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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관상가 백재권,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무슨 국토부 장관 임명한 것도 아닌데" 대통령실, '천공 관저 이전 개입' 한국일보 기자 형사고발 동아일보 논설위원 "주술에 사로잡힌 국가 지도자"

자사 기자 고발당했는데 '풍수·관상가 논란 헛웃음 난다'?

2023. 07. 26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이 풍수·관상가 백재권 씨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논란에 대해 "무슨 국토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아닌데, 이걸 두고 정치가 이렇게 들떠 돌아갈 일인지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라는 칼럼을 썼다. 한국일보 기자는 무속인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방문했다는 의혹 보도로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장인철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은 26일 칼럼 <[지평선] 풍수지리설 논란의 허실>에서 "인간의 길흉화복에 실제로 여향을 주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풍수지리설은 지금도 무시 못할 생활문화로 굳건히 살아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장 논설위원은 "과거 모모한 대선 출마자치고 조상묘 손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며 "대학에도 풍수지리학과가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7월 26일 <[지평선] 풍수지리설 논란의 허실> 갈무리 (빅카인즈)

장 논설위원은 "풍수지리설은 전통사회에서 도성과 사찰, 집과 산소 등을 건걸하는 데 있어서 화를 물리치고 복을 가져오는 입지를 판단하고자 체계화된 이론"이라며 "풍수지리는 조선왕조 때까지만 해도 나랏일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줬다. 조선왕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무악산 아래 경복궁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당대의 권신 정도전과 고승 무학대사가 입지 풍수론을 두고 대립했다는 사료가 전한다"고 했다. 

다만 장 논설위원은 "풍수설에 따른 명당이 이론과 믿음만큼 발복을 이뤘다는 정황은 희미하다"며 "조선왕릉만 따져도 태조의 건원릉이 명당으로 꼽히지만, 거기서 발복이 이루어졌다면 가깝게는 단종의 비극이나, 나중에 선조 같은 ‘찌질이’ 왕이 나와 이 땅의 백성들이 그토록 혹독한 전란을 겪지 않았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2월 2일 <[단독] "천공 ‘한남동 공관' 방문, 남영신 육군총장이 화장실서 몰래 알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새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으로부터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이 서울 한남동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알렸고 군 당국에도 보고가 됐다고 주장했다"며 "이 같은 내용은 3일 출간될 부 전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담겼다"고 했다. 뉴스토마토도 이날 같은 내용의 단독 보도를 냈다.

대통령실은 보도 다음날(2월 3일) 한국일보·뉴스토마토 기자들을 형사고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한 것"이라며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한국일보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는 "취재 착수 과정부터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대통령실을 규탄했다. 2월 8일 한국일보에는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되어야>라는 제목의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경찰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풍수가 백재권 씨의 공관 방문 사실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해 3월 청와대 용산 이전TF 팀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현 경호처장이 백재권 씨와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답사했다는 것이다. 여권과 경찰은 최근 KBS 보도로 알려지기 전까지 백재권 씨 공관 방문 사실을 언급한 바 없다. 경찰은 지난 4월 육군참모총장 공관 출입 CCTV 영상을 전부 살펴봤는데 천공이 나오는 장면은 전혀 없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역술인은 안 되고 풍수·관상가는 되냐' '긴 수염은 되고 짧은 수염은 안 되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가 주요 결정 과정에 풍수지리가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경찰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간인인 백재권 씨가 군사시설에 출입할 수 있었던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7월 21일 KBS '뉴스7'  <[단독] 경찰 “천공 아닌 다른 풍수학자가 관저 후보지 답사”> 보도화면 갈무리

26일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 <불편한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토론회에 나왔을 때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이질적인 행태에 께름칙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갔다"며 "그러나 청와대 이전에 이어 대통령 관저 선택에까지 주술이 개입한 증거가 나왔다. 조선 왕조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주술에 사로잡힌 국가 지도자를 근대 공화국에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논설위원은 "세자 시절부터 경연 등을 통해 유교 교육을 받은 왕들은 왕비나 후궁이 무속에 빠지면 별궁에 가둬 버릇을 고치고, 심하면 폐하여 사가(私家)로 내쫓고, 더 심하면 사약을 내리기도 했다"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면서 청와대 터는 왜 흉하고 용산은 왜 길한지 설득력 있는 설명은 없다. 풍수로 따져도 애매하다. 주술의 눈에만 길흉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논설위원은 "언론에 공개적으로 등장한 이름만 천공, 건진, 무정에 이어 백재권이다. 처음에는 김 여사만 주술에 진심이고 윤 대통령은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며 "그가 주술로부터 얻는 심리적 안정은 공사의 구분을 뛰어넘게 만드는 정도인 듯하다. 누구나 주술에 빠지면 공사의 구분을 반드시 뛰어넘게 돼 있다"고 했다.

백재권 씨는 중앙일보에  '관상·풍수 이야기'를 연재해왔다. '윤석열은 악어상' '김건희는 공작상' '문재인은 소상' 등 이른바 '동물 관상' 칼럼이다. 

지난 24일 뉴스타파는 <[현장에서]윤석열과 관상가, 그리고 홍석현>에서 "지난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11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심야 회동을 가진 사실을 보도했는데, 당시 두 사람의 회동에 제3의 인물인 역술가가 동석했다는 증언이 있었다"며 "문제의 역술가가 누구인지 다각도로 취재했는데 취재 결과 동석한 역술가는 바로 백재권 씨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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