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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정치적 대망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사이

'이회창'과 '정운찬' 사이의 '안대희 카드'

2014. 05. 23 by 김민하 기자

안대희 전 대법관의 총리 후보자 지명을 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대중적 이미지를 좋게 형성한 법조인 출신 인사가 국무총리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이 이회창 전 총재의 길을 따르게 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다니던 195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1960년 서울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1988년 대법관, 1993년 감사원장, 같은 해 국무총리까지 엘리트의 한 길을 걸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안대희 신임 총리 후보자가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리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20세의 나이에 사법시험을 합격한 이후 검찰 내부의 요직을 거친 후 대법관까지 엘리트 법조인의 경력을 갖춘 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청렴하고 소신있는 인사로서 선택됐다는 점에서도 이회창 전 총재와 거의 비슷한 케이스다. 때문에 이회창 전 총재가 이후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것처럼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목된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명 ‘안대희 대망론’이다.

문제는 이회창 전 총재의 국무총리가 된 다음 행보다. 이회창 전 총재는 국무총리가 되고 나서 자신의 소신에 따라 국무총리의 권한을 행사하며 당시 2인자이자 상도동계의 좌장이었던 최형우 내무부 장관을 면전에서 거침없이 호통치는 등의 행동으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이러한 이회창 당시 총리의 행보에 부담을 느껴 이회창 당시 총리에 사임을 종용해 사실상 해임하려 했으나, 이회창 당시 총리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총리는 하지 않겠다며 사표를 내버렸다.

이후 이회창 전 총재는 다시 영입돼 사실상 유력 대권주자로서 활동하게 되지만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연계된 당내 계파 갈등과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에 대한 비자금 수사 등에 대한 입장 차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척을 지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회창 전 총재는 당시 대통령 인형을 몽둥이로 때리고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의 퍼포먼스까지 벌였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철저하게 선긋기로 일관했음에도 1997년 외환위기 책임론과 이인제 당시 후보의 경선 불복 후 출마 등 사건으로 대통령이 되는 데에는 실패했다.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위키백과)

이회창 전 총재의 이러한 사례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이후 행보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는 바가 있다. 우선 기왕에 ‘책임총리’로 역할을 할 것을 주문받은 이상 ‘안대희 국무총리’는 자신의 법적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고 들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이는 어찌됐든 크고 작은 청와대와의 충돌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선 기간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의 영입을 두고 안대희 전 대법관이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 주류와 충돌해 한동안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행보해야 안대희 전 대법관과 박근혜 대통령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와대 입장에서는 ‘소신있는 안대희 총리’의 존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청와대가 명운을 걸고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들 중의 하나는 국정운영동력의 상실을 방지하는 것이다. ‘안대희 총리’의 존재가 초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 반드시 ‘국정운영동력’에 훼손을 야기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청와대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총리에 대한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이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존재는 이런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안대희 전 대법관의 대선배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하던 시기 안대희 전 대법관은 평검사, 지청장, 과장 정도의 위치였다.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원칙에 의해 굴러가는 검찰 조직에서 이 정도의 위계는 극복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다. 비록 이제는 검찰 조직에서와는 다른 조직 논리로 서로의 입장을 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더라도 김기춘 비서실장이 적극적으로 ‘안대희 총리’를 제어하고 견제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문제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짚어봐야 되는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성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의 존재가 배치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인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신의 ‘체제’ 안에서 누군가 자기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려고 하면 내쳐버리는 게 지금까지 정치인 박근혜가 보여준 용인술이었다. 큰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무난하게 정부에서의 2인자가 될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자기 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하면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것을 무한정 용납할 수 없을 거라는 매우 상식적인 판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측면에서도 안대희 전 대법관의 존재가 달갑지 않다. 정권 말기라면 모를까, 아직 한창 일을 할 때 차기 대권주자가 가시화되는 것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력 대권주자이던 이명박 정권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사실상 ‘여의도의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당시 의원의 존재 때문에 국정을 운영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새누리당의 경우 7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만에 하나(정말 만에 하나) 당내 비주류와 정치적 동맹을 맺고 박근혜 정권의 이후를 도모한다면 당연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럴 경우 안대희 전 대법관은 127일만에 국무총리를 사임해야 했던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국무총리 사임 이후 이회창 전 총재를 또 영입했던 김영삼 정권의 전례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주류가 다시 반복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즉, 지금 시점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이회창 전 총재에 빗대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은 청와대에 의해 쫓겨나거나 더 심각한 경우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그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할 것이다. 따라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를 안고 모험을 해보는 것이거나 청와대의 주문에 맞춰 춤이나 추면서 적당히 사는 것 중의 하나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이 상황에서 ‘안대희 카드’는 버리는 카드가 될 운명이거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경우의 사이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가 사는 길을 찾을 수 있는가에 박근혜 정권 후반기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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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힘 2014-10-12 14:02:48
이회창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
http://www.ilbe.com/4473330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