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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조선 '전술핵 배치'vs한겨레 '그래도 대화'

북 핵실험, 뫼비우스의 띠 딜레마에 빠진 언론의 강온대응 요구

2013. 02. 13 by 김완 기자

‘동북아의 위기’라는 진단은 일치한다. 북한의 핵실험이 ‘진화된 단계’라는 점에서도 대략적인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경량화’, ‘소형화’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다소 엇갈리는 점도 엿보이지만, 대세를 가를 정도는 아니다. 어찌되었건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시대’가 끝났다는 정세 인식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딛고 넘어설 것이냐의 문제, 즉 해법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상당한 온도차가 보인다. 가장 과격한 주장은 역시 조선일보가 내놓았다. 조선은 “김정은 정권 교체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 강 전략의 끝,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요구다. 반면, 한겨레는 “중재역은 그래도 중국 뿐”이라며 “북핵 문제가 안고 있는 구조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강온 양면책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핵 문제가 대화의 끝이 아닌 대화의 시작이 되어야 한단 시각이다.

'전술핵 재배치' 요구까지 나간 조선의 대결 마케팅

조선은 1면 헤드라인을 통해 ‘북핵 게임의 틀이 급변했다’며 한국이 ‘핵그늘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조선의 시각은 명확하다. ‘북한이 한국, 미국과 외교카드가 없는 사실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밖의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북한이 발표한 ‘핵탄두 소형화’ 발표가 과장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북한의 ‘다종화된 핵 억제력 과시’의 의미는 “서울에 떨어지면 2개월 내에 20만명이 사망”하는 수준이라고 위기 경보를 최대치로 올렸다. 북한의 핵이 실전용이냐 아니면 협상용이냐는 판단에서 여전히 협상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조선은 이를 실전용으로 해석해내는 과단성을 보인 것이다.

▲ 13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이 보기에 ‘미와 아시아 패권경쟁하는 중국’은 ‘속은 끓지만 ’북 흔들기‘를 못하고, ’한미가 초고강도 제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조선은 거듭 대화의 가능성을 낮게 봤는데, 향후 한반도 정세는 “핵 보유국 북이 미와 직접 한반도 문제 협상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은 “이젠 북 붕괴시킬 의도 없다는 역대 정부의 여유를 부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의 전략에 대한 조선의 입장은 사설 ‘나라 국민 지키려면 ’원치 않은 결단‘ 내릴 수 있다’에서 폭발적으로 ‘질주’했다. 조선은 “당장의 선택 대안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북의 무효 선언으로 백지화돼 버린 만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전후해 철수시켰던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을 요구했다. ‘전술핵 재배치’ 요구는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선 ‘원치 않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중국이 절박하게 실감토록 만드는 것”이란 것이 조선의 판단이다.

그래도 중국 뿐이라며, 대화 강조한 한겨레

반면, 한겨레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당분간은 ‘누가 더 위협을 두려워할까’라는 대결과 공포의 논리가 지배하는 위기 국면이 예상된다”면서도 “중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현실 논리를 부각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북, 제재 맞서 위험한 질주...중재역 그래도 중국뿐’이었는데, 한겨레는 중국은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핵실험 이후의 적극적 역할을 상정했다”고 지적하며 중국의 이런 스탠스는 “유엔 제재가 강화되더라도 대화의 공간은 열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 13일자 한겨레 1면.

조선이 사실상 더 이상의 대화는 어렵다는 판단 속에 향후 대화가 있더라도 중국의 방조 속에 북미간 직접 대화가 열릴 것이라고 분석한 반면 한겨레는 중국의 매개자 역할에 주목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활동을 요구한 셈이다. 한겨레는 “박 당선인은 미국과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편으로, ‘한-미-중 3자 젼략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한‧미가 중국과의 공동전선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는 대북 중재가 가능한 공간을 열어주는 게 숨막히는 위기 상황의 ‘숨구멍’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후 해법에 관한 조선과 한겨레의 차이는 그야말로 멀다. 조선은 ‘강 대 강’ 원칙에 입각한 즉각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있고, 그 구체적 방법론으론 ‘전술핵 재배치’까지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반면, 한겨레는 ‘강 대 강’ 원칙에 입각한 제재 일변도의 노선이 문제의 본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경고하며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중국의 활용을 강조하는 모양새이다.

대북 관련 이슈와 쟁점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강온 대응 요구의 악순환을 이번 핵실험에서도 조선과 한겨레가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그 공허함을 메워주는 건또 다른 보수신문인 중앙일보의 김영희 대기자이다. 김 대기자는 ‘비핵화 넘어설 새 대북정책 짜자’는 1면 기사를 통해 상황의 현실과 향후 대응에 대해 비교적 냉정하고 정확한 진단을 제시했다.

돋보이는 김영희 기자의 시각, "동북아 분모 키워 북핵 분자화하는 정책"

김 대기자는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이 핵 야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계산은 “일단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그것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유일한 억제 수단으로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가진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입장에서 핵은 또한 내부 정치용으로 “핵보유라는 위엄을 달성했다고 선전해 체제 안정을 더욱 굳힐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 13일자 중앙일보 1면.

김 대기자는 “이미 예고된 국제사회의 어떤 조치들” 속에서 “중국의 협조가 만족스러울지는 불확실하다”며 북한이 “중국에 수백 개의 작은 금융거래 창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 틈새들을 막지 않는 한 북한은 최소한의 숨쉴 구멍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국제제재와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이 어떤 제재를 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김 대기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핵을 가진 북한에는 수많은 도발의 선택지가 열려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들 실제로 그걸 사용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생각의 차이 속에서 북한의 핵은 “미국과의 대화에서는 대등한 입장, 한국 일본과의 대화에서는 핵보유국으로서 우위에 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인식 속에서 김 대기자는 “미국에는 이제 한국에 재배치할 전술핵 미사일 같은 건 없다”고 일갈하며, “한미 협력은 우리 안보의 필요조건이지만 이제는 충분조건은 아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중국이 북한을 배후에서 눌러주지 않는 한 우리의 전방위 방어체제는 구멍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기자는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이 ‘바람’, ‘지나가는 순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북한과 대화하는 미국을 목격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어느 정도 인정한 가운데 “추가 핵무기 개발 중단과 핵확산 금지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기자는 이 지점에서 우리의 전략이 필요하단 점을 역설했다. “북핵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의 입장”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정면 충동할 상황에 대한 현실적 판단이다.

북 핵실험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묻고 있는 건...

김 대기자는 박 당선인을 향해 “우리 자신의 대북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며 “다시 짜는 대북 정책은 어쩔 수 없이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현실적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에만 매달린 결과 북한 핵무장도 못 막고 대화의 단절만 초래했다”는 자성과 함께 “새 대북정책은 비핵화보다 훨씬 큰 틀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시야에 둔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문제라는 분모를 키워 북핵이라는 분자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정책”이 시급하단 요구이다.

조선의 ‘강경론’과 한겨레의 ‘대화론’이 현재 상황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한 차원에 머문다면 김 대기자의 주장은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현상을 넘어서는 주도력을 강조한단 차원에서 곱씹을 대목이 많다. 결국,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 전체의 문제를 주도해갈 ‘능력’과 ‘비전’이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 북 핵실험 이후 박 당선인의 메시지와 행보는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북을 아무리 규탄한들 이미 핵실험을 했고, 그걸 막아설 실력이 우리에겐 없었다. 이제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상황에 대한 재구성과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북을 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규탄만으로 상황은 해결되지도 나아가지도 않는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며칠 전 기사에서도 썼지만(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65)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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