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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커피', JTBC '남욱 검찰 진술' 보도서 최초 등장 김만배, '윤석열-조우형 조우' 거론하며 '박 모 검사가 커피타줘' '김만배 음성파일' 본질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 의혹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경찰 재수사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본질 왜곡하는 '윤석열 커피' 프레임

2023. 09. 06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에 대한 정부여당의 발언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여권은 '허위 인터뷰' '대선개입' '국기문란' 비판에 이어 "가짜뉴스 만드는 매체는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와 인터뷰하고 5일 뒤 1억 6500만 원의 금전거래를 한 것은 언론 윤리상 용납되기 어려운 문제다. 앞서 김만배 씨가 유력 언론사 기자들과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언론 윤리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9월 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화를 하며 작성한 기록
2021년 9월 15일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화를 하며 작성한 기록 (뉴스타파 보도화면)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를 '허위'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것은 따져볼 문제다.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은 '윤석열 커피'라는 내용과 남욱·조우형 등 대장동 사건 연루자의 새로운 진술을 앞세워 뉴스타파 보도를 '허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에서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은 없었으며 사건의 본질과도 관계없다. 본질은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이다.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한 윤석열 주임검사의 수사망을 피해갔고, 이후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를 통해 징역을 산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이 2009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1155억 원의 대장동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 3천만 원을 받은 사건이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망을 피해갔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다. 조우형은 4년 뒤인 2015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20억 4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경찰의 재수사와 수원지검 기소로 혐의가 특정됐다. 조우형은 대장동 민간업자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또 조우형은 현재 김만배·남욱 등과 함께 불법개발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 2022년 3월 6일 기사<"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의 2021년 9월 15일 김만배 음성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 의혹을 가리켰다. 인터뷰 당시는 김만배, 박영수 등 대장동 인물들이 거론되기 이전 시점이었다. 김만배는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을 당시 '형님이 해결해달라'고 부탁을 해왔고, 이에 자신이 검찰에 뼈가 굵은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 전 중수부장)를 조우형에게 소개해 주었으며 이후 사건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커피'는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의 분위기를 전하는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만배 :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신학림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 응. 박OO(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조우형은 김만배 소개로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검찰에 윤석열 중수2과장을 만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김만배의 말 중 '허위'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은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우형과 대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지 '윤석열이 커피타줬다'가 아니다. 

'윤석열 커피'가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22년 2월이다. 당시 JTBC는 대장동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의 2021년 11월 검찰 진술을 보도했다. 남욱은 자신과 김만배, 조우형이 두 번째 조사 출석 전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는데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조우형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실제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기 때문에 JTBC 보도 당시에는 '윤석열이 커피타줬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2022년 2월 25일 대선 TV토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줬냐"고 말한 배경이다. 윤석열 후보는 토론에서 "나는 그 사람 본 적 없다"고 답했다. 

김만배는 신학림과의 대화에서 박영수가 조우형 사건 진단을 하더니 "야, 그놈보고 가서 덜덜덜덜 떨고 오니까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 그래"라고 말했다고 했다. 박영수 측은 뉴스타파에 '오래된 일이라 기억 안 난다'고 해명했다. 박영수 측 언론 담당 변호인은 뉴스타파에 "조우형 사건을 수임한 것은 기억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누구의 소개로 수임한 것인지, 검찰 관계자에게 부탁을 했는지, 김만배에게 질문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참고로, 당시 박 변호사는 소속 법무법인의 실무 변호사에게 맡겨서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남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커피' 관련 진술을 바꿨다. '커피' 얘기는 김만배에게 들었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우형은 최근 검찰에 2021년 10월경 김만배가 자신에게 대장동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했다. 조우형은 김만배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사실이 아니었다고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뉴스타파가 남욱, 조우형 등에게 김만배 음성파일에 대해 확인하지 않은 것은 취재 부족으로 볼 여지가 있다. 

(왼쪽부터) 조우형, 남욱, 박영수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조우형, 남욱, 박영수 (사진=연합뉴스)

종합하면 '커피' 논란은 대장동 연루자들의 '말 전쟁'이며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은 살아있는 의혹이라는 얘기다.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타줬다' '박 모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 타줬다'는 '조우형 실형' 결과가 가리키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과 무관하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허위 인터뷰' 논란으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을 흐리려는 보도가 나왔다. 4일 동아일보는 <[단독] “저축銀 임원간 혼맥 조사 검사가 준 커피, ‘윤석열 커피’로 둔갑”>에서 "조 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에서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대장동 대출과는 무관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며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로비스트 박태규 씨에게 17억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일부 금원의 전달책 역할을 했다는 취지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건에 대해서는 당시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적이 없었기에 '봐주기 수사'였다는 의혹은 성립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조 씨 등 대장동 관련자들의 일치된 진술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진술이자, 수사를 제대로 안 해서 불거진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을 '수사를 한 적이 없어 성립조차 할 수 없다'로 뒤집는 진술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대검 중수부가 2011년 조우형의 불법대출 알선 혐의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 압수수색까지 집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2월 25일 대선 TV토론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범위와 관련해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공방이 있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일반대출인데 다른 건 기소하면서 왜 대장동 대출만 봐줬습니까"라고 묻자 윤석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은 SPC(특수목적법인) 대출로 배임 혐의가 되는 부분만 기소한 겁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가 다시 "일반대출도 두 건 기소하셨다니까요"라고 하자 윤석열 후보는 "일반대출을 누가 기소합니까"라고 맞섰다.

토론 종료 이후 이재명 후보 측은 "윤 후보가 당시 작성한 공소장을 보면 일반대출로 기소한 사건에는 수원 망포동 개발사업 시행사 ㈜세움, 서울 독산동 상가개발사업 시행사 ㈜송유산업개발 2건이 있다"며 "대장동 대출이 일반대출이라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윤 후보의 주장은 거짓말이 명백하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수사팀 130여 명이 투입돼 대형 금융비리 및 권력형 비리를 밝혀낸 사건으로 수사팀장이었던 윤 후보가 수사 범위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차명 법인을 통해 직접 부동산 투자를 한 혐의가 수사 대상이었고 일반 PF대출은 구체적인 다른 단서가 없는 한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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