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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지방선거 판짜기인가, 국무총리 '가이드라인' 제시인가

지방선거 개시 첫날, 갑자기 '친노' 때린 조선일보

2014. 05. 22 by 김민하 기자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 22일, <조선일보>는 난데없이 ‘친노세력’을 비난하고 자극하는 '기행'을 보였다. <조선일보> 특유의 영리한 ‘기획'인지, 단순한 악다구니인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22일 ‘문 의원·유시민씨는 지금 슬픈가, 즐거운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유시민 전 장관이 정의당이 공개한 토크콘서트 홍보 동영상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 엄청 죽고 감옥 갈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 사실과 문재인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사태와 광주민주항쟁에서 국가의 모습의 유사성을 논하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했다는 사실 등을 들어 이들이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세월호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두 사람이 과연 세월호 비극을 국민과 함께 슬퍼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즐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까지 썼다.

<조선일보>는 유시민 전 장관이 참여정부에서 국회의원 두 번, 장관 한 번을 했고 2007년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과 2010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두 사람은 친노를 대표하는 야권 정치지도자들”이라고 또 썼다. 어떻게 봐도 ‘친노세력’을 겨냥한 사설이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조선일보>의 이러한 ‘악다구니’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여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사들의 출마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재선을 노리는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는 ‘좌희정우광재’로 요약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상대 후보에 비해 다소 적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지사 후보 역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그룹으로 분류된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는 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의미에서 ‘친노그룹’의 일원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오거돈 무소속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부산 지역이 여당의 아성임을 고려할 때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름대로 여당에 위협적인 지지율을 획득하고 있기까지 하다.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역시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 등이 인터넷 상에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와 겹치게 되면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수세력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참여정부’와 연관있는 인물들에 대해 자신들이 불편하게 느꼈던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느닷없이 친노세력에 저잣거리에서 시비를 걸듯 “기분 좋냐”고 물어본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리한 것일 수는 있어도 비겁한 전략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비판하고 싶다면 참여정부 시절의 정책이나 노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국민 세금 운운하며 ‘무상’ 관련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뽑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은 정파색은 짙을 지언정 차라리 무슨 정책을 언급하고 있기라도 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제기한 것까지도 모두 싸잡아서 부당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이는 언론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영리한 <조선일보>가 다른 측면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임 국무총리에 관해서다. 상당히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신임 국무총리에 대해 여러 정치인 및 관료 등의 이름이 호명되고 있다.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늦어도 이번 주 안에 신임 총리를 발표한다는 계획인데, 각 언론들은 상당 부분 인선이 진척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확정된 인사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 22일자 조선일보 1면.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22일 1면 편집은 묘한 뉘앙스를 주고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1면에 ‘후임 총리에 안대희 물망’이란 제하의 기사를 배치했는데 내용은 다른 언론 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이한 것은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이름을 굳이 특정해서 제목에 넣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재 총리 후보로 거명되는 인사들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비롯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성호 전 국정원장,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한덕수 무역협회장 등이다. 그간의 논란을 의식해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외의 인사들 역시 상당 수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중 참여정부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사는 김성호 전 국정원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 한덕수 무역협회장이다. 이들은 꼭 ‘친노세력’의 일원은 아니더라도 참여정부 시절 요직을 맡거나 현직으로 활약한 바 있다.

즉, <조선일보>의 ‘뜬금포’는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도 있다. <중앙일보>가 22일 4면 기사에서 지난 대선에서의 김종인, 이준석 비대위원 등의 예를 거론하며 ‘깜짝 인사의 전격 등용 가능성’을 논한 것과는 정반대의 의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진실은 <조선일보>만이 알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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