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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중앙-한국, 한겨레-경향으로 나뉘는 언론진영

'이석기 유죄', 신문 사설의 세 갈래

2014. 02. 18 by 한윤형 기자
사회경제적 문제는 아닌, 대북문제나 공안사건의 영역에서 최근 한국의 신문은 크게 볼 때 세 갈래로 나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보수’의 영역을 담당하고,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중도’의 위치를 잡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진보’라는 것이야 명백하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이후 34년만의 내란음모사건인 ‘이석기 사건’이 1심에서 징역 12년 자격심사 10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다음날인 18일의 신문 풍경도 그랬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법 논리에서 벗어난 ‘이석기 사건 판결’>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아르오 자체가 국가정보원과 제보자의 추측으로 만든 소설이라고 주장해온 이 의원과 변호인단의 주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 의원과 변호인단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형법 87조에는 내란죄에 대해 ‘국토의 참절 또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하여 폭동하는 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동’이어야 할 뿐 아니라 일반적 추상적 합의를 넘는 구체적 모의도 있어야 한다. 판결문에서 ‘음모가 계획의 세부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밝혔듯이 이들이 과연 이런 정도의 구체적인 내란 계획을 세웠는지, 실제 그럴 실행 능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장난감총’ 운운하고, 어린아이 우는 소리까지 들리는 회합이 내란 음모를 위한 조직 모임이라는 게 합당한 판단인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 판결을 비판했다. 하지만 <한겨레> 일부 기사는 이 사건이 국정원과 검찰의 ‘조작’에 불과하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너무 충실히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18일자 한겨레 5면 기사
<경향신문>의 경우 <내란음모 유죄, 오직 증거에 따른 판단인가>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이 사건 수사 사실이 공개됐을 때 이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조악하고 황당한 현실인식을 비판한 바 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발상은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시민적 상식에 비춰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고 말하는 등 이석기 의원 등의 사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경향신문> 역시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내란음모라는 중범죄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원의 판단이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입각한 것인지 묻고자 하는 까닭이다. 제보자 이씨는 공판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RO에 가입했다면서도 가입식 날짜와 장소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5·12 회합 녹취록 역시 ‘선전 수행’이 ‘성전 수행’으로 잘못 기록되는 등 수백 군데 오류가 드러나 수정됐다. 설사 제보자 진술과 녹취록의 신빙성을 인정한다 해도 이 의원 등의 행태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수준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실제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폭동의 세부적인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 터다”라며 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반박을 하였다. 제보자의 증언조차 일부분은 “그 사람들 내가 잘 아는데...”라는 ‘심증’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측면이 보였는데, 녹취록과 제보자 증언만으로 유죄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지 여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한편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쪽이었다. <중앙일보>는 <민주 질서 강조한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어야 할 때”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이번 판결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민주주의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판결에 반박하는 이석기 의원 측의 입장에 대해서 “선고 직후 통합진보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명백한 정치재판이자 사법살인’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놓고 정치적 시비를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재판 진행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면 법원의 판결을 일단 존중하는 게 옳다. 이 의원 자신도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재판을 공평하게 이끌어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결론이 기대에 어긋난다고 해서 판결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헌법이 3심제를 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결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항소 절차를 통해 바로잡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법리와 증거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 18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이석기 의원의 결심공판 최후진술의 해당 발언은 보수언론에서 많이 인용되었다. 재판의 진행 자체는 공정했다는 정황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일보>는 <중앙일보>에 비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한국일보>는 다른 언론사 사설보다 비교적 짧은 분량인 <이석기 재판 과민반응 자제하고 차분히 주목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법을 확대ㆍ축소 해석하기보다 법 규정을 충실하게 적용하려고 애쓴 흔적을 드러낸다”고 해설했다. <한국일보>는 “따라서 '국토 참절'만을 염두에 두어 '내란음모는 심하다'거나 거꾸로 '사형에 처해 마땅하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경계해 마땅하다. 그런 극단적 반응 대신 차분히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 발전의 한 단면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묘하게 중립적인 위치를 점하려는 의지가 느껴졌으나, 전반적으로 분량 문제도 그렇고 이 문제에 관해 견해를 밝히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는 정황이 느껴졌다. ‘쓰기 싫었지만 사건이 사건이니 할 수 없이 썼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평소 사설의 두 배 분량의 길이의 사설을 통해 법원 판결에 환영하며 그 의미를 해설했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체제 전복 기도한 이석기 RO 중형 마땅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재판부가 지난해 11월 첫 공판부터 이달 3일 결심을 포함해 46차례 공판을 열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며 내린 결론이다”라며 재판의 공정함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조선일보> 역시 <법원, 대한민국 파괴 세력이 쓴 가면 벗겼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재판은 피고인들조차 공정했다고 인정했다. (...) 피고인들에게 변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고, 증거 채택 여부 등에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이 의원의 정치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고 국회 진출까지 도운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 의원은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의 핵심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2003년 3월 항소심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는데도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데 이어 2005년 복권됐다. 사면 복권 과정의 전말을 지금이라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라며 과거 참여정부의 책임까지 지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여야는 이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와 징계심사에 착수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내란음모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까지 계속 국회의원 대접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이석기 의원의 조속한 제명을 주문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 역시 “사실 이석기와 같은 사람들의 존재, 그들의 생각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이후 최근까지 '민혁당' '일심회' '왕재산'과 같은 명백한 간첩단이 적발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낮은 형량, 습관적 사면·복권으로 관련자 대부분이 종북 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경각심 부족이 이런 '괴물'들을 키웠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라며 한국 사회가 ‘종북주의자’들에 대해 더욱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화 세력과 주사파 세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이 대한민국 파괴 세력은 다시 민주화 간판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反)민주 주사파 세력을 떼어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라며 야권의 자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의 주문들이 이 기회에 야권 전체에 ‘종북’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새누리당의 전략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국정원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보장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誤導)하려는 시도’라고까지 지적했다”(<조선일보>)라는 서술에서 드러난 녹취록 내용의 상당수는 사실이라는 정황, “이들은 속으로는 극단적 반(反)민주 전제(專制) 체제인 북한을 숭상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주주의 제도가 부여한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조선일보>)라는 뼈아픈 지적에 대해서는 진보진영도 응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이 사건을 국정원과 검찰의 조작사건이며, 이를 법원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면 역으로 통합진보당 측의 여론호도에 편승하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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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2014-02-18 17:45:55
이미 이석기를 욕하는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1심재판으로 이루어진 그 여럿그림들 영향으로 2,3심에서 어떠한 주장이나 어떠한 발표가 나도 그다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이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서 사법부가 판단했으면 하는 맘이 있었어요. 아 여기서 저는 "북한제체를 옹호하지 않지만,"이라는 전제를 빼먹었군요..
흠. 2014-02-18 17:43:41
이미 이석기를 욕하는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1심재판으로 이루어진 그 여럿그림들로 2,3심에서 어떠한 주장으로 어떠한 발표가 나도 그다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이정도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타협점으로 사법부가 판단했으면 하는 맘이 있었는 데..
흠. 2014-02-18 17:41:52
이번 판결은 결론이 '북한체제를 옹호하여도'라는 말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를 물어보는 과정이었는 데, 그 결과가 약 20여년으로 결론지어졌다면 결국은 국가보안법으로 상징된 법이 사람들 삶에 깊숙히 하나하나 미치는 강력한 단일체제를 꿈꾸는 것을 현 사법부가 지향하는 모습 아닌지요? 한윤형기자님이 어떤지 모르지만, 이석기의원을 최종판결권을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의 투표아닌지요.
흠. 2014-02-18 17:37:09
중도를 표방하지만 중앙일보 사설은 여기 인용된 글로는 모순으로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이석기 RO계열 자체가 이미 북한체제를 추구하는 사람들인 것은 그동안 행동과 현재 판결로 확인이 다 된 거잖아요. "비록 북한체제를 옹호한다 하더라도"라는 말이 이번 판결로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되었는데, 2심 3심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어떻게 설명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