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KBS의 신년 대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KBS는 90여 분간 진행된 대담에서 20분가량을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내부, 임기 중 찍은 사진, 각국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 등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채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담을 두고 사실상 국정 홍보 영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는 7일 밤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윤 대통령과 KBS <뉴스 9> 박장범 앵커가 진행한 대담은 당초 100분으로 예고됐으나, 90여 분만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박 앵커가 대담을 나누고 주제가 전환되는 중간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안내하는 장면이 나왔다. 대통령실 안내 장면은 총 20여 분이었다.
박장범 앵커는 인사말에서 “취임 후 오늘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국민께 공개하고 안내할 예정”이라며 “이 시간을 통해 올 한해 정부 정책이 국민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통령이 설명할 예정이고,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과 생각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박 앵커가 대통령실 입구에 들어서자 “KBS 뉴스 시청률이 높다는데, 축하한다”는 말로 환대했다. 본격적인 대담 시작에 앞서 윤 대통령은 약 7분가량 ‘도어스테핑 장소’ ‘집무실’ ‘집무실 내의 윤 대통령 120대 국정과제 표’ ‘윤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트루먼 대통령의 팻말' '아버지 책장’ 등을 소개했다. 대통령실 소개 중간 짧은 문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20대 국정과제 표’를 보며 “국정 과제를 보면서 미진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갖다 놓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팻말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자 KBS는 팻말 앞면과 뒷면을 강조하는 장면을 넣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 배치된 아버지의 책장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자 KBS는 책장 안에 놓인 고 윤기중 교수의 사진을 담았다.
박 앵커가 “아버지의 책장을 가장 가까운 장소에 놓은 이유가 있나”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아버지가 자유시장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시장 시스템을 통해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줬다”며 “아버지의 생각을 새기고 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KBS는 거울에 비친 모습 등 여러 각도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장면을 전했다.
이후 약 12분가량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후 화면은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적힌 병풍으로 옮겨졌다. 병풍이 클로우즈업 되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처음부터 직접 직원을 앉혀놓고 구술로 한 두 시간 만에 초안을 완성하고 스태프하고 몇 차례 독회를 했다”고 전했다. 박 앵커가 “보통 대통령 연설문 전문자가 작성한 다음에 대통령이 고치곤 하지않나”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쫙 부른 다음 어색한 부분만 고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병풍 뒤 국무회의장을 안내했다. 국무회의장 내 대통령 좌석에 들어서자 박 앵커가 “이곳에서 결정되는 정책이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 “그렇다. 많은 책임감을 갖고 이 방에 들어올 때는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박 앵커에게 자신의 좌석을 권했다.
한 차례 대담이 진행된 이후 윤 대통령과 박 앵커는 대통령식 복도를 걸으며 벽에 게시된 사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복도에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사진, 행사 방문 사진 등이 걸렸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박 앵커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김 씨와 함께 찍은 사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늘봄 학교’ 방문 당시 윤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윤 대통령이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와 충북 부여 백마강에서 찍은 사진 ▲김장 행사장에서 김건희 씨가 김치를 먹여주는 사진 ▲김건희 씨와 시각장애인 안내 후보견과 함께 찍은 사진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김건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대담 이후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당시 각국 정상들로 받은 선물을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빈티지 야구 물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돈 맥클린과 퀸의 레코드판’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윈스턴 처칠 연설문 모음집’ ‘폴란드 두다 대통령의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 저서 모음집’ 등을 소개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질의 응답이 진행됐다. 한미 동맹 관련 질문 도중 앵커가 “대통령이 영어하는 것을 들으니 갑자기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검색된 장면은 ‘아메리칸 파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장면”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만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전환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해당 노래를 부르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대담이 종료된 후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 있는 국무회의장 전실로 화면이 옮겨졌다. 박 앵커는 “다음 자리는 윤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리게 될 텐데 임기가 끝나면 국민들에게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어린이를 많이 아낀 대통령, 따뜻한 대통령,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이런 인상을 가졌으면 하는데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을 가다>는 환하게 웃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는 화면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해당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조선중앙TV를 보는 것 같다” “이제 뇌물 받아도 매정하게 끊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면 되나” “대담이 아니라 헌정영상 수준이다” “러브하우스 보는 것 같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에서도 국정홍보 방송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대통령 가족의 해명을 위해 공영방송이 홍보대행사가 된 비극을 봤다”며 “윤 대통령의 KBS 특별대담은 돈은 많이 쓰고 흥행에 참패한 지루한 90분짜리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미진한 연극 한편 잘 봤다”며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처음 펼쳐진 대통령의 공식 대담은 일말의 책임의식도 성찰도 없던 ‘봉창 60분’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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