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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YTN 해직 2000일, 지난하고 힘든 시간을 버틴 이유

"상암시대에는 6명 모두 복직할 수 있게…"

2014. 03. 29 by 김수정 기자

“지금 대법원은 아주 조용합니다. 해고무효판결(2심) 난지 3년이 지났는데 대법원이 이렇게 조용히 있습니다. 민사사건의 상고심 처리 기간은 보통은 넉 달 정돕니다. 평균 3.9개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YTN 해직자들 사건은 3년째 판결을 안 내리고 있는 겁니다. 노동사건의 판결이 지체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3년이면 좀 많이 늦는 편입니다 … 언제 판결이 날 지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실 저희 YTN 조합원들 MBC 1심 판결 보고 굉장히 뭉클했을 겁니다. MBC 재판부는 공정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언론사의 파업은 정당하다 이렇게 밝혔었죠. 흔히들 사법부를 우리 사회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데요. 부디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보루가 돼서 공정방송을 지킬 수 있는 올바른 판결 내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버티GO’ 행사 중 대법원 ‘뒤’에 나가 있는 권준기 기자의 발언 중에서

2008년 10월 6일,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등 YTN 기자들이 MB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을 거부하는 투쟁을 벌이다 일시해직됐다. 법원은 2009년 11월 1심에서 ‘전원 복직’을 판시했지만, 2011년 4월 2심에서 3:3(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해고 정당/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해고 무효)으로 뒤집혔다. 이제 며칠 후면 2심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되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는 사이 YTN 해직사태가 일어난 지 어느덧 2000일이 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권영희, 이하 YTN노조)는 28일 저녁 6시 30분, 상암 신사옥 YTN 뉴스퀘어로 가기 전 마지막 ‘남대문에서의 밤’을 맞아 <해직 2000일… 버티GO> 행사를 열었다. 남대문 YTN타워 1층 로비에는 모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YTN 투쟁에 함께 해 왔던 반가운 얼굴들이 로비 한 쪽을 촘촘히 채웠다.

YTN 구성원들은 대통령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이 보도전문채널의 수장으로 올 경우, YTN의 ‘공정방송’을 담보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싸웠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사상 초유의 대량 해직이 발생했고, 특보 사장이 떠난 자리에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 배석규 사장이 들어와 앉았다. “2000일 해직사태 남대문도 울고 있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해직자여 돌아오라”라는 힘찬 구호에서 ‘비장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YTN노조 박진수 수석부위원장은 자신을 “모두가 죄인인 YTN의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마포구 상암동 신사옥으로 옮기며 새로 만든 YTN 사원증에 해직기자 6명의 얼굴이 담겨 있다. (미디어스)
하지만 <버티GO> 행사에서는 한숨보다는 웃음이 묻어났다. 해직자들도, YTN 구성원들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서로의 존재’가 가장 힘이 되었다며 공을 돌렸다. 2008년, 그때 뜨거웠던 YTN의 투쟁이 옳았다는 것, 그렇기에 기자 6명에 대한 회사의 해고 결정은 부당했다는 것, 일터를 잃은 해직자들은 반드시, 빨리 복직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그 믿음은 몹시 단단해 보였다.

YTN노조 지순한 노조원은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이렇게 얘기한다. ‘YTN 사태는 해결됐지’라고. 그냥 웃고 만다. 6명이 돌아오지 않는 한 YTN 사태는 계속되는 것”이라며 “반드시 저희들 힘으로 해직 동료 6명을 제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2000일이 됐든 3000일이 됐든 YTN에서 바른 언론을 만드는 데 많은 동지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YTN의 정상화를 기다리며 묵묵히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그들은 해직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아니었다. 희생자였다. 그래서일까. YTN노조 권영희 지부장은 ‘저는 별로 안 미안하다’라고 답했다.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 그들은 나갔더라고요. 제 잘못은 아닌 것 같아요. 그들이 빨리 돌아오지 못해서 약간 미안하긴 해요. 저희가 방송을 95년 3월 1일? 6일에 시작했습니다. 6968일이 됐구요. 2004년 3월 1일에 (남대문 사옥에) 와서 3680일이 됐습니다. 여섯 명이 회사 나간 지 2000일이 됐죠? 이 사옥을 옮긴 지 만 10년이 됐는데 해직자들은 이 사옥에서 절반도 있지 않았죠. 그래서 더 빨리 돌아와야 하는데요. 저는 좋게 생각하려고요. 여기는 우리 일 잘하던 해직자들이 다시 돌아와서 일할 터가 아닌가 봐요. 새 건물에 더 좋은 방송용 건물에서 그들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가 하나도 슬프거나 아쉽지 않구요.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2000일 동안 든든히 버티게 해 준 이유’

우장균 해직기자는 “오늘 나오면서 보니 한 나무에만 유난히 벚꽃이 피어 있었다. 아, 봄이 오고 있구나 했다. 아마 그런 봄을 저희가 한 다섯 번째 맞은 건가, 여섯 번째 맞은 건가 햇수로도 헷갈리는데 날짜로는 오늘이 바로 2000일이 됐다고 한다”며 “저희 해직기자 6명이 2000일 동안 이렇게 든든하게 버티게 해 준 건 우리 조합원 동지들 덕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2000일 동안 잘 버티게 해 준 노조 조합원들과 언론노조 분들, 연대해 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승호 해직기자는 “개인적으로 2000일에 별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만일 저희들이 잘못해서 해직됐다면 참 부끄럽고 쪽팔리는 일이지만 저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2000일이 4000일이 되고 10000일이 되더라도 부끄러울 것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 왼쪽부터 우장균 해직기자, 조승호 해직기자. 조승호 해직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미디어스)

조승호 해직기자는 “우리가 옳았던가, 우리가 과연 이겼던가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다. 회사에서 잘린 제가, 회사에 개기다가 온갖 핍박 받고 있는 여기 YTN 동료들이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옳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큰소리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옳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이렇게 응원 와 주시지 않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이겼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못 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정방송’이라는 옳은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박수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0일의 주인공은 해직된 6명이 아니라 지금도 싸우고 있는 YTN 동료들, 암울한 상황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라며 “그래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라고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권석재 해직기자는 “저희 12기 후배들이 쓴 기사를 보고 왔다. 후배들은 저희들을 생각할 때마다 미안함이 앞선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저희들이 여러분들 보면 미안하고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며 “저희는 못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니고 잠시 옆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니, 언젠간 꼭 돌아가리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다. 여러분들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훌륭한 건물에서 더 훌륭한 방송 만들도록 노력해 주시길”

정유신 해직기자는 “상암동에 있는 새 건물에 대한 기사를 봤다. 건물 아주 멋지더라.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골뱅이 계단(달팽이 계단)”이라며 “예전에 수송동 연합뉴스 건물에 있을 때 계단 오르내리면서 테잎도 가끔 떨어뜨려 봤고 부딪치기도 했었는데, 새 건물의 그 긴 골뱅이 계단을 뛰어내릴 동료들을 떠올리니 ‘아, 훌륭한 건물에서 더 훌륭한 방송을 만들도록 동료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권석재 해직기자, 정유신 해직기자. 두 사람은 현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파견 노동자 형식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은 권석재 해직기자가 발언하는 모습 (미디어스)

그러면서도 정유신 해직기자는 남대문 사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울역에 있는 YTN 건물이 평생 잊지 못할, 머리에 이미지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주로 이사를 가면 다음주에 새 건물로 간다고 얘길 들었는데 군에 가 있는 동안에 뭔가 집이 이사가는 듯한 느낌? 그런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고요. 남자는 치매에 걸리면 자기가 가장 열심히 일했던 장소로 자기도 모르게 찾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나이를 먹으면 저는 서울역 근처를 배회하지 않을까. 제 인생에서 가장 뭔가 치열하고 그런 기억이 그 자리에 있어서. 그 기억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 현덕수 해직기자 (미디어스)
현덕수 해직기자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게 2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해직) 2000일이 됐다는 것과 YTN 사옥이 이전한다는 것”이라며 “지나고 나면 숫자가 역사가 되더라. 지금 2000일도 우리 언론사에, 더 크게는 우리 한국현대사에 하나의 기록으로, 우리 언론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아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부 열심히 하고 모범학생으로 학교를 잘 다니다가 기자로 열심히 성공하기 위해서 YTN에 왔는데 양심을 한 번 지켜보겠다고 하다 보니까 어느새 해직기자라는 그런 굴레라면 굴레고 명예라면 명예를 쓰고 40대 중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 누구는 부장을 달고 국장을 하면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는 뭘까, 하는 질문들이 가끔씩 저를 엄습해 옵니다. …제주도 올레길에서 본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아무 의미 없다’는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 제가 견뎌오는 데 여러분들이 큰 힘이었고 저의 뜨거운 동지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다 같이 그렇게 세월을 넘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해고자 복직과 YTN의 정상화를 바라는 진심어린 응원 가득

‘조촐하게 꾸며서 다 같이 소주나 한 잔’ 하는 자리가 될 줄 알았던 <버티GO> 행사에는 그동안 YTN 사태의 시작부터 함께 해 온 정다운 이들이 많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언론노조 등 언론계를 비롯해 YTN의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 내 온 언론시민단체 등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발언하는 이들은 서로 달랐지만, 그들은 ‘해직자들의 즉각 복직과 YTN의 정상화’라는 하나의 바람을 말하고 있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해직기자 6명에게는 존경을, 그들의 삶의 무게를 나눠진 YTN 구성원들에게는 자랑스럽다는 격려를 보냈고 이강택 전 위원장은 “여러분들은 우리 모든 언론노동자들의 자존심이고 희망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전했다. 10·24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을 맞아 자유언론을 되살리는 재단을 준비 중이라는 최상재 전 위원장은 “재단이 뜨기 전에 해직자들 복직시키고 YTN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그 다음부터는 저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박근혜 정권과 배석규 사장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손길이 오가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 박종률 회장은 행사 뒷풀이에 보태라며 YTN기자협회 회비 한 달 치를 내놓았고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도 ‘함께 어깨 걸고 버티고’라는 이름 아래 후원금을 보탰다. 해직언론인 후원기금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권오훈 본부장은 “3월 첫 달, 335명이 388만원을 모았다. 1회적으로 그칠 게 아니라 앞으로 YTN, MBC 해직자가 복직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YTN의 정상화를 위해 내부에서 계속 깨어 있어달라는 당부도 빠지지 않았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YTN 사태를 일으켰던 당사자들은 노동자 여러분들이기도 하지만 이 앞에 왔던 시민들인 것 기억하시죠?”라며 “월급 받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판단한 ‘발언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직업으로 돌아오는 복직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섯 분에게 뜨거운 지지를, 그분들과 함께 하는 여러 동지들에게 찬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의 이선옥 작가는 담담히 언론인들의 ‘존재 의의’를 되새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쌍차 47억원이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 같은 언론인이 보도했기 때문이거든요. 알려지지 않은 사업장의 문제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창구가 언론인들의 보도로 인해서 생기게 됩니다. … 여기에는 현역에 계신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런 무대가 있을 때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가장 큰 창구가 언론이기 때문에 같이 연대하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이 문제를 보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시간 여 이어진 <버티GO> 행사는 밤 8시 30분 즈음 끝이 났다. 박진수 부위원장은 “남대문에서 정말 끝냈어야 했는데… 6명이 진짜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복직 집회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서 너무 서운하다”면서도 끝내 ‘희망’을 다시 얘기했다.

“우리 꼭 상암시대에는 우리 6명 다 들어오게 해서 잘 살아봅시다”

▲ 28일 밤 6시 30분부터 2시간 여 계속된 '버티Go'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 오는 4월 1일 국민TV 개국을 앞두고 있는 노종면 해직기자는 행사가 마무리된 이후 겨우 도착했다. 사진은 노종면 해직기자가 동료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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