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안건으로 상정된 방통심의위 전체회의가 정회 뒤 종료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정회를 선언한 류희림 위원장이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회 뒤 파행'은 방통심의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류 위원장은 사무처 직원을 통해 “2주 뒤 회의를 속개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8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고발 철회 ▲‘청부심의’ 내부 진상규명 기구 설치 ▲‘청부심의’에 대한 위원 전원 대국민 사과 ▲‘청부심의’ 의혹과 관련된 류 위원장의 업무 지시 근절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지난 3일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 3인은 해당 안건으로 임시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나,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위원 4인이 불참해 개의되지 않았다. 해당 안건은 이날 전체회의에 자동으로 재상정됐다.
류희림 위원장은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회하고 접견실에서 관련 내용 논의하자”고 말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여권 추천위원들도 함께 퇴장했으며, 야권 추천 위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약 10여 분 뒤 류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위원들은 회의장으로 돌아와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기 위한 표결을 주장했다.
이에 야권 위원들이 ‘자신에 대한 사안인 만큼 위원장은 표결을 회피해야 한다’ ‘해당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해야 할 근거가 뭔가’라고 따져 묻자, 류 위원장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가 민원기관에 민원을 신청한 국민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대량 유출된 것이 핵심이다. 위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은 비공개로 해야될 논의를 무력화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재차 정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회의 시작 40분 만이다. 여권 추천위원들도 정회에 동의한다면서 함께 퇴장했다.
여권 추천위원들이 퇴장하자 옥시찬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은 사무처 직원에 범법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가 참담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인 류 위원장은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으로 시작됐든 간에 류 위원장의 권위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옥 위원은 “야당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앞서 언론시민단체는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통심의위 직원들의 구심점인 노동조합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내부조차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서 어떻게 외부 심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윤성옥 위원은 지난 2018년 ‘셀프 민원’ 사건 당사자의 파면무효소송 판결문을 거론하며 류 위원장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윤 위원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해당 직원의 행위를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민원을 꾸며낸 것은 방송심의를 자기 뜻대로 유도하고자 한 것으로 방통심의위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과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는 비위행위”라고 판단했다.
윤 위원은 “법원은 직원에 대해서도 파면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는데, 위원장은 방통심의위의 핵심 가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할 공적 책무가 가장 강한 위치에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청부 민원’ 논란은 류 위원장의 중대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유진 위원도 “제보자 색출 의도와 목표가 너무 뻔하지 않냐”며 “위원장의 개인 의혹을 물타기 하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위원회 전 조직, 심지어 여권 위원까지 자신의 의혹에 대한 방탄 행위에 동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데 너무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여권 추천위원들 퇴장 30분 뒤인 오후 4시 10분 쯤 류 위원장은 사무처 직원을 통해 “일부 위원이 외부 일정으로 인해 방통심의위 밖으로 나가, 더 이상 속개는 어렵다고 보여진다”며 “2주 뒤 오늘 정례회를 속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차기 전체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여권 추천 위원들이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비공개하기로 표결한 뒤 류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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