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현업단체들이 MBC 기자 협박 논란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황 수석의 발언을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15일 방송기자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어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황 수석은 말의 무게와 중함을 여전히 두려워한다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며 "그가 그런 판단에 주저한다면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이름과 품격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이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현업단체들은 황 수석이 거론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언론자유를 염원하던 시민들에게 언론인에 대한 테러를 넘어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조직적 위협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방송현업단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앞장서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할 사회소통의 중심에 서 있는 시민사회수석이 농담이라면서 과거 언론인 테러를 언급한 것은 해당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방송현업단체들은 "현 정부 들어 여권의 좌표찍기에 여러 번 시달려온 MBC 기자들에게는 고위 공직자의 이와 같은 언급은 권력의 ‘살기’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며 "뿐만 아니라 방송 저널리스트들이라면 대통령실이 언론의 감시와 비판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어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실제로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곧바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던 기자는 MBC 기자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 방송현업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며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브이뎀) 보고서를 인용했다.
브이뎀이 지난 7일 발표한 민주주의보고서 2024(Democracy Report 2024)에서 한국은 독재화(autocratization)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혔다. 브이뎀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LIBERAL DEMOCRACY INDEX, LDI)는 0.60을 기록했다. 179개국 중 47위다. 민주주의보고서 2023에서 한국의 LDI는 0.73으로 28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언론자유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는 20개국'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정부 검열에 의해 언론인들에 대한 괴롭힘이 이뤄지고, 언론의 권력 비판이 약해진 국가들이다.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MBC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거론한 사건은 1988년 8월 육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를 회칼로 공격해 상해를 입힌 일명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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