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졸업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친 졸업생이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카이스트 입구에서 졸업식 참가자들에게 인사하던 같은 학교 출신 진보당 예비후보도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 당했다. 대통령실 경호처가 윤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해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카이스트 졸업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며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졸업생은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이라고 외쳤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제압에 나서면서 졸업생의 외침은 이어지지 못했다. 해당 졸업생은 경호원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대통령실은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법과 규정,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다.
올해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5% 삭감된 26조 5천억 원이다. 정부의 R&D 예산 대폭 삭감은 "나눠먹기·갈라먹기식 연구·개발비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진보당에 따르면, 같은 날 카이스트 동문 앞에서 졸업생들에게 인사를 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던 김선재 진보당 대전 유성갑 후보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 당했다. 진보당은 '대통령의 동선에 있었다'는 이유로 김 후보가 제지당했다고 했다. 김 후보의 선거표지물에는 '검찰독재 윤석열 심판'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앞서 대통령실 경호처는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지난 8일 경찰은 서울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예정"이라는 이유로 제지했다.
야권에서 '입틀막 대통령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정녕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한 것인가"라며 "오늘 대통령 연설 중 '실패를 두려워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대목을 경호처는 '국민을 두려워말고 과감하게 끌어내라'로 들은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녹색정의당 김민정 대변인은 "학생마저 폭압적으로 끌어낸 대통령"이라며 "무슨 권리로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을 폭력적으로 졸업식장에서 쫓아내고 복귀도 못 하게 감금한 것인지 대답하라. 현장에 있던 대통령 경호원들은 졸업 학위복을 입고 위장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유신정권 프락치 시대가 재현되는 현실에 어안이 다 벙벙하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임금에게 고하려면 한양으로 가 신문고를 두드려야 하는 조선시대에도 이러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 홍희진 대변인은 "대통령 심기경호를 위해 카이스트 졸업생마저 '입틀막' 폭력제압을 했다. 대통령 동선에 있었다는 이유로 정당한 선거운동은 제지당했다"며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의견을 가진 모든 국민을 끌어내도 되는 사람 취급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국민을 다 치워버리는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차라리 아무 곳도 가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용 위원장은 "공영방송에 나와서는 배우자의 뇌물 수수에 입 씻고, 언론의 비판에는 전방위적 언론 탄압으로 답하더니 자신이 주인공도 아닌 곳에서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그저 국민의 입만 틀어막고 끌어내면 된다는 제왕적 사고와 행태야말로 윤 대통령의 정치, 그 본질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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