 집계결과 각각 10%, 10.7%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초반의 관심은 프로그램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오 마이 텐트>라는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 마이 텐트> 1회를 지켜본 소감은? “오래 갈 것 같은 예감”. 프로그램 자체적으로도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문제가 있기는커녕 보는 내내 편안한 웃음이 이어졌다. 물론 방영분 중반까지 이어지는 ‘방청객 웃음소리’가 귀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 '오 마이 텐트' 홈페이지ⓒMBC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 새로운 개념의 ‘토크멘터리’라고 했다. 일종의 토크쇼와 다큐멘터리를 섞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1회 ‘제동, 제동을 만나다’ 편에 따로 초대 손님은 없었다. 제목 그대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김제동 씨가 그 첫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그가 강원도 홍천의 살둔마을로 떠나며 프로그램은 시작됐다. 캠핑장으로 가는 도중의 ‘낙석주의’라는 네비게이션의 음성에 흠칫 놀라는 김제동 씨. 말로는 텐트치는 것에 “자신있다”고 하면서도 끙끙대던 모습이 재미를 줬다. 결국 김제동 씨는 제작진들의 도움을 받아 텐트를 완성해야만 했다. 이 밖에도 삼층밥을 짓는 김제동의 모습과 이승엽 선수 등을 흉내 내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 마이 텐트> 프로그램 중간에는 ‘토크’멘터리라는 이름에 맞게 ‘토크’가 이어졌다. 스튜디오가 아닌 캠핑장 중앙에 제동 씨가 앉았고, 그에게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남자라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동물이죠?’, ‘30대 중반인데 무언가 시작해야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질문에 김제동 씨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캠핑장에 온 사람들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제동의 가족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돈을 받았으면 웃겨야지’, ‘웃기지 못하는 MC’, 웃기지 못해 생겨진 ‘제동상조’라는 제동 씨의 개인적인 고민들이 이어졌다. 또한 “자신이 맡았던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꿈을 꿔 일어나기도 했었다”는 방송인의 스트레스 거리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김제동씨의 고민이 <오 마이 텐트>에도 이어져서였을까?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언듯 비춰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다큐’의 모습이다. 그 안타까운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면 그것은 <오 마이 텐트>가 표방한 ‘다큐’라는 것이 적중했다는 뜻일 테다.

개인적으로는 <오 마이 텐트>를 보면서 KBS <1박 2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느 한 프로그램이 뒤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KBS <1박2일>이 오락프로그램인 것에 반해 ‘교양’을 담고자 노력했다면 <오 마이 텐트>는 그와 정 반대의 모습을 띤다. 교양프로그램이지만 그 속에 ‘오락’의 요소를 담았다고 보면 옳은 표현일까? 최근 버라이어티의 긍정적 변화로 일컬어지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오 마이 텐트>에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 1회 ‘제동, 제동을 만나다’ 편ⓒMBC

사람들은 이들을 제3의 주인공이라고 하던가. 일반인들의 자연스런 참여는 연예인들이 줄 수 없는 꾸밈없고 소박한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몇 번인가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 한 할아버지의 모습. 제동 씨를 5일장에 태워다주고 선보인 할아버지의 하이킥 모습에 입 꼬리기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슈렉으로 분한 김제동 씨의 매니저 역시 제3의 주인공으로 충분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선한 재미를 줬다.

제동이 만든 김치 3종세트 저녁 ‘김치볶음밥’, ‘두부김치’, ‘김치찌개’를 먹고 경악하거나 비닐을 씹고 드러난 표정이 그려졌고, 슈렉을 흉내 내는 모습에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그리고 김제동과 함께 누워 장난치는 모습이 소소한 웃음을 주었다. 김제동 씨랑 오랜 기간 함께 한 만큼 그에 대해서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놔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들기도 했다. 그렇게 50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제작진들이 표방한 ‘토크멘터리’의 개념은 적중했다. 아니 적중할 것이라고 보인다. 딱딱한 스튜디오에 방청객과 출연자들이 명확하게 구분된 곳이 아닌 <오 마이 텐트> 속에서 자연과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진행됐다. 그 속에 토크는 ‘토크’만이 아닌 ‘사람’이 들어갔다. 이것은 토크쇼를 표방한 SBS의 <강심장>과 명확한 차별점을 줄 것이다. 그리고 ‘스타’를 내세워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일반 휴먼다큐와 다른 접근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토크멘터리’를 표방한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부터 구조적으로 만들어 놓은 강점이었다. 그 이외의 것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수정 보완될 것이다.

제 1회 ‘제동, 제동을 만나다’ 편에서 김제동 씨가 찾은 살둔마을은 ‘사람이 기대어 살 수 있는 언덕’이란 뜻이라고 했다. <오 마이 텐트>가 찾은 걷고 싶은 길. 그 길을 떠나며 김제동 씨는 이런 말을 남긴다.

“여러분들도 이 길을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때로는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걸었으면 한다. 저 길이 끝날 즈음에는 사랑은 커지고, 미움은 길 뒤로 사라지길…”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힘들어 하는 김제동 씨가 MC로서 가진 장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 때 ‘김제동 어록’이 나올 정도로 언변이 뛰어난 그 아니었던가. <오 마이 텐트>는 김제동 씨와 제작진의 입장에서 보면 새롭게 떠나는 새로운 길일 수 있다. ‘파일럿’프로가 아닌 정규로 편성돼 많은 시청자들이 <오 마이 텐트>와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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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가다 2009-10-20 14:41:24
나레이션을 줄이고 한두명의 게스트와 대화하는 형식의 토크쇼를 한다면 색다른 토크쇼의 탄생이더군요. 예전 셀프카메라의 토크쇼와 하는 스타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전 웃음소리보다 계속 나레이션이 걸리더군요. 주구장창 나오는 나레이션...
헬리라 2009-10-19 21:21:58
막판에 관객 웃음소리 넣은건 실수였습니다. '다큐'형식에서 그런건 필요 없었으니깐요. 고즈넉한 분위기에 김제동씨가 나와서 다가가기 쉬운 다큐멘터리랄까요? 요즘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판국에 좋은 프로그램 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