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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뉴스-홍보 차이는 보도 책임자만의 문제인가?

지상파, '올림픽-폭설' 몰두한 사이…JTBC는?

2014. 02. 13 by 김수정 기자

올해는 스포츠 이벤트가 몰려 있다. 러시아 현지시간 기준으로 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소치 올림픽을 시작으로,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대형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 방송은 스포츠 이벤트로 얼마나 ‘흥행’을 끌 수 있을 것인지에 몰두한다. 화려한 해설진을 갖추고 특별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고, 인기 있는 종목을 중계하기 위한 쟁탈전 기세도 대단하다.

방송뉴스 역시 스포츠 이벤트를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다. 이미 중계방송으로 전파를 탄 화면들이 뉴스에서 다시 재현된다. 메달리스트들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성공신화를 부각시키는 것이라면 아주 사소한 정보라 할지라도 모두 뉴스거리가 된다. 이번 소치 올림픽도 비슷한 양상인데, 특히 올림픽 중계권을 갖고 있는 지상파가 단연 앞장서고 있다. 문제는 올림픽 뉴스에 집중하느라 다른 이슈들이 소외된다는 데 있다. 물론, 부러 국내 이슈에서 눈을 돌리려는 ‘의도’가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방송사도 있다.

동계올림픽과 폭설, ‘겨울’을 가장 사랑한 KBS

KBS가 홍보에 가장 앞서고 있다. 하루 평균 25꼭지 정도를 방송하는 KBS <뉴스9>는 소치 올림픽, 폭설이라는 두 가지 주제만으로 거뜬히 10꼭지 남짓의 리포트를 소화한다. 이상화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500M 부문 금메달을 딴 12일, <뉴스9>는 4번째부터 11번째까지를 이상화 선수 뉴스로 채웠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상화 선수의 기술 분석에서 시작해, 그의 코치, 가족의 헌신 등 이상화 선수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크건 작건 개별 리포트로 보도됐다. 기록과 관련된 수치 분석, 이상화 선수의 기술 분석을 비롯해 성공 스토리 뒤에는 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거나, 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는 내용 등 멘트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것들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KBS 해설위원으로 데뷔해 화제를 모은 개그맨 강호동을 언급하며 ‘자사 중계’를 넌지시 띄우기도 했다.

곧바로 이어진 소식은 ‘폭설’이었다. 1M 넘게 내리는 ‘엄청난 눈’은 분명 뉴스거리지만 <뉴스9>는 연이어 5개 리포트를 폭설 소식 전달에 할애했다. 헌정 최초로 ‘태스크포스’형 정부 부처를 만든다는 자사 단독보도는 그보다 한참 뒤인 21번째에야 소개됐다.

올림픽 개막식 전날(한국시간 기준)이었던 7일부터 KBS는 올림픽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했다. 2~7번째 리포트로 한 번 훑고 지나간 다음, 뉴스 후반부에 6꼭지를 배치해 다시 한 번 올림픽을 상기시켰다. 이날은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무효하다는 법원 판결과, ‘김용판 무죄’에 항의하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기자회견이 대표적이었다. 쌍차 소식은 15번째로 다뤄졌고,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8일부터는 올림픽+폭설 세트가 본격화됐다. 8일부터 12일까지 <뉴스9>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올림픽+폭설 뉴스 꼭지는 늘 10개를 넘겼다. 8일 11개(올림픽 7, 폭설 4), 9일 11개(올림픽 4, 폭설 7), 10일 17개(올림픽 7, 폭설 10), 11일 12개(올림픽 6, 폭설 6), 12일 13개(올림픽 8, 폭설 5) 등이다.

덕분에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할 소식들이 뒤로 밀렸다. 김승연 한화 회장, 구자원 LIG 회장 집행유예 뉴스는 25번째,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의 위안부 할머니 만남은 31번째였고 미 뉴욕주에서 추진 중인 동해 병기 입법화는 단신이었다. 이날 단신의 마지막은 KBS <뉴스9>가 10년 연속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뽑은 ‘명품 뉴스’로 뽑혔다는 자화자찬성 보도였다.

같은 기간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의 보도 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8일 9개(올림픽 7, 폭설 2), 9일 9개(올림픽 5, 폭설 4), 10일 8개(올림픽 4, 폭설 4), 11일 9개(올림픽 5, 폭설 4)의 리포트를, SBS <8뉴스>는 8일 8개(올림픽 5, 폭설 3), 9일 8개(올림픽 6, 폭설 2), 10일 13개(올림픽 7, 폭설 6), 11일 14개(올림픽 7, 폭설 7)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12일 관련 리포트는 MBC <뉴스데스크>가 9개(올림픽 6, 폭설 3), SBS <8뉴스>가 12개(올림픽 8, 폭설 4)였다.

▲ 위에서부터 12일자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의 이상화 선수 보도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이상화 선수의 허벅지 둘레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데 열중했고, 가족들의 눈물겨운 헌신 뒤에 성공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내보냈다. KBS <뉴스9>에서 다루지 않은 이상화 선수의 트위터를 뉴스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차이였다. SBS <8뉴스>는 올림픽 뉴스 전체 꼭지수는 많았으나 이상화 선수 뉴스는 한 꼭지 안에 포괄적으로 담아 3꼭지로 처리했다.

현안 보도 놓치지 않은 JTBC <뉴스9>,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

요즘 가장 ‘나은’ 방송저널리즘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JTBC <뉴스9>는 어땠을까. 올림픽 기간이라는 특수성 탓에 하루 4~5꼭지의 리포트를 올림픽 뉴스에 배분했지만, 현안 보도는 놓치지 않았다. 지상파 3사만 봐서는 관련 단어를 듣기도 힘든 일들이, 블록화된 뉴스로 보도됐다. 가장 확연한 차이를 보였던 날은 지난 7일이었다.

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7일 JTBC <뉴스9>가 선택한 톱은 “김용판 무죄,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과”라고 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발언이었다. 법원은 6일 권은희 과장의 발언 대부분을 신빙성 없다고 판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물했다. 다음날인 7일에도 JTBC <뉴스9>는 이 이슈를 심도 깊게 파고들어갔다. 법원의 무죄 판결 배경, 야당의 특검 요구 등 1~5번째 뉴스가 전부 법원의 판결 후폭풍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여론조사도 주제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검 필요성’이었다.

JTBC <뉴스9>가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본 이슈는 ‘쌍용차 노동자 해고무효판결’이었다. JTBC <뉴스9>는 이번 판결의 취지와 배경을 밝힌 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스튜디오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창근 실장은 지난해 11월 18일, 대한문 앞 마지막 쌍용차 미사 당시에도 전화연결을 통해 JTBC <뉴스9>에 출연한 바 있다. 올림픽 관련 소식은 5개, 폭설 소식은 1개에 그쳤다.

▲ 김용판 무죄 후폭풍, 쌍용차 노동자 해고무효판결 승소 등 핫이슈를 전면에 배치한 JTBC '뉴스9' 7일자 보도 목록

이 같은 흐름은 8일부터 12일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비교적 연성 아이템 비중이 높은 주말뉴스도 마찬가지였다. JTBC <뉴스9>는 김용판 무죄에 반발, 시민들이 연 촛불집회를 유일하게 보도했으며 특검 도입 이슈도 계속 주시했고, 권은희 수사과장의 전보 소식도 전했다. <일요 시사진단> 코너에서는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전망, 윤진숙 장관 경질로 본 박근혜 대통령 인사 분석 등 현안을 중심으로 해설 뉴스를 선보였다.

JTBC <뉴스9>는 올림픽 뉴스는 후반부에 따로 배치해 각종 이슈들과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지상파 3사와 달리 폭설 뉴스의 빈도와 개수도 8일 2개, 9일 2개, 10일 3개, 11일 2개, 12일 1개로 훨씬 적었다. 지상파가 매달리는 두 가지 아이템을 조금 덜 다루더라도, 얼마든지 뉴스를 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JTBC <뉴스9>는 12일 방송에서 지상파 뉴스는커녕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조차 ‘금기어’로 치부되는 <또 하나의 약속> 선전 소식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자로 목숨을 잃은 고 황유미 씨의 사연을 다룬 영화로, 적은 스크린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영화보기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결국, 보도 내용은 보도국 책임자의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제나 오늘이나 러시아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고 한국 사회에서 하루에도 또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뉴스,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뉴스가 어떤 것이느냐에 따른 판단이 다를 뿐이다. 지상파는, 특히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공영방송 KBS가 폭설과 올림픽에 묻힌 뉴스를 선보이는 사이 JTBC는 핫이슈를 빠짐없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9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한국 방송저널리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보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JTBC를 두고 “적은 인력으로도 의지를 갖고 하면 (좋은 보도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적 있다. 오랜 취재 경험과 좋은 취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지상파의 보도국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저희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JTBC 뉴스와의 비교가 마뜩찮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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