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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뻔뻔함·부도덕성·몰상식’ 강조 위해 꾸준한 ‘왜곡’

동아일보의 ‘노동운동 죽이기’ 시리즈

2009. 10. 16 by 곽상아 기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은 여전히 ‘불법’ ‘폭력’ ‘과격’이라는 부정적 단어들을 자동적으로 연상시키는, ‘불편한 것’에 해당한다.

직장을 다니는 당신과 나의 당연한 권리인 노조 활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이토록 협소하기 그지없는 이유 중 하나는 보수언론들의 꾸준한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반노동적, 친기업적 논조야 다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근 유독 동아일보가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노동조합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탓에 보도하는 족족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스>는 동아일보는 ‘노동운동 죽이기’ 보도 중 대표적인 사례를 정리해봤다. 최근 한달간이다.

◇ 9월 25일 <기막힌 ‘회사 위의 노조’>(3면)

‘노동3권 삭제’라는 충격 발언으로 유명한(?) 박기성씨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조합을 공격한 기사다.

동아일보는 박 원장의 일방적 단협해지로 파업중인 노동조합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부당하게 임금, 금품 등을 지급받은 자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 등 24개항의 징계사유를 거부했다” “열흘 이상 결근해도 사실상 징계가 불가능하도록 한 조항을 요구했다”라고 보도했다. 기사만 보면, 마치 한국노동연구원 노조가 매우 부도덕적이고 몰상식적인 곳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노조측에 확인한 결과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부당하게 임금, 금품 등을 지급받은 자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 등 24개항의 징계사유를 거부했다”는 동아일보 기사에 대해 “우리가 사측의 징계사유를 거부했던 이유는 ‘불법적 유인물을 배포해서 선동하거나 집단행위를 주도, 참여한 자’ ‘연구원의 행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거나 불참함으로써 이를 선동한 자’ 등의 조항 때문이었다”며 “해당 조항은 피켓팅, 유인물 배포 등 노조의 자주적인 활동을 막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품수수, 부정채용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사측보다 노조가 더 단호한 입장인데 동아일보는 이 부분을 완전히 배제한 채 금품수수, 부정채용 부분만을 부각시켜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결근 중 연락이 있는 자는 10일이상 연속으로 무단결근해도 징계할 수 없도록 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결근 전에 회사에 연락을 했다면 사실상 ‘무단결근’이라고 할 수 없다. 기사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것은) 결근 전에는 통상적으로 결근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사유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 다른 방법으로 연락을 해도 인정해달라는 취지였다. 안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보도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많은 상처를 받는다”고 밝혔다.

노동연구원 노조가 뻔뻔하고 부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만을 선택해 부각시킨 동아일보의 의도야 뻔하지 않겠는가.

◇ 10월 12일 <민노총 다녀간 여의도 ‘쓰레기 광장’>(14면)

10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주최의 집회가 끝난 이후 여의도 광장이 ‘쓰레기 광장’으로 변했다고 지적한 기사다.

동아일보는 “집회가 끝나자 광장에는 청소용역업체 직원들만 남아 쓰레기를 치웠다. 광장이 제 모습을 찾기까지 약 2시간동안 이들을 돕는 집회 참가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참가자들이) 광장 주변 호프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TV야구 중계를 시청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청소 용역직원들의 고생스러움을 부각시키며,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뻔뻔함’과 ‘부도덕성’을 강조한 동아일보의 이 기사에 대해 공공연맹은 “동아일보에 대한 1만인 명예훼손 소송에 돌입하겠다”며 “왜곡보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집회 장소로 여의도 공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청소용역계약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청소용역업체와 13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으며, 사전에 용역업체가 (집회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조합원이 치우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집회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거의 폐휴지인 탓에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청소 문제까지 동원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동아일보. 그만큼 ‘민주노총 때리기’가 절실했던가 보다.

◇ 10월 13일 <4박5일간 진보단체들만 접촉>(8면) 10월 14일 <유엔 표현자유 특별보고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사설)

동아일보는 표현의 자유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에 대해 “방한 기간에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만 접촉하면서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보고관을 초청한 인권단체 측은 “법무부가 면담을 요청해 일정을 조정했으나, 지난 12일 법무부가 15일로 예정된 특별보고관과의 면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고 반박했으며, 법무부 측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정을 잡아보려 했지만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쪽의 말을 종합하면, 일정상의 문제로 면담이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기사에는 “면담을 추진했지만 (양쪽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법무부)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행사 주최측) 등의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정작 기사의 리드를 “보고관측이 법무부의 면담요청을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로 뽑았다.

자신들도 뻔히 알고 있었던 사실을, 사설까지 동원해 (보고관이 만난) 언론노조, 민주노총, 전교조 등에 대해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했다” “보고관에게 균형감각을 상실한 소리만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을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으려는 세력”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동아일보. 너무 속보인다.

“노동운동에 대한 정상적인 이해가 대중적 정서로 올바르게 자리잡아 본 적이 역사상 단 한번도 없는 사회에서 노동운동을 비판할 때에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옳은가 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의 말이 얼마나 옳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노동운동가 하종강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에서 발췌한 대목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곱씹어봤으면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도 노동문제를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 사회의 척박한 노동운동 풍토에 자신들의 기사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개별 기자들은 한없이 무력하지만, 자신의 기사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에 따른 고민이 없어지는 순간 이미 그 사람은 ‘기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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