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동아일보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출마하는 것을 두고 “법원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난 선출직 공직자가 사면복권을 받아 바로 그 보궐선거에 공천을 받고 출마한 건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법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17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후보자로 선출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다음 달 11일 치러진다.
김 전 구청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공무상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누설한 내용 중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를 공무상 비밀로 판단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김 전 구청장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사면·복권하면서 김 전 구청장은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 <판결로 직을 잃은 선출직이 바로 그 보선에 나온 적은 없다>에서 “법원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난 선출직 공직자가 사면복권을 받아 바로 그 보궐선거에 공천을 받고 출마한 건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김 전 구청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직을 잃었다”면서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이 확정판결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그를 복권시켰다. 보궐선거에 출마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야당은 김 전 구청장이 비밀을 누설했을 뿐 아니라 대검 감찰 과정에서 골프 접대, 향응 수수도 드러났기 때문에 공익제보자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판 중인 김 전 구청장을 공천했을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며 “그 재판 결과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 만큼 원인 제공자를 공천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 선거 결과를 떠나 이런 비상식적인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정치적 책임은 무겁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결국 김태우 공천, 법치도 국민도 아랑곳않는 여권>에서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유죄판결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공천에는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전무후무한 법치 무시, 국민 무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 전 구청장과 국민의힘은 ‘공익제보자’라며 출마를 정당화하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그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본인 개인 비리와 관련된 폭로 동기와 목적에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부담스러워했는데, 대통령실 압박이 워낙 거세지자 입장을 바꾸고 억지 논리를 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법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태"라며 "국민의힘 안에서도 이번 공천에 대해 ‘내로남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더는 국민과 법치를 모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태우 구청장 후보 선출...집권당 책임 있는 자세 아니다>에서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다시 같은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마당”이라며 “더군다나 ‘당소속 선출직 공무원의 공직선거법 등 위반으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당규를 국민의힘 스스로 뒤엎는 셈이 된다. 김 전 구청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당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공학적인 선출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도 중요 선거를 앞두고 당헌을 뒤엎는 꼼수로 후보를 선출했다가 국민의 역풍을 한두 번 맞은 게 아니다”라며 “윤 정부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칙을 강조하는 마당에 집권당이 이를 허물어뜨릴 경우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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