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교육부(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2028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줄 세우기' 입시제도는 여전해 적성에 맞게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 도입 방침에 부합하느냐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은 2028학년도 수능부터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치른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르면 2028년 수능을 치르는 올해 중2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 내신은 기존 9등급 체제에서 5등급 체제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5등급 절대평가를 시행한다면서도 상대평가 등급을 함께 기재하기로 했다.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추후 공청회와 국가교육위원회 의견수렴을 거쳐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은 2025학년도부터 도입될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동아일보는 11일 사설 <수능 선택과목 없앤 새 대입안,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나>에서 "새로운 입시 개편안은 고교학점제와 연계성이 떨어져 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학교 현장에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며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지만 수능은 거꾸로 선택과목을 없애고 인문 자연 계열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배운 내용에서만 문제를 낸다고 한다. 시험에도 안 나오는데 누가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듣겠나"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내신이 5등급 체제로 변경되면 수능의 비중은 늘어나게 되고, 사회·탐구 과목은 수능 출제 범위가 고1 때 배우는 내용으로 축소됐다며 "올겨울 방학에는 고1 대비 사교육 수요가 중2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입시제도가 고교 교육과 엇박자가 나면 사교육 의존도만 올라간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고교학점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대입제도도 고교생들이 그런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줄 세우기 그대로 둔 대입개편안, 고교학점제 취지 무색하다>에서 "내신 등급을 줄이되 상대평가를 병기토록 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한 정시 비중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본인 적성에 따라 공부를 하라면서 줄 세우기는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고교학점제 무력화다. 본인의 적성이나 흥미가 아니라 수능이나 내신 성적을 받기 좋은 과목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강생이 적어서 폐강하는 과목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고교학점제 도입 초기 일정 정도 혼선은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겐 잔혹한 형벌"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번 대입 개편으로 낡은 문·이과 구분이라도 없애길>에서 "내신 5등급제로 하면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지금의 4%에서 10%로 늘어나 교실에서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신 변별력을 떨어뜨려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수 있고 자사고·특목고 쏠림도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에 유의해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입제도를 고치면 항상 부작용이 뒤따랐다"며 "사교육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2028 대입제도 ‘대수술’… 사교육 부담 커져선 안 된다>에서 수능을 단순화한 것이 긍정적이라면서도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사교육 부담이 되레 커질 우려도 높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교육부가 선택과목 채택 여부를 추후 논의하기로 한 '심화수학'이 빠질 경우 문과생의 의대 진학 길이 열리는 셈이라 사교육 시장이 더 준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 탐구영역에서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겨 관련 전문학원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등급 간소화로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 자사고와 특목고의 인기가 높아지고, 일반계고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기 쉽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학생 부담 커질 획일적 수능 개편, 사교육 유발 없게 해야>에서 "한날한시에 똑같은 문항을 푸는 획일적인 시험으로 전국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개편안이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의 발판을 마련하는 건 좋지만, 문·이과 지망생 가릴 것 없이 모두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치러야 해 학습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썼다.
이어 경향신문은 내신 평가체제 개편에 대해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전제로 설계된 고교학점제와는 기본적으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진로·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성적을 따기 쉬운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는 학생이 늘 수 있다"며 "등급 간소화로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축소되는 것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 쏠림이 일어나면, 초·중학교부터 사교육이 증가하고 고교 평준화 기반이 흔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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