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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불기 시작한 유시민 발언, 보수파 결집하나

지금, 누가 '친노'의 집결을 바라고 있을까?

2014. 05. 22 by 한윤형 기자

지난 21일 공개된 정의당 팟캐스트 ‘정치다방’ 예고편에 나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으로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정면충돌했다.

‘정치다방’ 예고편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박 후보(박근혜 대통령)가 대통령이 돼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의전 하나 밖에 없다고 말씀 드렸는데…”라고 운을 떼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 죽고 감옥갈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불행히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된 화면에는 ‘유시민의 예언?’이라는 자막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의 사진이 나오며 거꾸로 뒤집한 청와대 그림도 등장했다.
또 유시민 전 장관은 “죄없는 아이들이 그렇게 죽은 세월호 사건은 이명박근혜 정권 7년차에 일어난 사건”이라며 “충성도를 기준으로 해서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들 자리주고 끼리끼리 뭉쳐서 자리 주고받고 돈 주고받고 국가 안전관리 기능을 전부 무력화시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같은 날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 추모 산문집 <그가 그립다> 북콘서트에서도 “세월호 사건의 원인은 부정부패”라며, “이명박근혜 집권 7년 동안 대놓고 부패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 정의당 팟캐스트 '정치다방' 예고편 화면 캡쳐 사진
유시민 전 장관은 이 행사에서 "예전에 정치할 때는 국민에게 화가 난다고 하면 조·중·동에서 '유아무개, 드디어 국민 탓'이라고 하겠지만 이젠 말할 수 있다. 국민들한테도 저는 화가 난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직업정치는 세일즈와 흡사하여 수요자에게 맞춰야 하지만 이제 자신은 직업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을 비판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매몰되면 인성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서면브리핑을 통해 “참사를 예언한 것처럼 떠들다니 ‘유스트라다무스’로 불러주길 원하나”라고 비난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생명을 소중히 하는 자세가 아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에 맞서 논평에서 "'끼리끼리 뭉쳐서 자리를 주고받고 돈 주고 받고 이렇게 국가의 안전관리 기능을 전부 무력화시킨 사건이 세월호 사건'이라는 유시민 전 장관의 말에 틀린 대목 있으면 반박해보라"고 받아쳤다.
'친노'란 이름의 결집은 보수파가 바라는 바다
하지만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보수파 결집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분위기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등이 사설에서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을 다소 결이 다른 문재인 의원의 발언과 엮어서 맹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두 사람을 굳이 ‘친노’라는 부류로 묶어서 적시했다. ‘친노’ 대 ‘반노’의 구도로 가면 지방선거에서의 보수파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노림수다.
‘빅데이터 분석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2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의 마지막 고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승찬 대표는 “이른바 친노세력이 결집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를 인과관계로 엮는 규탄 발언을 많이 할 수 있는데, 그런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적대자만 결집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도 결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가령 국정원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친노’를 가장하고 대통령 욕을 세게 하는 공작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떠한가. 안 먹혀도 본전이고 먹히면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다”라고 까지 전망했다.
2012년 대선은 ‘노무현’ vs ‘박정희’의 구도로 치러졌다.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런 구도가 짜여지면 야권의 필패였는데 왜 그걸 고수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친노 세력 일각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이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능가했기 때문에 이 구도로 나가면 이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달 후에야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이 이끄는 정권의 탄생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직업정치를 떠나 자연인이 되었다고 선언한 만큼 제 소신을 펼치는 행위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전략의 문제를 떠나더라도 그의 발언은 내용적으로 볼 때 문제가 많다. 세월호 사건이 보수정권 치하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민주정부 치하에선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란 식의 단순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무리한 인과관계를 설정해 놓고 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비판하면 화도 나지 않고 허탈해할 사람들이 많다.
▲ 정의당 팟캐스트 '정치다방'예고편 화면 캡쳐 사진
'세월호 참사'와 '이명박근혜'의 인과관계는 명백한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대통령일 때 그런 참사가 일어났다면 그들은 당장 팽목항에 내려가 눈물을 흘렸을 거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리고 훨씬 더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후 대처를 했을 거라는 점에 동의한다.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 중 그런 부분은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이란 건 그들의 재임 중엔 그런 종류의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말로 읽힐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무리한 주장이다.
설령 현 대통령이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이었더라도, 2년차 정권의 국정운영 철학이나 기조가 모든 기관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숱한 규제완화 법안 중에서 선박 관련 법안을 먼저 돌이킬 수 있었을지, 산적한 국정현안 속에서 해양경찰청의 개혁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그것은 거의 ‘우연’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만약 그것이 예언가능하다면 새누리당이 붙인 ‘유스트라다무스’란 별명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배가 침몰한 이후 해경의 대처가 같았다면 그 후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색했어도 희생자의 숫자는 거의 비슷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이 이명박 정부 통치기간 동안 참여정부가 확립한 안전 관련 조치들을 뒤로 후퇴시킨 부분을 지적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런 식으로 극단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현 야권이 ‘사람이 먼저’라는 식의 정치적 구호를 들고 나온 건 불과 몇 년의 일이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대의 국정운영 철학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김대중 정부는 IMF의 신자유주의적 개혁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경제관료들을 통제하지 못했고 노무현 정부의 첫 국정운영 아젠다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였다. 보수정부가 하는 것보다 다소 온건하게 했다는 평가는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명박근혜’ 시대의 기조와 반대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사회의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이 경제정책에서 ‘우클릭’을 포기한 건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의 일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민들이 개탄하는 ‘이런 세상’을 만들어낸 정치적 책임이 보수세력에게 더욱 지워져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 그들의 책임은 전무한 것인가.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잘못된 선택을 한 다수 국민들의 정치적 책임으로 수렴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와 같은 태도가 세월호 참사에서 집단적 외상을 경험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즐거운가"라는 <조선일보> 사설의 물음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태도에 <조선일보>가 '신이 난'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설령 백번 양보해서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세력의 자세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막아내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정치인이 아니니 마음껏 말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은 정치평론가의 발언으로도 보이지 않고 포교활동에 나선 선교사의 발언으로 들릴 따름이다.
'우매한 국민'과 '화나는 국민'을 넘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 사회의 제1야당에 대해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상 중 부정적인 것들로는 “같은 기득권 세력인데 피해자인양 처신한다”와 “자신들의 무능을 국민의 무능으로 책임 전가한다”라는 것 등이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은 세일즈맨과 비슷한 처지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직업정치인들이 겉으로는 뭐라 발언하든 속내는 유시민 전 장관과 비슷할 것이라는 강력한 심증을 전달한다.
규모가 제법 큰 제1야당이면서도 집권 여당에 비해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처지이기에 선거전술이나 국정운영의 미숙의 책임을 떨쳐내려는 자세는 온당한가. 그런 식으로라면 이른바 진보진영은 “유시민을 진보라 생각하는 국민들에게 화나”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들의 모든 정치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국민들에게 화난다”는 그 자세는 저쪽 편 정치인의 자녀가 내뱉은 “국민이 미개” 발언과는 어떠한 차별성을 지니나. 이 사회엔 정녕 정치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울부짖는 미개한 국민과, 뽑지 말아야 할 대통령을 뽑아 놓고 참사에 슬퍼하는 화나는 국민 밖에 없단 말인가.
유시민 전 장관의 해당 발언에 깊이 공감하는 정신상태가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바꾸는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야권의 제 정치세력은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봐야만 할 것이다. 그 고민과 성찰에 입각한 대답만이 <조선일보>가 작정하고 뒤집어 씌우려는 ‘친노’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유 전 장관의 황당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가해자’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옹호해야 한다는 단순논리를 펼친다면 유권자들은 야권 전체를 ‘유시민류’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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