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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논설위원 "대통령이 원한다고 녹화 수용… 김정은 신년사가 그렇다" 조선일보 "KBS사장 인사권자의 대담… 민주국가 지도자는 기자회견 해"

"대통령 녹화 대담과 수신료 분리징수 유예, 우연인가"

2024. 02. 08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가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도록 제작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전녹화 방식은 '독재국가'에서나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보수언론 지적이 나왔다. KBS의 특별대담 방송 배경에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중단' 방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8일 동아일보 이진영 논설위원은 칼럼 <푸틴도 '4시간 생방송 기자회견' 했는데>에서 "국영방송과 달리 정권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공영방송 KBS가 대통령실이 원한다고 녹화 대담 방식을 수용한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공교롭게도 녹화대담 결정이 공개된 1일 KBS가 이달부터 시행한다던 수신료 분리 징수를 갑자기 유예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KBS와 특별대담 녹화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KBS와 특별대담 녹화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이 논설위원은 "수신료 수입이 4407억 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인건비 1100억 원을 삭감한 긴축 예산안을 의결한 지 하루 만이다.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 중이라는데 불발된 분리징수를 언제 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이라며 "수신료 수입이 줄어 죽는 줄 알았던 KBS로서는 살길이 열릴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됐을 것이다. 녹화대담 결정과 수신료 분리 징수 유예, 이게 우연인가"라고 했다. 

지난 2월 KBS 수신료정보시스템에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유예가 공지됐다. '분리고지 시행협상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간 납부대행과 관려한 법적인 쟁점이 새롭게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논설위원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사태를 종결짓기는 커녕 새로운 논란거리만 보태고 말았다"고 총평했다. 이 논설위원은 "명품 백 논란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있다'는 내용도 아쉽지만 4일 녹화한 대담을 3일 후 내보내는 형식은 더 황당한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어 독재국가를 뒤져봤더니 김정은도 2019년 1월 1일 자정 신년사를 녹화해 그날 오전 9시 바로 내보낸 것으로 나온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논설위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내외신 기자 600명을 모아놓고 4시간 생방송으로 연례 기자회견을 했다"며 "질의응답 모두 사전 각본이 있었겠지만 '대선 출마하지 말고 젊은이에게 양보하라'는 실시간 여론까지 그대로 방송했다. 드라마도 쪽대본으로 생방하다시피 하는 나라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은 왜 사전제작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8일 동아일보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8일 동아일보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尹대통령 신년 녹화대담, 내용도 형식도 ‘많이 아쉽다’>에서 "언론 소통 부재 비판에도 방송사 한 곳을 정해 사흘 전 녹화한 90여 분짜리 대담이었다.(중략)그러나 대통령이 집무실 이곳저곳을 오가며 진행된 탓에 집중적인 질의 응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 부친이 물려준 책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 백악관 노래 등을 통해 대통령의 감성적 면모를 부각하는 영상 편집이 중간중간 등장했다. 왜 녹화 후 사흘 뒤에야 공개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면서 "국민이 듣고 싶거나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주로 전달한 셈이 됐다. 또 대통령의 생각과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가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내용·형식 미흡 尹 대담, ‘앞으로 조심’ 약속이라도 지켜야>에서 "대담이라는 형식이 적절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질문자가 한 사람"이라며 "대담 방송사인 KBS는 사장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다. 대담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졌다고 하기 힘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생방송도 아니고 지난 4일 녹화한 방송이었다. 두 시간 넘는 분량을 100분으로 편집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 대한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대담으로 진행했다'고 했지만 그런 이유라면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았을 것이다. 세계 민주 국가의 지도자들이 왜 대담보다 기자회견을 하겠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시중에선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김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올까봐 그러는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국민과 소통이 단절된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은 틈 날 때마다 '국민 뜻을 받들겠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 반대인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진정성에도 내용· 형식이 아쉬웠던 尹 대통령 신년 대담>에서 "분명한 사실은 여론이 취재윤리나 정치공작과는 별개로 김 여사 문제를 보고 있는 점"이라며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이번 대담에서 '저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하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며 에둘러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친 것은 안타깝다. 이는 '질문은 집요했고 답변은 소상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과도 거리가 없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 방송화면 갈무리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 방송화면 갈무리

야당에서도 윤 대통령·KBS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두환 시절에 우리가 KBS를 뭐라 불렀나. KBS의 영어 명칭은 '코리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인데, '코리안 바보 만들기 시스템'이라고 불렀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SNS에 "윤 대통령과 KBS가 만나 빚어낸 최악의 신년대담"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당한 거라는 신파극을 늘어놓으려고 3일 전에 녹화해서 평일 10시에 방송을 한 것인가"라고 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KBS가 정말 애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이 사저에 들어가 파우치를 놓고 온 사건’ 으로 포장한 노력에 눈물이 난다"며 "박민 사장 열일한다"고 했다. 

신지혜 새진보연합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KBS를 통해 김 여사 범죄 감싸기를 넘어 현행 법률 위반 의혹 역시 오로지 자신의 가족이기 때문에 눈감겠다고 국민께 선포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봉창 60분"이라며 "미진한 연극 한 편 잘 봤다.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 악물고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하는 사회자의 모습이 애처롭다"고 했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대통령 가족의 해명을 위해 공영방송이 홍보대행사가 된 비극을 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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