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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했던 ‘마사지걸 발언’과 ‘관기 발언’을 환기하며

MB 성범죄 발언, 민심 정확히 읽었다?

2009. 10. 08 by 안태호/객원기자

보수진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 즐겨 쓰는 아이템 중 하나는 포퓰리즘이었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말부터 대박을 터뜨린 대선 눈물광고, 2004년 탄핵 촛불에 이르기까지. 노무현은 대중영합의 스타일을 가진 정치인으로 보수세력의 분노와 질시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난히 눈물이 많다. 그가 흘린 눈물만도 벌써 몇 차례인지 모른다. 장애인을 만나서 그들의 노래를 듣다 운다. 시장 상인을 만나 생활고의 절절함을 듣다 운다. 후보시절에는 진폐증 환자들을 만나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민과 약자를 위한 눈물을 아끼지 않으니, 참으로 어질고 자상한 지도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일단 울긴 울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눈물이 필부의 눈물과 성분은 같겠지만 효과가 같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의 심정을 공감하게 됐으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따라오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은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사진 몇 장과 한두 마디 말로 정치를 갈음하려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대통령이 최근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성폭력과 관련한 발언을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아동 성범죄자는 재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상 정보 공개 정도를 높여서 사회에서 최대한 격리해야 한다"며 "아동 성폭력 범죄자는 해당 거주 지역 주민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여성부가 주관하고, 총리실, 법무부, 지자체, 지역 병원이 동참해서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예방과 단속 체제를 구축하라"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범행 자체가 워낙에 끔찍했던 탓에 최근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또 법률개정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확산일로에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일테다. 그러나 진중권이 이미 지적했다시피 이는 국민의 분노에 편승해 손쉽게 지지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초에도 일산 초등학생 유괴미수 사건과 관련해 사전 예고 없이 경기 일산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질타하기도 했다. 역시, 당시에도 아동범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을 때였다.

문제는 대통령의 발언과 현장지도만으로 동일한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예슬, 혜진이를 비롯해 성범죄자의 손에 희생된 아동들은 무수히 많았다. 사건의 흉악성과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이 사건들은 하나같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여전히 같은 종류의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다. 오히려 아동 대상 성범죄는 2003년 642건에서 2008년엔 1220건으로 5년 새 배로 늘었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뒤틀린 성인식을 제대로 돌려놓는 것

이번 사건과 이명박 대통령의 일갈을 듣고 오히려 생각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한 태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여성부는 폐지 논란을 겪었고, 결국 조직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여성부 장관으로 물망에 올랐던 이들 역시 문제투성이였다. 첫 번째 여성부 장관 내정자였던 이춘호씨는 암이 아닌 것을 축하하는 남편의 오피스텔 선물을 비롯해 수십 여 건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후에도 여성부 장관들은 전문성에 대한 시비를 비켜가지 못했다. 현재 장관으로 있는 백희영 씨 역시 식품영양학계의 권위자로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받아 여성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물론, 각종 투기의혹으로 ‘투자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여성관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더 궁금하다. 후보시절 논란이 됐던 ‘마사지걸 발언’과 ‘관기 발언’ 등이 아직도 뇌리에 뚜렷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들은 농담으로 주고받은 정황이 비교적 선명하다. 그러나 그래서 더 문제다. 정색하고 건넨 말이 아니라, 농담이었다는 것. 무의식중에 여성에 대한 자신의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정점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마저 왜곡된 성인식을 가지고 있을진대, 범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될 수 있겠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범죄자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중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황이다. 대통령이 얼씨구나 장단을 맞추며 대중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아동대상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일인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시스템에 대한 주문을 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여지없이 공염불로 돌아갈 시스템 타령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실, 이는 여성부의 전문성과 활동에 크게 빚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곡된 성인식을 바꾸는 역할이 여성부의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당장 범죄자들의 인신에 대한 공격과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사회적으로 뒤틀린 성인식을 제대로 돌려놓는 것이다. 어렵고 멀지만, 필요하고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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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무 2009-10-10 00:45:23
기자님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지 못한 것 같소. 혼잣말이라면 이해가 되지만..읽고도 하고 싶었던 말이 잘 이해,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기자님도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