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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이종원 YTN 기자협회장 “보도전문채널은 사회의 공기... 와주라”

“허탈감에도 공정방송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감대"

2023. 11. 02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달 23일 유진그룹이 한세실업, 글로벌피스재단이 참여한 최종 입찰에서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가진 YTN의 지분 30.95%를 낙찰받았다. 유진그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으면 YTN의 최대주주로 확정된다.

YTN은 입장문을 내어 "지배구조가 변하더라도 방송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며 방통위에 원칙에 따라 심사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유진그룹을 향해 "당장 YTN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언론의 집중 감시와 함께 여론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유진그룹의 지분 인수와 관련해 YTN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지난 10월 28일 이종원 YTN 기자협회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종원 기자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보도전문채널 YTN의 지분 30.95%를 유진그룹이 낙찰받았다.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 진행된 개찰을 마치고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보도전문채널 YTN의 지분 30.95%를 유진그룹이 낙찰받았다.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 진행된 개찰을 마치고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기업 지분 30.95%를 낙찰받았는데 이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YTN 민영화 방침이 정해진 이후 여러 기업이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유진그룹이란 이름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서 저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유진그룹이 계열사도 상당히 많은데,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통해서 회사를 확장해 온 걸로 보이더라고요. 사실 상암동 사옥은 물론 남산타워도 저희 YTN의 자산이거든요. 이래저래 YTN의 알짜 자산을 노리고 특기인 M&A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그런 의구심이 들기도 하죠.”

YTN의 주요 자산을 노리고 들어오는 거다?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진그룹이 YTN을 인수하는 게 언론사를 경영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저희의 알짜배기 자산들이 있는데 그런 걸 타겟으로 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거죠.”

그렇다면 일단 인수해서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도 있다고 보세요?

“맞습니다. 그런 의미도 있는 거죠.”

유진그룹이 입찰가로 3,199억을 써냈어요. 다른 두 회사가 써낸 금액과 차이가 컸는데?

“사실 낙찰 금액도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액수입니다. 경쟁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 중 한 곳은 천억 원대, 나머지 한 곳은 이천억 원대를 제시한 걸로 알려졌는데 유진그룹은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을 적어낸 거죠. 이게 어떻게 보면 저희 회사를 진짜 인수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실제로 그만한 자금력이 있느냐잖아요?

그런데 최근 관련 보도를 보면, 어림없다는 분석들이 많더라고요. 과거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매입할 때 보면 약정금을 주지 않아서 소송당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혹여 그런 일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거죠.”

이종원 YTN 기자협회장
이종원 YTN 기자협회장

그럼 어떻게 하려고 인수에 나섰을까요?

“기존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증자를 하는 시나리오 얘기도 나오던데, 이 부분을 제가 직접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무자본 M&A 가능성도 있을까요?

“한 푼도 없이 달려들진 않았겠죠. 지금 현금성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게 한 천억 원대 정도, 이렇게 관련 보도가 나오기도 했어요.”

앞서 거론되던 기업들은 왜 입찰 참여 안 한 걸까요?

“자금 능력이 안 돼서 포기했거나, 아니면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나오니 향후 송사에 시달릴 여지를 생각해서 포기했을 수도 있겠죠. 특히 민영화 자체에 정치적 의도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니 추후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요.”

통일교 측 재단이 입찰에 참여해 화제가 됐습니다. 자금력이 있다고 알려진 통일교의 입찰가가 1,200억으로 가장 낮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아리송하죠. 유찰 안 되고 경쟁 입찰이 되기 위해선 당연히 복수 기업이 참여해야잖아요. 애초 낙찰을 기대하지 않고 들러리로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유진그룹 로고 [유진그룹 제공=연합뉴스]
유진그룹 로고 [유진그룹 제공=연합뉴스]

유진그룹은 어떤 기업인가요? 한때 케이블방송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고는 하지만 언론과 관련 있는 회사는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잘 알려진 동양 레미콘 같은 건설자재 유통 분야, 유진한일합섬, 유진투자증권 등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입니다. 예전에 드림씨티방송이라고 지역 케이블 업체를 운영했던 전력은 있는데요. 지금 방송이라든지 언론과 관련된 사업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워온 그룹인데, 기업이 추구하는 언론관이 무엇인지 또 미디어 분야에서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지요.”

유진그룹의 비리 전력도 최근 보도로 나오고 있는데, 언론사를 맡는 게 괜찮을까요?

“보도가 많이 돼 있는데요. ‘뇌물검사 사건’이라고 해서 김광준 부장검사가 기소돼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됐었어요. 김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사람 중에 하나가 유진그룹 회장이었고, 유진그룹 회장 역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레미콘 담합, 불법 주식 리딩방 의혹 이런 문제들도 있고요.

때문에 저희 내부적으로도 공공성‧공정성‧공익성이 생명인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하는 기업의 자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앞으로 방통위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하게 되는데,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서 투명하고 철저하게 심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통위 심사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걸러질까요?

“당연히 걸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이라는 게 있잖아요. 언론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대주주 자격 심사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YTN 기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희 내부 분위기는 최악이에요. 애초 민영화 자체를 강력하게, 강경하게 반대해 온 구성원들도 있고, 절차가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장 큰 건 허탈감이에요. 저희 구성원들은 대한민국의 대표 뉴스채널로서 YTN이 가진 브랜드 가치라는 게 있는데 유진그룹이 과연 그 브랜드를 품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느냐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YTN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허탈감이 크죠.

그러나 구성원마다 지분 매각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의 공정방송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데는 당연히 공감대를 갖고 있습니다.”

YTN [연합뉴스 자료사진]
YTN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YTN 공기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민영화 막을 수 있을까요?

“현재 국회 담당 상임위인 과방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의원입니다. 때문에 상임위 단계에서 국정조사를 관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설사 국정조사가 진행되더라도 민영화 자체를 막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국정조사가 실행돼서 매각 과정에서의 불법 위법성이 확연히 드러난다면 제동 거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이번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지분 ‘통매각’ 방침을 결정했거든요. 그런데 따로따로 매각하는 것이 한전KDN에 훨씬 경제적인 이득이고, 통매각 할 경우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법리적인 검토가 내부적으로 있었던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드러났죠. 매각 방식이 갑자기 바뀐 셈인데, 그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법 불법적인 요소에 대해 형사적으로나 사법적으로 반드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법성이 확인된다면 민영화 중단 가능할까요?

“정부의 공기업 지분 매각 방침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YTN 민영화를 막을 방법은 없겠죠. 다만 부도덕한 기업이나 자격 없는 기업에 대한민국 대표 뉴스 채널을 안기는 건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영화됐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뭔가요?

“언론사는 일반 기업처럼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만을 따를 수 없는 기업이잖아요? 모든 언론사가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24시간 하루 종일 뉴스만 하는 보도전문채널은 어떻게 보면 이 사회의 공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객관성, 중립성, 공정성 중요하고 공적 책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보도전문채널을 특정 자본, 사기업에 안기게 되면 이후 자본 논리나 정치적인 계산 등이 작용해 저희 보도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거지요. 그래서 민영화를 정말 막을 수 없다면 사주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보도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요?

“지금 YTN에도 사장 추천위원회가 있고, 또 보도국장 뽑을 때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투표합니다. 찬반 투표를 하게 돼 있어요. 만약 민영화가 마무리된다면 그룹과 YTN 경영, 또 경영과 보도를 엄격히 분리해서 보도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견제 장치들이 많이 준비돼야 할 것 같고요. 또 구조조정 같은 부분을 걱정하는 구성원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 동료들을 지킬 수 있는 방안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앞으로 계획은?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가 두세 달 걸린다고 하는데, 일단 그 과정에서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심사가 될 수 있도록 저희가 기자로서 철저하게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움직임에 대해 반발이 큰 상황인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YTN뿐 아니라 KBS나 MBC, TBS 동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특히나 우려스러운 건, 언론인이나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틀이 멀다고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가짜뉴스’ 운운하면서, 대통령이나 장관급 고위공직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장이 제출되고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요. 물론 명백한 허위 보도는 당연히 지탄의 대상일 겁니다. 그러나 청문회를 앞둔 공직자 등에 대한 정당한 검증과 의혹 제기까지 문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언론자유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YTN의 경우엔 방송사고를 문제 삼아 기자들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검찰 단계에서 반려되긴 했는데,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YTN 시민주주 운동 '와주라'가 진행 중입니다. ‘와이티엔 주주가 되어주라’의 약자인데요. 2주 만에 참여자 천 명을 돌파했습니다. 시민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대표 뉴스채널을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액주주라도, 주식 1.5%를 확보하면 임시 주총 소집 청구권이나 검사인 선임 청구권 등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민영화로 인해 YTN의 공정방송 제도가 흔들릴 경우 시민의 힘으로, 주주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서 공정방송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노조 YTN 지부가 지난달 11일 시민주주운동 ‘와주라(와이티엔 주주가 되어주라)’를 시작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 제공)
언론노조 YTN 지부가 지난달 11일 시민주주운동 ‘와주라(와이티엔 주주가 되어주라)’를 시작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 제공)

☞ YTN 시민주주운동 '와주라' 티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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