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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MBC 차주혁‧조의명‧김건휘‧정혜인 기자

쿠팡 블랙리스트 취재기 "동료 기자도 아니나 다를까, 딱 있는 겁니다"

2024. 03. 13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로켓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유통업계를 뒤흔든 쿠팡이 지난해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쿠세권(로켓배송 가능지역)’이란 신조어가 생길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세운 쿠팡은 코로나 특수 효과로 고속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새벽배송을 위해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사망 사건과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는 등 급성장의 이면에 열악한 노동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2020년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 씨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노동을 하고 퇴근한 뒤 집에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하기 6개월 전 동료들과 나눈 문자에 ‘블랙’이란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쿠팡의 블랙리스트’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쿠팡의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쫓아 취재해 온 MBC는 ‘만 6천여 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 파일’을 확보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차주혁, 조의명, 김건휘, 정혜인 기자를 만나 ‘쿠팡 블랙리스트’ 취재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쿠팡 블랙리스트’ 취재팀. 왼쪽부터 조의명, 김건휘, 차주혁, 정혜인 기자
MBC ‘쿠팡 블랙리스트’ 취재팀. 왼쪽부터 조의명, 김건휘, 차주혁, 정혜인 기자

쿠팡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 시작한 지 3주가 지나는데 어때요?

차주혁 기자(이하 차): “2월 13일 <뉴스데스크>에서 리포트 3건으로 첫 보도 시작한 뒤 10건을 방송했고, 이후 쿠팡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가 공개질의서 형식으로 인터넷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 후속 보도를 다시 시작해서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난 3주 동안 팀원들 고생이 많았는데 방송 시작하고 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단 저희 TF 기자 4명 모두 형사고소 당한 상태라 곧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쿠팡 측에서 [나도 쿠팡 블랙리스트? (☞바로가기)] 웹사이트 폐쇄 가처분을 신청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제소할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앞으로는 취재 보도 이외에 다른 부분들에서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쿠팡 블랙리스트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차: “쿠팡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오래전부터 돌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고 장덕준 씨의 휴대전화에서 찾았습니다. 장덕준 씨의 죽음은 명백한 산업재해, 과로사로 판정이 났고, 쿠팡 측이 자사 뉴스룸 통해서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고인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 숨진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유족들과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대구에 있는 장덕준 씨 어머니를 찾아뵙고 말씀을 들었죠.

그런데 장덕준 씨 휴대전화 카톡 메시지에 ‘블랙’이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하는 거예요. 사망 6개월 전 동료들과 나눈 카톡 대화였는데, 장덕준 씨도 ‘블랙’에 대해서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장덕준 씨와 동료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현장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했고, 몸을 혹사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팡 블랙리스트를 계속 수소문하고 있던 차에 내부고발자가 저희에게 이 파일을 제공해서 취재하게 된 거죠.”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쿠팡 노동현장 관련 보도는 꾸준히 나왔는데?

김건휘 기자(이하 김): “사실 그동안 보도량이 절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도가 나왔다고 해서 바뀐다는 느낌이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쿠팡이란 회사가 워낙 급속 성장을 했고 어떻게 보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죠. 사실 언론에서 쿠팡 관련 보도는 다 쓸 정도인데, 오히려 예민한 문제는 건드리기 힘들게 된 게 아닌가 싶었어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는데 왜 쿠팡은 달라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차: “저희도 궁금해요. 그런데 지금 쿠팡이 저희 보도에 대응하는 형태를 보면, 언론이 취재 과정을 거쳐 내놓는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 대해서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일련의 대응 방식을 보면 ‘쿠팡이라는 회사는 언론이나 시민사회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생각은 전혀 없고, 오로지 법적 분쟁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취재진이 블랙리스트 의혹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쿠팡이 운영하는 4개 사업장에 일용직 노동자로 등록해 심야 근무를 했다고 들었는데 어땠나요?

김: “그중 제가 세 군데를 갔는데 영상기자와 같이 간 데도 한 군데가 있죠. 원래 취재를 위해서는 영상기자와 같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근무를 신청해도 확정이 잘 안 나거든요. 원하는 대로 근무를 할 수가 없어서 무작위로 지원해서 들어갔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센터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공통점은 힘들다는 거죠.”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앞서 MBC 포함한 기자들이 쿠팡에 잠입해서 취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김 기자님이 이번에 잠입 취재한 이유는?

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바로 전달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에게 쿠팡의 전반적인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에 많은 기자들이 잠입 취재했다는 점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시청자들이 뉴스를 정말 365일 내내, 꾸준히 보는 건 아니니까요. 노동환경을 실감하게 하기 위해선 다시 현장을 비춰주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MBC 같은 경우 3년 전쯤에 <스트레이트>에서 현장취재를 통해 쿠팡의 노동환경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죠. 이후 현재까지 쿠팡은 상당한 고속 성장을 이뤄냈어요. 그동안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쿠팡의 실제 노동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번 짚어줄 때가 됐다고 판단했고 결국 직접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스트레이트> 방송 당시와 차이가 있던가요?

김: “<스트레이트>에서 갔던 곳은 아마 한 군데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제가 방문한 곳들은 당시보다 나은 면도 있고, 열악한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우 힘들긴 한데 하루 정도만 일하는 거라면 해낼 수 있어요. 근데 이걸 상시 노동으로, 한 달에 이십 며칠씩 일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면서 저도 많이 느낀 부분인데 방송 본 노동자들이 댓글로 지적한 게 노동환경, 그중에서도 휴식시간 얘기가 많았어요. 밥 먹는 시간, 한 시간 빼고는 쉬는 시간이 중간에 한 번도 없어요. 한 번에 4시간을 연속해서 일해야 하는데요. 그런 사이클을 하루에 두 번 거치는 건데 그게 법에는 안 걸리거든요. 기계처럼 일하는 느낌이 듭니다.”

업무 속도와 관련해 압박이 심한 것 같던데?

김: “혹시나 제가 오해를 살까봐, 예를 들어 쿠팡 측의 열악함을 부각하기 위해서 일 대충 했다는 오해를 살까봐 오히려 굉장히 열심히 일했어요. 물 한 번 안 마시고 일한 센터도 있었고요. 진짜 쉴 새 없이 일했고, 전체 노동시간 생각해 보면 지적도 거의 안 받았어요. 일을 그렇게 해도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을 쪼아대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현장 노동자들에겐 쿠팡 블랙리스트가 많이 알려졌나요?

김: “아무래도 현장에선 모든 분께 여쭤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여론을 확인하려고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 커뮤니티 같은 것들을 많이 봤어요. 가보면 ‘블랙’이란 단어만 입력해도 정말 많은 관련 글들이 검색돼요. 게시물이 이 정도 누적됐으면 이미 퍼져 있는 여론이고, 다들 아는 사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사규 위반 등의 사유로 해고하거나 징계 조치를 취하는 일은 있지만, 쿠팡은 그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차: “그렇죠. 취재 진행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게, 2021년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사태가 나쁜 선례가 된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때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 500명 정도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드러났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까지 실시했어요. 그 결과 블랙리스트가 맞다고 확인됐죠.

그래서 블랙리스트 작성한 담당자를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 붙여서 검찰 송치까지 했었거든요. 근데 검찰에서 1년 동안 사건을 갖고 있다가, 결국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런 선례가 남은 뒤로, 지금 쿠팡 측도 똑같은 얘기를 하거든요. 저희 기사에 대한 일부 시청자 반응을 봐도 그렇습니다. 기업이 문제 있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건데, 그게 잘못이냐는 거죠.

그런데 문제 있는 직원이라면 사규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하거나 해고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PNG 리스트에 등재된 16,450명이 모두 문제 있는 사람들인가인데, 저희가 취재한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졌을 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처벌도 제대로 됐더라면, 쿠팡 블랙리스트는 지금 존재하지 않겠죠.”

PNG 문건 대상자 16,450명 중 3,000명 정도 전화 인터뷰와 심층 인터뷰 진행했는데 어땠나요?

정혜인 기자(이하 정): “인터뷰에 착수하기까지 우선 전화를 드려 요청하잖아요. 노동자분들은 쿠팡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이 많이 있어요. 그 안에서 매우 억압적인 분위기로 일했고 또 재취업이 거절됐잖아요. 그래서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여쭤보고 설득하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사람들이 정말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라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의문이 들었어요. 제가 만난 분들의 대다수는 사유가 ‘업무 수행 불가능’ 등으로 모호하게 기재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업무와 관련해서 문제 제기하신 분들이 이 명단에 오른 경우가 많았어요.

또, 아직 보도된 내용은 아닌데 무척 놀랐던 사례가 있어요. 한 여성분의 사연을 들어보니, 일하다가 남자 동료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속 불편한 연락을 받아서 이 내용을 신고했다고 해요. 그런데 피해당한 여성분도 같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거죠.”

피해자인데 왜요?

정: “저도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사례들이 계속 보여서 이 리스트의 존재가 왜 문제인지 좀 더 이해하고 확신하게 된 것 같아요.”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인터뷰 중 기억이 남는 내용이 있을까요?

정: “가정 형편이 어려우신 분이 있었어요. 급하게 고액의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인이 이 리스트에 올라서 채용이 안 되는 걸 모른 채 매일 시도하고 제발 나 좀 뽑아달라고 인터뷰에서 얘기하신 분이 있거든요. 너무 짠하더라고요.”

기자, PD, 작가 등 100명 가까운 언론인들도 문건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부분 쿠팡 문제점 보도한 기자들인데 그게 아닌 경우도 있었다면서요?

차: “저희가 PNG 리스트 처음 입수했을 당시엔,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록된 역순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쭉 돌렸거든요. 2주일 정도 지났을 때인가, 통화 연결된 사람 중에 쿠팡 물류센터에 잠입 취재했던 MBC 동료 기자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쿠팡 물류센터 취재했던 다른 MBC 기자도 명단에 있나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딱 있는 겁니다.

그러다 또 며칠 지나서, 서울경찰청 출입하는 MBC 시경 캡이 갑자기 저희 쿠팡 TF에 연락했어요. ‘혹시 쿠팡 관련해 취재하는 게 있냐, 다른 언론사 시경 캡들이 MBC 전화를 받았다며 문의해 온다’라는 거예요. 저희는 그 사람들이 기자인 줄도 모르고 무작위로 전화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렇게 2023년 9월 27일에 일괄 등재된 기자 71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된 거죠. 그걸 확인하고 나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내용들이 문건에 포함돼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파헤치는 데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쿠팡 블랙리스트 올라간 기자들 만나보셨을 텐데 뭐라고 하나요?

조의명 기자(이하 조): “취재하다 보면 공개적인 취재 거절이 아니더라도 은연중에 통화를 피하거나 하는 식으로 벽 세우는 경험은 종종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워낙 특이한 일이다 보니 다들 황당하다거나 못 믿겠다는 반응이었어요. 특히 취재도 안 했는데 ‘허위사실 유포’로 리스트에 오른 사회부 기자들은 더욱 그랬지요.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하는 동료 기자들이 많았는데 보도 전까지 최대한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보니 사전에 증거를 충분히 공유해 드리지 못해 답답하고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경 캡과 경찰청 출입기자들이 대체로 제 연차와 비슷한 10~15년 전후들이다 보니 크고 작은 친분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취재가 조금이나마 수월해졌던 것 같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4일 보도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4일 보도

유튜버들까지 명단에 올랐는데 그건 사찰 아닌가요?

차: “이 부분도 처음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첫 보도 시점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쿠팡 물류센터 노동환경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그 자료에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노동자 두 명이 실명으로 증언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두 분 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블랙리스트에 나란히 올라가 있는 거예요. 바로 전화를 했죠.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났던 2021년,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직접 물류센터 노동 체험을 했고 그 내용을 국회 토론회와 유튜브에도 공개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해당 유튜브를 찾아보니까 동영상이 공개된 바로 다음 날, 그 대학생 2명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가리고 유튜브에 등장한 다른 동료 대학생들은 다 빠졌고요.”

첫 보도가 나가자 쿠팡은 PNG 문건에 대해 출처 불명이라고 주장했는데 리스트 관리 내부 프로그램도 있다면서요?

차: “첫 보도 이후 저희가 후속 보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쿠팡 측 주장은 일관적이지 않았습니다. MBC 보도 내용에 따라서 쿠팡 측 주장도 계속 달라졌는데, 유일하게 일관된 건 ‘MBC 보도는 무조건 허위 보도이고 가짜뉴스다’라는 거죠. 이 주장만 일관되게 반복할 뿐 해명 내용 자체는 오락가락합니다.

첫 보도로 앞둔 상황에서는 ‘기업에 블랙리스트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가, 저희가 근거를 제시하고 첫 보도를 하고 나니까 ‘출처 불명의 문서’라고 했습니다. 후속 보도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니까 이제는 ‘정당한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MBC가 ‘정당한 인사평가 자료라면 재직 중인 직원들 대상으로 해야지, 왜 퇴직자를 인사평가하느냐’라고 제기하니 ‘쿠팡 사업장과 쿠팡의 근로자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다’라고 했습니다.”

리스트에 기재된 사유는 어느 정도 일치하나요?

정: “이걸 퍼센트로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 저의 체감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사유는 모호하게 적혀 있는데,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능’ 이렇게 적혀 있는 분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었어요. 처음에 아르바이트할 때 본인의 병명 같은 것을 적어내도록 하거든요. 완치됐더라도 거기에 솔직하게 ‘허리 다친 적 있음’ 이런 식으로 적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도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능’으로 분류됐습니다. 또 같은 사유에, 앞서 말씀드린 업무상 이의를 제기하셨던 분들이 포함됐어요. 그래서 사유가 일치한다고 느낀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2월 13일 보도

쿠팡이 사유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정: “쿠팡 측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겠지만 저는 인터뷰 하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퇴직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본적으로 매뉴얼이 있다고 합니다. 신체 어딘가가 불편하면 이 사람들을 업무 수행이 어려운 사람들로 분류해서 계속 보고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유에 ‘대구 1센터’가 기재돼 있는데 이건 뭐죠?

차: “사유1에 ‘대구 1센터’로 기록된 사람은 2017년 9월 20일에 처음 등록됐습니다. 이분들은 6년이 지나도록 채용이 안 되고 있거든요. 저희는 대구 1센터로 표기된 분들은 영구적으로 채용을 제한당한 분들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구채용 불가’라고 그대로 적어놓으면 이게 블랙리스트라는 사실이 바로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대구 1센터’ 같은 일종의 암호를 이용해 채용 제한기간을 비밀리에 표시한 거로 생각해요. 그런데 쿠팡 측은 ‘대구 1센터라는 표기 자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다운로드 과정에서 발생한 출력 오류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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