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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결국, '차기 대권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는 총리 인선

안대희 이후, 조선·중앙이 '비주류 배려' 요구하는 까닭은

2014. 05. 29 by 김민하 기자

안대희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날인 오늘(29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입을 모아 다른 정파 소속이더라도 ‘정무형 총리’에 걸맞는 인사를 후임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안 후보 사퇴를 전관예우, 관피아 척결 첫걸음으로 만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총리 후보자는 전관예우와 관피아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물로 골라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다른 정파, 이전 정권의 인물이라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의 29일자 사설.

<중앙일보> 역시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개혁 총리를 구하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좌장군, 우율사, 중관료’라는 세간에 회자되는 조어를 예로 들며 ‘법조인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시야를 넓혀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들까지 인재풀에 넣어 새 총리감을 물색하기 바란다”고 고언했다.

▲ 중앙일보의 29일자 사설.

이 사설들에서 드러난 지적을 볼 때 결국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지적하는 새로운 총리에 걸맞는 인물은 법조인이나 전문관료 출신이 아니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 즉 ‘비주류 정무형 인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조선일보>가 ‘다른 정파, 이전 정권’이라며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등 야권에 속한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기 보다는 여당 내의 소위 친박계가 아닌 당 내 비주류에 속하는 인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간 언론을 통해 ‘총리감’으로 회자됐던 비주류 정치인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김무성 의원 등이 있다. 특히 <경인일보>, <경기일보> 등 경기도지역 일간지들은 사설과 분석기사 등을 통해 “김문수 총리가 답”이라거나 “이제 김문수 밖에 남지 않았다” 등의 노골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강조할만한 것은 김문수 전 도지사나 김무성 의원의 경우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하면 그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가 기사와 사설을 통해 드러내왔던 어떤 ‘메시지’들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왼쪽)와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 (연합뉴스)

안대희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던 날 <조선일보>는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로 1면에 ‘후임 총리에 안대희 물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당시까지 다른 모든 기사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을 복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었고 <조선일보> 역시 기사 내용에서는 그러했다는 점을 미뤄보면 <조선일보>의 제목 짓기에 상당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중앙일보>는 당일 다른 언론에서는 잘 언급하지 않던 ‘김종인, 이준석 등 깜짝인사론’까지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 지명이 확정된 다음날에도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안대희 후보자에 행정경험이 전무하고, 법조인 편향인사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정치권에서 이를 ‘차기 대권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결국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미묘한 태도 차이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안대희 전 대법관을 얼마나 인정했느냐의 여부와 관계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먼저 치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이 시점에서 두 보수일간지가 입을 모아 ‘비주류 정무형 총리’를 말하고 있는 것은 <조선일보>로서는 플랜B를, <중앙일보>로서는 애초의 계획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그동안 안대희 전 대법관 총리 후보 지명을 둘러싸고 ‘책임총리’, ‘권한 배분’, ‘대통령의 결단’ 등을 언급해온 것은 실질적 차원에서 차기 대권주자 프로젝트를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청와대 역시 이들의 이런 요구가 있는 이상 총리 후보자 인선에 대해서는 차기 대권주자까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것은 청와대의 입장에서 늘 딜레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를 세우지 않을 수 없는데, 차기를 배려하는 순간 레임덕이 시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따라서 청와대가 총리 후보자로 굳이 ‘안대희’를 낙점한 것은 최소한 그가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는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평검사이던 시절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존재 또한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요소였을 것이다. 안대희 후보자를 총리로 만들고 신설되는 부총리와 직책은 총리 아래지만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되는 국가안전처장관에 친박 직계 인사를 임명하면 딜레마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가 ‘안대희 물망’ 제목으로 치고 나온 것 역시 청와대의 이런 판단을 가늠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그 이후를 겨냥한 청와대의 야심찬 첫 번째 카드였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이 모든 기획은 무너지고 청와대는 ‘멘붕’에 빠지게 됐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오늘자 지면은 “이제 어쩔 수 없이 비주류를 배려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나 청와대가 과연 이 메시지를 접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점을 한 번 더 뒤집어보면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정치적 직관을 가져볼 수도 있다는 것. 국무총리? 도대체 그깟게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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